채원병의 아침 묵상(68) - 세월호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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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원병의 아침 묵상(68) - 세월호를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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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은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처음부터 예고된 참사였지만, 사고가 난 직후에 있었던 선장과 선원들의 행동이 알려지면서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승객을 구조하는 일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들에게는 자리를 지키라고 방송하고 자신들만 빠져 나왔다. 이런 선장과 선원들의 행동이 모든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1852년 2월에 있었던 영국 해군 수송선인 버큰헤드호 사건이 세월호 사건과 비교되고 있다. 

당시 버큰헤드호는 남아프리카 희망봉 앞 바다를 지나가다 암초에 부딪혀, 배는 두 동강이 나 가라앉고 있었다. 배에는 군인 472명과 그들의 가족 162명, 총 634명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구명보트는 단 세 척밖에 없었고, 구명보트 한 척에는 60명만 탈 수 있었다. 180명은 목숨을 건질 수 있지만, 나머지 454명은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다 속으로 배와 함께 수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때 갑자기 북소리가 울리고 병사들이 침몰해가는 배의 갑판에 집결한 가운데,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여자와 어린아이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워라!” 병사들은 어둔 밤에 횃불을 밝힌 뒤 여자와 아이들을 차례대로 구명보트에 태웠다. 구명보트에는 약간의 자리가 남아있었기에, 구명보트에 탄 사람들이 외쳤다. “자리가 있으니 뛰어내리세요” 그러나 병사들은 끝내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함장과 병사들은 구명보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거수경례를 하였고, 472명의 군인은 전원 배와 함께 수장되었다.

이처럼 약한 자를 먼저 구하는 고귀한 희생정신을 버큰헤드정신이라고 한다. 버큰헤드호 사건이 있은 지 60년이 지난 1912년에 영국 여객선 ‘타이타틱’호 가 침몰할 때도 버큰헤드정신은 살아있었다. 당시 배에 탄 2천200여 명 중 1천500여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여자 승객은 80%가 구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선장과 승무원 30여명은 끝까지 배를 지키며 배와 함께 수장되었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시 해야 하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대부분이 학생들인 승객들을 배에 가두어 놓은 채, 자신들만 가장 안전한 통로를 이용해 슬그머니 먼저 빠져 나왔다.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최근에 세월호가 속한 청해진해운이 이단인 ‘구원파’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씨는 구원파의 교주다. 유병언씨가 ‘세월호’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는데 여기에 구원파와 관련한 숨은 뜻이 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간다는 뜻의 세월이 아니라, ‘세상 세(世)’와 ‘넘을 월(越)’을 쓴다고 한다. ‘세상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세상의 가치를 뛰어넘어 영생의 가치관을 가지고 산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의 삶을 도외시한다는 뜻이다. 

한때 구원파에 속해 유병언 교주 밑에서 9년간 통역일을 도운 적이 있으며, 현재 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인 정동섭 전 침신대 교수는 "구원파의 잘못된 교리가 세월호 참사라는 끔찍한 결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침몰 사고로 구속된 이준석 선장과 그의 부인도 구원파 신도로 알려졌다. 도대체 구원파의 어떤 교리가 파렴치한 세월호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일까?

그들은 일단 예수를 믿고 십자가의 사건을 깨달은 사람은 더 이상 죄의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가르친다. 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모든 죄의 문제를 해결해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율법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법, 은혜의 법, 믿음의 법 아래에 있기 때문에, 죄의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구원파의 또 다른 교주인 박옥수가 죄 사함과 거듭남의 비밀에서 한 설교의 핵심내용이다. 

예수가 우리 죄를 모두 해결하였고, 믿는 자는 이미 의인이 되었기 때문에 죄의 문제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죄의식과 죄책감을 없애준 것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문제는 오늘날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구원파처럼 죄에 대해서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덴버신학대학원의 정성욱 조직신학교수는 이렇게 지적한다. 

“오늘날 율법주의, 기복주의와 함께 한국교회의 안방에 들어와 한국교회를 근원에서 무너지게 하고 있는 다른 복음이 있는데, 바로 방종주의이다. 
율법폐기론적 방종주의와 선행 무용주의가 널리 퍼져있다. 여기서 율법폐기론이란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율법과 죄로부터 완전히 해방되었으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율법은 이제 완전 폐기된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하면 율법은 더 이상 그리스도인의 삶에 아무런 의미와 가치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선행 무용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구원인데, 그 구원을 오직 믿음과 은혜로 받았다면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내가 고민할 이유가 무엇이며, 또 이미 구원은 따놓은 당상인데 왜 내가 선행에 대해 고민하고, 또 노력해야 하는가?”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율법폐기론적 방종주의와 선행 무용주의는 은혜의 왜곡이요 복음의 타락을 의미한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은 목숨은 구했지만, 죽음의 바다로 뛰어든 자들이다. 버큰헤드호와 함께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함장과 장병들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간 자들이다. 교회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 누가 버큰헤드정신으로 교회를 지킬 것인가?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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