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71 )-상처를 넘어 사랑으로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71 )-상처를 넘어 사랑으로

정원교회 0 2240


한국교회도 그렇지만, 이곳 교민교회는 특히나 수평이동이 많다. 별 다섯 개는 기본이다. 교회를 옮기는 이유는 대개의 경우 상처가 원인이다. 다른 교인에게서 받은 상처 때문이기도 하고, 목회자로부터 받은 실망이나 상처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교회에서는 한 번 인간관계가 얽히면, 서로 원수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뉴질랜드와 같은 이민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민을 오기까지 혼자만의 아픔이나 사연도 있다. 나름대로 자존심들이 강하고, 삶도 버겁다. 많은 교민들이 한국에서는 해보지도 않은 일들을 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쉽게 상처를 받는다.

많은 경우 상처는 주고 받는 것이다. 그런데 남에게 입힌 상처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받은 상처는 쓰라림으로 오랫동안 마음에 새겨지는 게 보통이다. 대개는 치유되지 않은 채 남아있던 상처가 누군가에 의해 건드려질 때,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상처가 도지고, 분노의 감정으로 남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산다. 이 상처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을 때, 공격적 성향을 나타나게 되거나 자기침체라는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치유되지 못한 자아는 건강하지 못한 자아다. 병든 자아다. 병든 자아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낳는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로 세상을 보고, 삶을 보고, 남을 본다. 세상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는 자기애를 낳고, 삶을 자신이라는 상자 안에 가두게 된다. ‘나’라는 자아의 세계에 갇혀 있는 한, 남에 대한 따뜻한 마음도, 이타적 사랑도 기대할 수 없다. 교회에서 이러한 자기중심적 자기애는 흔히 자기 의로 나타난다. 자신의 의에 사로잡혀 남을 쉽게 판단하고, 비판하고 정죄한다. 자기중심적 자기애에 갇힌 자아는 미숙한 자아다. 갓난 아기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기는 성장해가면서 자신과 주위와의 관계를 인식해나간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눈을 떠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성숙해진 자아는 남의 삶을 볼 줄 알고, 상대방의 인생을 존중할 줄 안다. 자신이 살면서 받은 많은 상처가 있는 것처럼, 남들에게도 많은 사연이 있음을 보게 되고, 그 삶에 대해 연민의 마음을 품을 수 있게 된다.교회는 상처받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러기에 교회는 상처받은 영혼들이 치유를 체험하고, 영혼의 안식을 누리는 쉼터가 되어야 한다. 영혼구원은 단순히 죄로부터의 구원이 아니다. 모든 억눌림으로부터 풀려나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신 후에 나사렛의 회당에서 이사야의 글을 인용하시며, 이렇게 이 세상에 찾아오신 목적을 밝히셨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누가복음 4장 18, 19절)

하나님의 나라는 소리 없이 우리의 내면의 세계에 임하는 나라다. 그러나 어떤 혁명보다도 강력하게 임하는 나라다. 내면세계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치유가 체험되고, 삶의 회복이 있다. 죽음조차도 뛰어넘는 생명력이 분출되는 나라다. 억눌린 자들이 자유를 찾고 하나님 안에서 은혜를 누리며 사는 나라다. 자아라는 상자에 갇혀있던 삶이 해방되어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과 은혜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나라다.

 하나님의 신실하신 손이 자신의 삶을 붙들어 주시며, 그 은혜로운 손길로 자신의 삶을 보살피고 있음을 체험하며 사는 나라다. 또한 동일하신 그분, 그 하나님께서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힘든 삶을 살아왔고, 수많은 상처를 입은 다른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함께 하고 계심을 깨닫게 되는 나라다. 그러기에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며, 함께 세워져 가는 나라다.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과 함께 임하는 나라다.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 안에서 억압당하고 병 든 모든 영혼들과 삶들이 회복되는 나라다. 십자가에서 우리의 모든 죄와 고통과 상처를 홀로 떠안으시고, 모든 것을 내어주신 우리의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죄가 씻김을 받고, 모든 고통과 상처가 치유되며, 병든 자아가 건강한 자아로 다시 태어나는 나라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날 밤,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제자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새 계명’을 주셨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이로써 모든 사람이 너희가 내 제자인 줄 알리라” (요한복음 13장 34, 35절)

몸이 지치고, 삶이 힘들면 마음도 삭막해지기 쉽다. 그러나 주님의 사랑은 십자가라는 고난과 역경의 극한 상황에서 가장 아름답게 피어났다. 우리가 서로 주고 받아야 할 사랑은 고난 가운데서 오히려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이러한 사랑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주님의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함께 고난도 기쁨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시기와 질투와 다툼과 분 냄과 비판과 정죄가 아니라, 따뜻함과 용서와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 어깨동무하고, 기쁘게 찬양하며 함께 나가는 나라가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져다 주신 하나님의 나라다. 하나님께서 주신 인간 본연의 선한 감성이 샘물처럼 분출되는 나라, 바로 우리가 살아야 할 하나님의 나라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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