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73 )-삶이 당신을 흔들 때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73 )-삶이 당신을 흔들 때

일요시사 0 2049


날씨가 많이 변덕스럽다. 벌써 한 겨울이 오기라도 한 것처럼 추운 날이 계속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사한 날이 이어지기도 한다. 해가 난다 싶으면 비바람이 불고, 비바람이 몰아치다 다시 해가 난다. 뉴질랜드는 하루 안에 사 계절이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날씨뿐만 아니라, 뉴질랜드가 세계최강을 자랑하는 럭비에서 사용하는 공도 그렇다. 럭비공은 축구공과 달리 타원형이기 때문에 땅에 떨어지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어떻게 행동할 지 모르는 사람이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럭비공 같다고 한다.

우리의 믿음도 뉴질랜드의 날씨나 럭비공처럼 변덕스럽지는 않은지 모르겠다. 은혜를 한참 받을 때는 주께서 항상 함께 하실 것 같고, 주께서 주시는 은혜가 언제나 자신에게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 기도가 응답 받고, 삶의 어렵고 꼬인 문제들이 척척 풀려나가는 은혜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가 정말 이겨내기 힘든 어려운 일들을 계속 당하고, 아무리 기도하고 매달려도, 도무지 일이 풀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때는 “주님, 정말 살아계십니까? 진정 살아서 저와 함께 하고 계십니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내가 이렇게 힘이 없고 지칠 대로 지쳐서 절망에 빠져있고, 아무 길도 보이지 않는 데, 주님은 어디 계신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 동안 받은 은혜는 오간 데 없고, 항상 옆에 계시던 주님은 내게 관심도 없으신 것 같다. 살다 보면 삶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고, 두려움이 엄습해올 때가 있다.뭐가 문제일까?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어려운 일들이 자꾸 우리의 마음을 빼앗아 가는 것이 문제다. 현실의 어려움은 눈 앞에 펼쳐져 있고, 그런 가운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자꾸 놓치게 되는 것이다.

‘school phobia’라는 어린이 심리장애가 있다. 어린아이들이 학교 가기를 두려워하고, 배가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픈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대개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나서, 학교 가는 시간인 아침에 이런 증상이 일어난다.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신체적 장애로 나타나는 것이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새로운 학교친구들과 사귀는 데 대한 걱정, 또 이민이나 유학을 갓 온 경우에는 언어에 대한 두려움 등이 원인이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학교에 대한 두려움보다 집을 떠나는 데 대한 두려움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특히 어머니로부터 떨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원인이다. 어머니 품을 떠나 낯선 학교에 가서 생활하는 게 두려운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신을 보호해주는 어머니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데 대한 두려움에 있다. 혼자서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것이 힘들고 두려운 것이다.

신자들이 살면서 겪는 두려움도 이 ‘school phobia’와 비슷하다. 하나님께서 곁에 계시지 않거나, 자신을 지켜주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때, 두려움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단지 삶의 어려움이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을 해나가면서 겪는 여러 종류의 시험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려움에 마음을 내주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이다.

출애굽사건은 믿는 자들이 겪는 두려움과 두려움의 극복에 대해 귀한 교훈을 준다. 하나님께서는 열 가지의 재앙을 내리시며,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구해내셨다.

하나님께서는 구해내신 자신의 백성들과 함께 하시며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해주셨다. 출애굽기 13장 21-22절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여호와께서 그들 앞에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기둥으로 그들에게 비추사 낮이나 밤이나 진행하게 하시니, 낮에는 구름기둥, 밤에는 불기둥이 백성 앞에서 떠나지 아니하니라』

하나님께서는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자기 백성을 지켜주시며, 광야길에서 인도하셨다. 그런데 그들이 다다른 곳이 어떤 곳이었나? 검푸른 물결이 출렁이는 바다였다. 뒤에서는 이집트의 기병과 병거와 군대들이 뒤쫓고 있고, 앞에는 바다가 가로막고 있다. 이집트 군대의 창칼에 죽느냐, 바다에 수장되느냐, 어떻게 죽느냐의 문제만 있을 뿐, 죽음을 피할 길은 없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구출해내시고 인도하신 곳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절망의 땅이었다. 조금 전까지도 자신들을 구해내시고,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셨던 하나님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죽음이라는 극한 상황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절망적인 현실에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은 없고, 공포심이 극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떠나신 것이 아니라,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흔들린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절망 가운데 기상천외한 구원의 길을 예비하고 계셨다.

바다를 가르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믿는 자들을 절망 가운데 빠트리기도 하시지만, 동시에 구원의 길도 예비해놓으신다. 믿음이란 이런 것이다.

해 나는 날이나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나 변함없이,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삶을 굳게 붙들고 계심을 믿는 것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당하는 절망은 하나님의 손 안에서 일어나는 절망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손 안에서는 불가능도 없고, 절망도 없다. 절망스러운 상황도 하나님께서 택하신 백성들을 인도하시는 방법이다.믿음의 사람들은 자신 앞에 닥친 절망스런 상황에서도 두려워하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하나님의 전능하시고 신실하신 손이 자신의 삶을 붙들고 계심을 알기 때문이다. 참 믿음은 절망 가운데서 더욱 강하게 역사한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0 Comments
제목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