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88) - 인터넷 교회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88) - 인터넷 교회

정원교회 0 4551

늦은 나이에 목사가 되었다. 늦깎이공부를 하러 한국에 가 있을 때, 첫 일년 동안은 교회를 정해놓지 않고 여러 교회를 순례했었다. ‘사랑의교회’나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때는 대부분 별실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대형스크린이나 TV 모니터 앞에서 예배를 드렸다.

집에서 TV나 인터넷상의 동영상으로 예배를 드리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교회의 소속교인도 아닌 마당에 교회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옆에 앉은 분들과 아는 사이도 아니다. 제법 되는 거리를 찾아와서 스크린예배나 보고 가는 기분은 좀 그렇다. 설교가 좋은 날은 그래도 좋은 말씀 듣고 간다는 위안이라도 얻긴 하지만,,, 사실 좋은 설교야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 전자상거래가 활발하다. 머지않아 인터넷 거래가 실제거래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인터넷상의 가상결혼도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사이에 꽤 번지고 있다고 한다. 가상공간 안에서 데이트도 하고, 선물도 주고 받고, 결혼도 한다. 그러다 싫증 나면 이혼하면 된다. 결혼도 일편단심 민들레, 한 사람만 바라볼 이유가 없다. 다양한 파트너와 여러 번 할 수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 전성기다.

그런 가운데 인터넷교회도 생기고 있다. 인터넷으로 교인등록 하고, 인터넷으로 예배 드리고, 인터넷으로 구역에 속해 교제하고, 인터넷으로 목회자와 신앙상담도 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세례까지 받는다. 물론 헌금도 온라인으로 한다. 교회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거금을 들일 필요도 없다. 자신이 원하는 교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한국의 ‘사랑의교회’가 호화로운 초대형 교회건물로 말이 많은데, 까짓 거 더 호화롭고, 더 크게 지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만큼의 인터넷교인이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말인즉슨 그렇다. 예배당과 교제실과 카페, 정원과 체육관에 도서실까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멋지게 꾸밀 수 있다. 교인들은 예배 때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적당히 골라 앉을 수 있고, 옆 좌석의 교인들과 인터넷으로 인사도 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인터넷교회가 대세로 자리 잡을 날이 그렇게 멀지 않은지도 모른다.

직업상, 또는 개인적인 이유로 교회에 나가기 불편한 사람들에게 인터넷교회는 분명 매력이 있다. 목회자나 다른 교인들로부터 상처를 받을 일도 별로 없다. 교회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다른 인터넷교회로 옮기면 그뿐이다. 부담 같은 건 전혀 느낄 필요가 없다. 인터넷상으로 결혼도, 이혼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까짓 교회 옮기는 건 일도 아니다. 나 같은 구닥다리야 인터넷교회니, 인터넷예배니 하는 말들이 생소하고, 영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어려서부터 인터넷 환경 속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는 인터넷교회가 더 친숙해질 날이 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과학이 더 발달하면, 영화 ‘매트릭스’에서처럼 가상공간이 실제공간과 구별이 가지 않을 날도 올 수 있다. 인터넷상의 가상공간 속에서 아담과 하와가 될 수도 있고, 아브라함이나 모세가 될 수도 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나 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자신이 예수님이 될 수도 있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도 체험할 수 있고, 천국이나 지옥을 체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인터넷교회가 아니더라도, 기존교회를 떠나 나홀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목회자나 다른 성도들로부터 상처를 입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교회생활이 왠지 불편한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 교회공동체의 일원이 되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나, 기존의 교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다. 심지어는 자신이 신앙생활만 잘 하면 되지, 신앙과 교회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무교회주의자들도 있다.

언젠가는 기존의 교회들이 크게 위협받을 날이 올 것이다. 인터넷 거래가 실제 거래를 초과하는 게 시간문제이듯이,,, 그런 날이 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인터넷결혼이 진짜 결혼이 아니듯, 인터넷교회도 참 교회는 아니다. 때로는 부부싸움도 하지만, 살을 부비고 사는 게 진짜 부부다. 완벽한 부부가 어디 있나,,, 사이버 결혼은 사이버 결혼일 뿐이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갈등도 있고, 불편함도 있고, 부족함이 있어도, 얼굴 맞대고 부대끼며 지내는 게 교회다. 인터넷교회는 인터넷교회일 뿐이다.

여러 모로 부족한 모습의 교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지상교회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교회의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교회는 완전한 자들이 모인 곳이 아니다. 못난이들이 모인 곳이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못났는지를 절실히 아는 자들이 모인 곳이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마지막 날, 부활의 때에 우리가 완벽한 천상적 존재로 다시 태어날 것을 안다. 흠 투성이인 자가 흠 하나 없는 거룩한 자로 다시 태어나고, 죄로 죽을 수밖에 없었던 육신이 영원히 썩지 않을 영광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요한계시록 21장 2절에 나오는 ‘새 예루살렘’은 완성된 교회, 천상의 교회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상적 존재인 내가 불완전한 자이듯이, 지상교회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에 비유된다. 몸의 각 기관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몸을 이루고, 머리에 붙어 있다. 머리를 떠난 몸은 있을 수 없다. 성도들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로 교회의 일원이 되어,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께 붙어 있는 것이다. 몸의 여러 부분들이 몸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듯이, 각 성도들도 교회를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그 교회는 나홀로 교회도 아니고, 인터넷교회도 아니다. 성도들끼리 숨결을 느끼고, 몸으로 부대끼며, 함께 커가고 성숙해지는 교회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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