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90) - 냄새 좀 맡으며 살자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90) - 냄새 좀 맡으며 살자

정원교회 0 8807

지난 5일부터 일광절약제(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다. 뉴질랜드의 계절은 크게 여름과 겨울, 둘로 나눌 수 있다. 일광절약제를 기준으로 일년의 반은 비바람이 불고 추운 겨울이라 할 수 있고, 나머지 반은 해가 빛나고 따뜻한 여름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봄과 가을이 있지만,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는 것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는 유난히도 겨울이 길었던 것 같다. 그러나 창조주의 정하신 ‘때’를 거역할 수는 없는 법,,, 서머타임의 시작과 함께, 마침내 태양의 계절인 여름은 시작되었다.

서머타임을 기준으로 봄이 오고, 여름이 시작된다. 뉴질랜드의 여름은 환상적이다. 수정 같이 단단한 느낌을 주는 남색 하늘과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환상적이다.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해내는 바다는 보석과도 같다. 하늘도, 바다도, 들의 나무와 풀과 꽃들도 새들과 함께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듯하다. 서머타임이 시작되면서, 여름의 냄새가 하늘과 땅과 바다에 가득 차 나간다.

자연에는 냄새가 있다. 겨울에는 겨울의 냄새가 있고, 여름에는 여름의 냄새가 있다. 이민 와서 처음 몇 년 동안의 계절의 냄새에 그다지 민감해 하지 않았다. 겨울은 겨울대로의 맛이 있어 좋고, 여름은 여름대로의 맛이 있어서 좋았다. 겨울의 차갑고 상큼한 공기도 좋았고, 비 오는 날의 낭만도 좋았다. 나이 탓일까, 아니면 이제야 계절의 맛을 아는 것일까,,, 요즘 들어서는 겨울보다는 여름의 맛이 확실히 좋게 느껴진다.

사람에게서도 이제는 다른 맛과 냄새를 느낀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사람의 맛과 냄새에 상당히 둔감한 편이었다. 냄새가 너무 고약하지만 않다면, 크게 개의치 않고 웬만한 사람의 냄새는 다 받아 들일 수 있었다. 맛을 모르고, 냄새를 못 맡아서가 아니다. 어지간한 인간의 냄새는, 설사 좀 추하더라도,,, 한 잔의 술로 대부분 받아낼 수 있었다. 굳이 냄새에 민감해 하지 않았다. 다양한 인간의 냄새들을 넉넉히 받아내며, 삶을 달관하기라도 한 사람인 양 지냈다.

신앙을 갖고 신앙생활을 해나가면서 맛과 냄새를 구별하기 시작했다. 이련 현상이 좋은 것인지, 아닌지는,,, 시간이 더 지나 봐야 알 것 같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에게서 나는 맛과 냄새에 상당히 예민해졌다는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악취를 견뎌내기 힘들어 하는 자신을 본다. 아이러니한 것은,,, 점차 내게서 나는 악취에는 둔감해지고, 남에게서 나는 악취에는 민감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정말 그렇다면 보통 심각한 현상이 아니다. 바리새인 냄새,,, 설마 내게서???

인간의 감각 중에서 가장 빨리 적응하는 게 후각이다. 특히 익숙한 냄새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적응한다. 아침마다 만나게 되는 자신의 배설물에서 악취를 느끼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구수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남이 배설해놓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진동하는 악취에 구역질이 난다. 이게 인간이다.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에는 둔감해지고, 남에게서 나는 냄새에는 민감해지는 게 인간이다. 바리새인이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자신 안에 있다. 정말 냄새를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의 냄새를 잘 맡는 사람이다.

주님께서 귀신(악령) 들려 눈 멀고 말 못하는 사람을 고쳐주시자, 바리새인들은 귀신(악령)의 왕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악령)을 쫓아낸 것이라며 주님을 모독하였다. 그러자 주님께서는 그들을 질책하시며 말씀하셨다. “선한 사람은 그 쌓은 선에서 선한 것을 내고, 악한 사람은 그 쌓은 악에서 악한 것을 낸다”(마 12:35).

사람은 자신이 쌓은 것을 말로 토해낸다. 그런데 여기서 ‘쌓은’으로 번역된 단어는 원래 ‘보물상자’라는 뜻의 명사다. 보물상자란 문자 그대로, 보물을 담아두는 상자다. 보물상자에 들어있는 것이 그 사람에게는 보물인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보물처럼 귀하게 여기는 것을 자신 안에 있는 보물상자에 쌓으며 산다. 그러다 그 보물을 꺼내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즉, 자신이 정말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가,, 그 사람이 하는 말로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자신 안에 무엇을 쌓아 두었느냐 이다. 바리새인들은 이스라엘의 가장 거룩한 자들이었지만, 그들의 속에 쌓여있던 것은 배설물보다 심한 악취를 풍기는 악이었다. 바리새인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일주일에 두 번씩 금식하고, 하루에 세 번씩 기도하고, 성경에도 능통한 사람들이었으며,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사람들이었다.

두 부류의 인간이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악령 들려 눈 멀고, 말 못하는 자와,,, 거룩하고, 율법에 밝고, 말 잘 하는 자,,, 악령 들린 자와 거룩한 자, 눈 먼 자와 율법에 밝은 자, 말 못하는 자와 말 잘하는 자,,, 그러나 대 반전이 일어난다. 악령에게 사로잡힌 죄인에게서는 악령이 쫓겨 나가고, 눈이 뜨이고, 입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다른 한 무리, 바리새인들의 영적인 눈은 멀었으며, 그들의 입에서는 악이 쏟아져 나왔다.

열매를 보고 나무를 알 수 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사람은 말로 자신의 열매를 나타낸다. 말은 자신이 살면서 보물처럼 귀하게 여기며 쌓아놓은 것이 무엇인지를 나타내는 자신의 냄새다. 과일은 향기로 말하고, 사람은 말로 자신을 나타낸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내가 누구인가?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나타낸다.

서머타임이 시작되었다. 겨울은 끝나고, 찬란한 빛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겨울은 겨울을 말하고, 여름은 여름을 말한다. 맺히는 열매가 나무를 말하고, 입에서 나오는 말이 자신을 말한다. 냄새 좀 맡으며 살자.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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