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99) - 사랑은 조건이 없다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99) - 사랑은 조건이 없다

정원교회 0 8671

위리엄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이란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기에 적힌 먹빛이 흐려질수록
당신의 사랑 흐려진다면
저는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
아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젊은 날 연인에게서 받은 사랑의 편지를 보면서,,, 이 글씨가 흐려진다면 당신을 향한 내 사랑도 흐려질 겁니다. 그러나 이 글씨가 흐려질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젊은 날, 그대를 향한 나의 사랑은,, 지금도 영광의 빛이 되어, 내 안에 살아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주님의 피는 지금도 모든 믿는 자들의 마음에 새겨져 있다. 그 피가 없다면 기독교 신자라고 말할 수 없다. 그 피는 흐려지는 법도 없고, 변질되는 법도 없다. 그 피는 주의 사랑으로 우리 안에 지금도 선명히 새겨져 뜨겁게 흐르고 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신자는 없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고 있는지,,, 아니 과연 주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그렇게 쉽게 답할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주님께서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명령하셨다. 십자가의 죽음을 앞두시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사랑의 계명을 강조하셨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킬 것이고(요 14:15), 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내 말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요 14:24). 주님을 사랑하는 만큼 남도 사랑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남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는 주님도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과연 나는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부끄러움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사랑을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사랑의 삶을 살기란 매우 어렵다. 그런데 사랑을 어렵게 생각하면 사랑하기가 더 어렵다.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단순하게 사랑하는 게 진짜 사랑이다. 사랑의 조건을 찾기 시작하면, 사랑하지 못한다. 사랑은 조건이 없다. 내가 너희를 무조건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무조건 사랑해라,, 조건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고,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주님께서 우리에게서 조건을 찾으셨다면, 주의 사랑을 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아무 조건 없이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조건 없이 서로 사랑하라,, 이것이 주의 계명, 즉 명령이다.

영국의 여류시인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이 쓴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라는 시가 있다. 장애인이자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엘리자베스가 여섯 살 연하의 젊은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들이며 쓴 시라고 한다.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다른 아무 것도 아닌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이렇게 말하지는 말아주세요.
‘당신의 미소와 외모와 부드러운 말씨 때문에 당신을 사랑해.’

연민의 정으로
내 볼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마음으로도 사랑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위로를 오래 받으면 우는 걸 잊고
그래서 당신의 사랑까지 잃으면 어떡해요.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해주세요.
사랑의 영원함으로만 저를 사랑해주세요

시인은 미남 청년 시인 로버트가 측은지심이나 동정심 때문에서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그런 동정심이 아니라, 오직 사랑만을 위하여 사랑해달라고 노래한다. 일체의 조건이 붙지 않는 사랑, 그 사랑만이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기에,,

사랑하는 데 어떤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들이 변질되거나 사라지는 순간, 그 사랑도 변질되고 사라진다. 이런저런 조건들이 붙는 순간, 그 사랑은 이미 위험에 빠진 것이다. 조건이 붙는 사랑은 조건이 변하면 변하는 사랑이다. 그냥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거고,,, 사랑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랑이 진짜 변하지 않는 사랑이다.

사랑하는 데 조건이 많이 필요하다는 말은,, 사랑하지 못할 조건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기 시작하면,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누구에게나 흠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어야 진짜 사랑이다. 이런 면에서,, 믿음은 사랑을 배우는 훈련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십자가의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이다. 우리를 향하신 주님의 사랑에는 아무 조건도 없었다. 만약 주님께서 조건을 보셨다면 주님의 사랑을 받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성경은 심지어 우리를 하나님의 원수였다고 말한다(롬 5:10). 우리 마음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고, 우리 안에 뜨겁게 흐르고 있는 주님의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이다. 이런 사랑이 없는 믿음은, 설사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라 할지라도,,, 헛것이다(고전 13:2).

그 사랑의 내용은 무엇인가? 성경은 사랑은 모든 것을 참아내는 것이라고 말한다(고전 13:4-7). 그리고 사랑은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고,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말과 행동이 무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한 무례한 말과 행동에 대해서 성내지 않고, 상대방이 행한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고, 즉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참아내며, 오직 사랑만을 위해 사랑하라. 조건 없는 사랑,,, 주님께서 명령하신 사랑이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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