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병의 아침 묵상 조용히 임하는 천국

기독교


 

채원병의 아침 묵상 <162> 조용히 임하는 천국

일요시사 0 2681
주님께서 마지막 가시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어머니 마리아와 이모와 글로바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 그리고 주께서 사랑하시는 제자였다. 이 제자는 요한복음을 쓴 사도 요한을 말한다.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십자가의 때’에 주님 곁에 있던 다섯 사람,,, 그들은 모두 깊은 슬픔에 잠겨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주님 눈에 들어온 사람은 어머니였다. 주의 어머니 마리아는 처음부터 자기 몸에서 태어나실 분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처녀 시절에 성령으로 임신을 했고,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어 하나님의 아들을 잉태하였음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다(눅 1:35). 그러나 인간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태에서 열 달을 품고 있었고, 산통을 겪고 난 아들이고, 젖을 먹이고, 대소변 갈아주고 닦아주며 정성껏 키운 육신의 아들이기도 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하나님의 아들로서 마지막 가시는 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육신의 아들로서 마지막 보내는 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십자가 곁에 서 있던 다섯 사람 중에서도 가장 아파하고 슬퍼했던 사람은 어머니였다. 예수님께서도 이런 어머니를 남겨두고 가시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셔서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하셨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자,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이때부터 사도 요한은 주의 어머니를 자기 집에 모셨다.

사도 요한은 주님께서 인류구원이라는 십자가의 대 사명을 이루시는 중요한 사건에서 이 내용을 왜 기록으로 남겼을까,,, 주님께서는 마지막 가시는 길에서도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자였다는 것을 후세에 알리고 싶었을까? 아니면, 자기가 주의 어머니를 모셨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까? 물론 모두 아니다.

요한복음에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가 두 군데에서 소개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2장에 나오는 ‘가나의 혼인잔치’ 이야기다. 가나의 혼인잔치는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신 기적 이야기다. 예수님으로 인해 이 세상에 임하게 될 하나님 나라의 풍성한 은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적 이야기다. 

당시의 대화를 살펴보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갈리리 지방의 가나라는 곳에서 있는 결혼식에 가셨는데, 어머니 마리아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혼인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져 주인이 큰 낭패를 보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고, 예수님에게 저들에게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말하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여자여, 그것이 나와 당신께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내 때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저들에게 포도주가 떨어진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십니까? 나는 이런 일이나 하러 이 세상에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아직은 ‘내 때’가 아닙니다. 진정한 기적은 “내 때’가 오면, 그 때 비로소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런 뜻이다. 

물론 여기서 ‘내 때’란 십자가의 때를 말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때’가 아직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셨다. 주님께서는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통해서 ‘내 때’가 되면, 하나님의 나라가 얼마나 풍성하게 임하게 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셨던 것이다. 이제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내 때’가 이르렀다. 하나님의 나라는 주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써 비로소 우리에게 나타나게 된다. 주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 고통의 시간이야말로 큰 구원을 이루기 위한 ‘주님의 때’다. 이제 이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주님께서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보여주셨던 것처럼, 풍성한 하나님의 나라가 주를 믿고 따르는 자들에게 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창세이래로 가장 위대한 순간인 ‘이 때’에 상당히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다. 자기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 요한에게 부탁하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류구원이라는 위대한 역사를 이루고 계신 분께서 하신 일치고는 너무나 개인적인 부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주님께서 보여주신 이런 인간적인 모습이야말로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 가운데 어떻게 임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기적은 우리의 삶 가운데 요란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렇게 기적을 동반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임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현실 가운데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인간적인 모습에서부터 시작된다. 물처럼 밋밋한 세상을 살 맛 나는 세상으로 바꾸는 기적은 요란하게 나타나지도 않고, 슈퍼맨이 나타나서 일으키는 것도 아니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손에서부터 기적은 시작이 된다. 그것은 바로 인간미가 있는 따뜻한 마음이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어머니에게 보여주신 인간적인 따뜻한 모습이야말로 하나님의 나라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주님께서는 누가복음 13장 18절 이하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마치 사람이 자기 채소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아서,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게 되었다는 비유다. 겨자씨는 너무 작아서 채소밭에 심어 봐야 눈에 띄지도 않는다. 하나님의 나라도 그런 모습으로 시작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작지만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이 된다. 그것은 너무 작아서 크고 위대한 일들 사이에서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이런 작은 일들을 통해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시는 가나의 혼인잔치의 기적을 이루어 가신다. 

크고 풍성한 하나님의 나라는 작은 인간관계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십자가의 그 때’에 주께서 어머니에게 보여주신 인간적이고 사사로운 모습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야 할 우리의 모습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나라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자. 하나님의 나라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이 된다.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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