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정율 스님 '문화축제'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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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정율 스님 '문화축제' 리허설

일요시사 0 3320
성악가 정율 스님 '문화축제' 리허설

"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오 아베마리아."

1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에 카치니의 '아베마리아'가 울려 퍼지자 기도하던 신자들이 하나둘 눈을 떴다. 노래를 부른 이의 복장이 이색적이었기 때문일까.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단상에 올라 구슬픈 아리아를 부른 주인공은 성악가 정율 스님(사진). 황토색 가사를 입은 스님과 성당 곳곳의 마리아 조각상이 묘한 조화를 이뤘다. 그는 명동대성당 문화축제 기간인 오는 27일 성당에서 특송을 부른다. 이날은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이자 예수가 부활해 성령을 보냈다는 성령강림대축일이다.

"1988년부터 삼소음악회를 통해 종교 간 화합을 위한 음악을 해왔어요. 초파일에 추기경님이 조계종 본사에 오셔서 축하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 전날 제가 명동성당에서 노래를 부른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런 자리를 준비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스님이 성당 단상에 오른 건 법정 스님이 유일하다. "부처님, 하느님, 마리아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언어의 고정관념에 불과해요. 모든 성인들의 뜻은 같아요. 인간들이 선하게 살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그는 20년 넘게 종교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내 부모가 중요하면 다른 사람의 부모도 중요해요. 그런 마음으로 다른 종교를 포용해야 합니다."

그는 종종 빚어지는 종교 간 마찰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아빠는 불교, 엄마는 기독교, 아들은 이슬람교가 가능한 국가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예요. 그만큼 대한민국은 종교에 대한 포용력이 큰 나라입니다. 한국 사람 특유의 심성과 관용 덕분에 가능한 것 같아요." 이날 리허설을 마친 그는 27일 낮 명동성당 교중미사에서 가곡 '향심'과 성악곡 '아베마리아'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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