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교리도 [敎理圖]란?
개요
원불교 교리의 핵심을 간단한 도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교리도’는 1932년(원기17) 발행한 《보경육대요령》에 처음 등장하며, 1943년(원기28)의 《불교정전》을 거치면서 보강되며, 1962년(원기47)의 《원불교교전》에 이르러 완성을 보았다. 이는 중앙 상단에 법신불 일원상(◯)을 배치하고, 이를 받아 직사각형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중앙에 일원상의 의미와 게송, 왼쪽에 인과보응의 신앙문 아래 사은과 사요, 오른쪽에 진공묘유의 수행문 아래 삼학과 팔조를 배치했다. 그리고 네 귀에 사대강령을 하나씩 배치하여 전체가 거북 모양으로 보이는 도면에 원불교 교리의 강령을 담았다.
육대요령의 교리도
《육대요령》은 1932년(원기17)에 발행되었다. 《육대요령》의 ‘교리도’는 상단에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가 있고, 중단에 공부의 요도 삼강령(삼학) 팔조목이 있고, 하단에 훈련의 조목이 있다. 사은사요를 인생의 요도라 하는 것은 사은사요가 인생으로서 마땅히 밟아야 할 요긴한 길이라는 뜻이다. 사은에 있어서 보은은 천지만물, 모든 생령에게 보은의 도리를 행하는 것이며, 사요의 실천도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인생의 요도란 인류 전체에 대해서 마땅히 행해야 할 요긴한 길이다.
천지ㆍ부모ㆍ동포ㆍ법률의 밑에 각각 피은ㆍ보은ㆍ배은이 있는데, 이는 사은의 은혜 입음(피은)을 알고, 은혜 갚음(보은)을 알고, 은혜 배반(배은)을 알아서 은혜를 갚을지언정 배은을 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사요는 남녀권리동일(자력양성), 지우차별(지자본위), 무자녀자 타자녀교육(타자녀교육), 공도헌신자 이부사지(공도자숭배)로 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가 자력을 양성해서 권리가 동일해야 하며, 지자와 우자를 구별해서 지자를 본위로 하여 배우며, 무자녀자는 타자녀를 교양하는 타자녀교육을 하며, 공도헌신자를 아버지와 같이 섬기는 공도자숭배를 하자는 것이다.
삼강령 팔조목을 공부(수행)의 요도라 한 것은 공부인으로서 마땅히 밟아야 할 요긴한 길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세상에서 살려면 사람으로서의 인격을 갖추어야 하며, 그 인격을 갖추는 길을 삼강령 팔조목으로 밝힌 것이다. 삼강령은 정신을 수양하는 정신수양과 일과 이치를 연구하는 사리연구와 작업을 취하고 버리는 작업취사로, 사람의 최고인격을 갖추는 길이다.
삼강령 밑에 팔조목이 있다. 삼강령 수행을 하는데 진행해야 할 신ㆍ분ㆍ의ㆍ성과 버려야 할 불신ㆍ탐욕ㆍ나ㆍ우가 있다. 하단에 훈련의 조목이 있으며,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으로 되어 있다.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는 원문의 핵심이 밝혀져 있으며, “1조는 응용 시 취사할 일, 2조는 응용 전 연마할 일, 3조는 공간시 경전연습할 일, 4조는 공간시 연구할 일, 5조는 공간시 수양할 일, 6조는 응용 후 대조할 일”이다. 이 6개조의 내용을 핵심적으로 집약해서 밝혔기 때문에 ‘교리도’를 보면 상시응용주의사항의 공부길을 잡게 된다.
정기훈련법은 전문과정이라 하여 염불ㆍ좌선의 수양과목과 경전ㆍ강연ㆍ회화ㆍ문목(의두요목)ㆍ성리ㆍ정기일기의 연구과목과 주의ㆍ조행의 취사과목을 밝히고 마지막에 수시설교가 있다. 그리고 가운데에 공부인이 교무부에 와서 하는 책임(교당내왕시주의사항) 6조가 밝혀져 있다. 6개조의 내용을 집약해서 “1조는 경과보고할 일, 2조는 감각제출할 일, 3조는 의두 양해(諒解)할 일, 4조는 정기 입선할 일, 5조는 3ㆍ6일 예회 참례할 일, 6조는 왕반(往返) 시 득실 대조할 일로 밝혀져 있다. 훈련의 조목은 상시훈련법과 정기훈련법을 서로 연관 지어 밝히고 그 가운데에 공부인이 교무부에 와서 하는 책임을 밝혔는데 이는 정기와 상시를 연결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육대요령》은 소태산이 책가위가 망가지도록 많이 읽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소중하게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사은사요와 삼강령 팔조목의 교리강령과 훈련의 조목이 인간생활과 가장 밀접한 현실을 중심으로 밝혔기 때문에 원불교 교리의 기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그 ‘교리도’에는 일원상이 없는데, 이는 당시 교리체계에 있어서 사은이 신앙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천지 팔도의 내용이 곧 일원상진리임을 알 수 있다.
불교정전의 교리도
1943년(원기28) 3월에 소태산이 친감하여 발행한 《불교정전》의 ‘교리도’는 그해 1월에 먼저 발표된 것이다. 여기에는 중앙에 일원상, 왼편에 사은과 보은의 대요,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있고, 오른편에 삼학팔조와 무시선 무처선이 있으며 네 모서리에 사대강령이 있다.
중앙의 일원상은 우주만유의 본원이며, 제불조사 정전의 심인이며, 청정법신비로자나불이라 되어 있다. 현 《정전》의 ‘사요’란에 사요는 없고 ‘보은의 대요’가 밝혀져 있다. 보은의 대요와 보은의 강령은 같은 뜻이다. ‘천지 보은의 대요’를 응용무념의 도라 했다. ‘천지보은의 강령’에는 “천지의 도를 체받아서 실행할 것이니라”로 되어 있다. 천지에는 여덟 가지 도가 있지만 그 도는 모두 응용무념의 도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천지보은의 대요를 응용무념의 도라 한 것이다. ‘법률보은의 대요’를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도’라 했다.
《정전》의 ‘법률보은의 강령’에는 “금지하는 조건으로 피은이 되었으면 그 도에 순응하고 권장하는 조건으로 피은이 되었으면 그 도에 순응할 것이니라”로 되어 있다. ‘금지하는 조건으로 피은이 되었으면 그 도에 순응하고’를 요약하면 불의를 제거하라는 것이며 ‘권장하는 조건으로 피은이 되었으면 그 도에 순응할 것이니라’를 요약하면 정의를 세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률보은의 대요를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세우는 도라 한 것이다.
원불교교전의 교리도
① 일원종지:《원불교교전》의 ‘교리도’는 1962년(원기47) 《불교정전》을 《정전》으로 개편할 때 수정되었다. 《원불교교전》의 ‘교리도’는 《불교정전》의 ‘교리도’와 대체적으로 같으나 ‘게송’을 넣어 일원상진리를 요약하고 신앙문 ‘보은의 대요’ 자리에 ‘사요’를 넣었으며, 사대강령의 ‘불교보급’을 ‘불법활용’으로 바꾸었다. 중앙에 일원종지를 밝히고 좌우에 인과보응의 신앙문과 진공묘유의 수행문을 밝혔다.
신앙문에는 사은사요를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집약하고 수행문에는 삼학팔조를 ‘무시선 무처선’으로 집약했다. 그리고 사대강령으로 네 모서리를 장식했다. 일원상의 진리를 ‘법신불’이라 했는데, 법신불은 인격불이 아니고 진리불의 의미이다. 불교에서는 법신을 체성적인 의미로 보나 원불교에서는 체성적인 의미와 작용적인 의미까지도 포함한다. 일원상의 진리는 우주만유의 본원이면서 제불제성의 심인이며 일체중생의 본성이다. 또한 일원상의 진리를 게송으로 요약했다.
유라는 변화의 면과 무라는 불변의 면으로 보아 돌고 돈다 하여 서로 바탕이 된다고 했다. 궁극적 경지에서 보면 변과 불변을 나누어 볼 수 없는 경지이다. 그리고 구공이라는 초월적 경지와 구족이라는 내재적 경지를 ‘구공 역시 구족이라’ 하여 구공과 구족이 일치한 것이라 했다. ‘교리도’는 일원상 진리를 중심으로 인과보응의 신앙문과 진공묘유의 수행문을 밝힌 것이다.
② 인과보응의 신앙문:‘교리도’에 사은사요를 ‘인과보응의 신앙문’이라 했다. 신앙문이란 신앙의 대상과 신앙의 방법을 말한다. 사은이 신앙의 대상이라면 사은에 대한 보은과 사요의 실천은 신앙의 방법이다. 사은은 천지만물과 허공법계와 모든 인류의 내용이다. 사은의 서로의 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다. 원인을 지으면 반드시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난다. 사은에 보은하면 자신이 행복해지고 세상이 평화롭게 된다. 사은에 배은하면 자신이 불행해지고 세상이 혼란해진다. 그래서 사은을 인과보응의 신앙문이라 한 것이다.
“인과보응의 이치가 음양상승(陰陽相勝)과 같이 되는 줄을 알며”(《정전》 일원상법어)라 했다. 인과보응은 음양상승의 도에 따라 되는 것이다. 음양상승이란 음이 지나면 반드시 양이 나타난다는 것으로, 이와 같이 인을 지으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은을 신앙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우주만유 전체가 죄복을 직접 내려주는 사실적 권능이기 때문이다”(《대종경》 교의품8). “일원상의 내역을 말하자면 즉 사은이요 사은의 내역을 말하자면 즉 우주만유로서”(《대종경》 교의품4)라 했다. 일원상과 사은과 우주만유는 그 내용이 같다는 것이다.
또 사은사요 밑에 ‘보은즉 불공’이 있는데, 보은하는 것과 불공하는 것도 그 내용이 같은 것이다. 그리고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있다. 처처불상은 우주만유 전체가 부처라는 것이다. “우주만유 전체를 다 부처님으로 모시고 신앙하여 모든 죄복과 고락의 근본을 우주만유 가운데에 구하게 되며”(《대종경》 교의품12)라 했다. 소태산은 신앙의 대상을 죄복의 권능자로 보고 있는데, 그 죄복의 권능자라는 것은 우주만유 전체를 초월한 절대자가 아니라 우주만유 전체가 바로 죄복의 권능자인 것이다.
선천시대의 종교는 절대적 진리나 절대자를 신앙의 대상으로 했으나, 후천시대의 종교는 우주만유 전체라는 눈앞에 보이는 대상에서 절대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사불공은 실지불공이 중심이 된다. 그러나 기도라는 진리불공도 포함된다. 기도라는 진리불공은 실지불공의 바탕이 되지만 기도의 위력은 실지불공을 통해서 실현된다. 기도의 위력은 지극한 정성으로 하늘이 감동하는 것이다. 지극한 정성은 신명을 다 바친 경지이다. 신명을 다 바친 기도의 정성이 실지불공으로 나타나야 한다. 실지불공의 대상은 천지만물과 모든 사람이다. 모든 사람을 바로 나로 알고 나에게 쏟는 모든 정성을 모든 사람에게 쏟아야 한다. 기도에서 체득한 무아의 경지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베풀어야 한다.
③ 진공묘유의 수행문:‘교리도’에는 삼학팔조를 ‘진공묘유의 수행문’이라 했다. 삼학수행은 진공으로 체를 삼고 묘유로 용을 삼으라는 것이다(《정전》 무시선법). 곧 마음을 텅 비워서 올바르게 잘 쓰라는 것이다. 삼학병진은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한다”(《정전》 상시응용주의사항)로 생각할 수 있다. 마음을 텅 비우면 온전해지고 온전하면 바른 판단이 되고 판단이 잘되면 바른 취사가 된다. 정신수양은 마음을 텅 비워 두렷하고 고요하게 해 경계를 대해서 그 일 그 일에 일심을 한다. 사리연구는 밝게 분석하고 빠르게 판단한다. 작업취사는 옳은 일을 죽기로써 실행한다.
팔조는 진행 건으로 신ㆍ분ㆍ의ㆍ성과 사연건(버리는 조목)으로 불신ㆍ탐욕ㆍ나ㆍ우로 되어 있다. 삼학수행을 하면 삼대력이 얻어진다는 것을 굳게 믿고 삼학수행에 분발심을 일으켜 정성으로 정진한다. 삼학팔조 밑에 ‘동정간 불리선(動靜間不離禪)’이 있다. 동정간에 선을 여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시선 무처선이 있다. 무시선 무처선을 《정전》 ‘무시선법’에서는 ‘무시선’으로 요약하고 있다. 무시선의 강령은 “육근(六根)이 무사(無事)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有事)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정전》 무시선법)이다.
‘육근이 무사하면’은 ‘비교적 한가하면’이며, ‘육근이 유사하면’은 ‘경계를 당하면’이라는 뜻이다. “이 일을 할 때에 저 일에 끌리지 말고 저 일을 할 때에 이 일에 끌리지 말아서 오직 그 일 그 일에 일심만 얻도록 할 것이요”(《대종경》 수행품2)라고 했다. 활동할 때 그 일 그 일에 일심한다는 것은 그 일을 할 때 그 일만 하고 다른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생각을 하면 그것이 잡념이다. 이 일을 할 때 저 일에 끌리는 것이다. 잡념은 잘못된 생각만이 아니라, 정당한 생각이라도 때에 맞지 않으면 잡념이다.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자’는 것은 경계를 당해서 불의를 제거하면서 정의를 실행하는 것이다. 자신도 불의한 일을 안 하면서 국가, 사회의 불의를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리도’의 네 모서리에 사대강령이 있다.
1937년(원기22)경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이 총부에 왔는데, 당시 신흥종교들이 독립운동을 한다는 정보가 있어 ‘불법연구회’를 조사하여 잘못되었으면 간판을 떼러 온 것이었다. 그가 귀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고 물었을 때, 소태산은 일원상을 종지로 하여 사은사요와 삼학팔조를 실천한다고 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 알기 쉽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소태산은 정각정행, 지은보은으로 불교보급을 해서 진충보국(무아봉공)을 하는 것이라 했다.
경무국장은 다른 내용은 몰랐으나, 진충보국이 강조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으로 알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여 간판을 떼지 않고 서울로 올라갔다고 한다. ‘진충보국’이라는 조목에 ‘무아봉공의 대승행으로써’(《불교정전》 초판본)라는 구절이 있다. 진충보국이라는 조목을 후에 무아봉공으로 고친 것은 원래의 의미를 되살린 것이다.
교리도의 의의
‘교리도’는 원불교 교리의 대요를 함축하여 표현한 도형이다. 소태산은 이를 최초의 경전인 《육대요령》에서 밝혀 누구나 교리를 쉽게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발전시켜 《불교정전》에서는 일원상 종지를 드러냈고, 이를 완정하여 《원불교교전》에 수록했다.
따라서 이에는 원불교 교리의 핵심이 간추려져 있는데, 소태산은 1943년(원기28) 1월에 ‘교리도’를 발표하면서 “내 교법의 진수가 모두 여기에 들어 있건마는 나의 참뜻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꼬. 지금 대중 가운데 이 뜻을 온전히 받아갈 사람이 그리 많지 못한 듯하니 그 원인은, 첫째는 그 정신이 재와 색으로 흐르고, 둘째는 명예와 허식으로 흘러서 일심 집중이 못 되는 연고라, 그대들이 그럴진대 차라리 이것을 놓고 저것을 구하든지, 저것을 놓고 이것을 구하든지 하여, 좌우간 큰 결정을 세워서 외길로 나아가야 성공이 있으리라”(《대종경》 부촉품7)고 했다. 〈韓正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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