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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이야기> 혜민스님에게 듣는 소확행/ 내 행복의 결정권을 절대 남에게 넘겨주지 마세요

일요시사 0 92

행복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행복을 꿈꾸지만, 정작 지금 행복하다는 사람은 드물다. 올해 우리사회를 관통한 키워드 중 하나는 ‘소확행小確幸’이다. 

소확행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지금 현재 삶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고도 확실한 행복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해년 새해를 맞이하며 마음치유학교장 혜민 스님을 만났다. 우리시대 대표 ‘힐링 멘토’ 혜민 스님이 전하는 지금 이 순간 확실한 행복을 누리는 방법.


|    맛있는 커피를 잘 감상할 때


“저는 걷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겨요. 삼청공원을 따라 말바위에 오르는 시간은 제게 정말 소중합니다. 낙산공원과 남산 산책로도 자주 걷지요. 해 지는 걸 볼 때 참 좋습니다. 음악이 주는 행복도 큽니다. 도반과 만나는 시간도 행복하고요. 서점에서 책 몇 권을 골라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제게 행복감을 줍니다.”
쉽고 따뜻한 언어로 대중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혜민 스님에게 스님의 소확행을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혜민 스님이 반문했다. “당신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혜민 스님은 “옛날에는 많은 이들이 큰 아파트, 좋은 직장, 좋은 차에서 행복이 온다고 믿었다면, 지금 시대는 행복의 기준이 다양해지고 개별화됐다”고 오늘날 소확행 현상을 진단했다. 요즘 사람들은 이제 행복의 가치를 타인의 시선에 두지 않고 내 마음을 살펴 전념한다. 그렇기에 소소하더라도 확실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소확행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소확행이란 삶을 감상하는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계속해서 생겨나고 사라지는 삶 속에서 순간을 잘 감상하는 것이지요. 좋은 날씨를 감상할 줄 아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커피가 맛있다는 것을 잘 감상할 때 우리는 행복합니다.”
삶속에서 나를 감상할 줄 아는 능력은 알아차림과 연결되어 있다. 알아차림을 더 잘 할수록 나를 감상할 수 있는 힘이 커지는 것. 자신을 감상한다는 것은 나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힘이기 때문이다. 혜민 스님은 “그게 사띠sati죠” 하고는 “마음이 불행에 빠져있으면 안돼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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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배문

                     
Q.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A. “왜 좋아하는 게 없는 줄 아세요? 어렸을 때 자신이 요구하는 것, 자신의 바람에 귀 기울일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에요. 한 순간이라도 멈춰 서서 ‘아 내가 뭘 하면 좋아하지?’ 하고 스스로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누가 항상 결정해주거나,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됩니다. 그런 분들은 행복을 찾기 위해 아주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커피숍에 가서 내가 뭘 먹고 싶은지 정확하게 찾아내세요.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은지, 짜이라떼를 먹고 싶은지. 정말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세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려 보세요. 그게 소확행의 시작입니다. 행복의 요소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주도성을 내가 가지고 사는가?’입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선택하는 것이죠. 내 행복의 결정권을 절대 남에게 넘겨주지 마세요.”

Q. 부처님은 소확행을 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A. “지족知足, 지금 족한 바를 아는 마음이라 하시지 않았을까요. 우리가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족한 바를 모른다면 항상 불만이 생깁니다. 항상 더 가져야 하고, 탐하게 됩니다. 그게 아니고 작은 것에서 감사할 줄 알고 삶을 감상할 줄 아는 것이 부처님이 말씀하신 지족하는 마음이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열반은 탐진치가 없어진 상황입니다. 열반은 상락아정常樂我淨, 항상 즐거움과 행복이 있는 상태를 이야기하셨어요. 즐겁고 행복하려면 뭔가를 자꾸 더 구해야 하고 더 가져야 하는 이러한 마음이 멈췄을 때 가능합니다. 소확행을 잘 하면 갈구(탐貪)하는 마음과 성(진嗔)내는 마음을 멈출 수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Q. 우리가 소확행을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가장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느끼고 감상할 줄 알 때 그것을 멈출 수 있어요. 그 순간이 그대로 온전한 것이지, 어디로 가기 위한 목적으로, 수단으로 사용된 시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확행을 잘 누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더 구하는 마음을 멈추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이런 마음이 멈춰졌을 때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정말로 소확행을 잘 하면, 마음이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상태가 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열반으로 가는 마음 상태를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상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행복이 혼자서 온 것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볕이 좋아서 행복하다면, 이 행복은 좋은 날씨가 만든 것이죠. 내 행복이 다른 요소들에 의지해서, 인연해 일어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나의 소소한 행복이 다른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전해집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이 괴로워하면 내가 함께 나눠줄 수도 있겠지요.”

Q. 새해를 맞이하며 월간「불광」 독자에게 소확행을 위해 잊지 말아야 할 팁 하나를 소개해주십시오.

A. “굳이 행복이 뭐냐고 나 스스로에게 묻기를 바라요. 그게 나한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옷 사이즈를 하나만 맞춰 놓고 몸을 옷에 맞추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옷을 맞춰 입는 것입니다. 소확행은 남한테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오는 새해는 자신의 행복을 남한테 묻지 않고 자기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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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배문

|    큰 목표로 향하되,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혜민 스님이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보조개가 움푹 들어가도록 활짝 웃었다. 매 순간 작은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스님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을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일, 소확행을 잘 누린다는 것은 마음이 온전히 현재에 있다는 것. 그래서 이 순간이 곧 행복인 것이다.

한편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널리 퍼지게 되자 소확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늘었다. “어째서 오늘날 청춘들은 큰 꿈을 성취하는데 오는 행복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행복에 매달리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비판들에 대해 스님은 “소확행을 추구한다고 해서 큰 꿈의 성취라던가 소망을 버렸다고 생각하진 않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소확행을 추구한다고 ‘삶의 큰 목표를 포기했다’는 것이 아니죠.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도 지금 현재의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소확행은 결과만을 중시하는 마음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마음이에요. 우리는 어떤 곳을 가기 위해 걷기도 하지만 그 걷는다는 것을 즐길 수도 있죠. 과정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내가 순간순간 내 마음을 감상하면, 그 순간 자체가 완성의 시간입니다. 어디에 도달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가 온전한 시간이죠. 그래서 소확행은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스님과 마음의 고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다. 스님은 질문을 귀 기울여 듣고 긍정하고 맞장구치고 솔직한 마음으로 조언하며, 마치 오래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래서 스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우리는 흔히 타인의 말에 일희일비한다. 스님이 각종 매체에 등장할 때 스님 이야기에 위안받는 사람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좋지 않은 댓글을 다는 이도 있는데 스님은 어떠신지, 스님의 행복을 해칠까 걱정된다고 말이다.

“아이고, 그런 말이 많죠.(웃음) 음. 사람마다 상이 있습니다. 스님은 이래야 해, 엄마는 이래야 해, 정치인은 이래야 해 등등. 그 상에 맞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 되고요. 하하. 하지만 제가 모든 이의 상에 맞출 수는 없습니다. 그 누구도, 부처님께서도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우리는 자기 삶을 살 때 타인의 의견들을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내 운명을 그 사람들 손에 좌지우지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내 인생을 살아야 하고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요.”
하여, 스님은 노래 한 곡을 추천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그건 네 생각이고’. 스님은 “타인의 생각을 무시하라고 살라는 말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면서도 상대방과의 관계를 해지지 않는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혜민 스님은 “지금 행복해야 비로소 행복하니, 힘들다고 내일로 미루지 말자”고 전했다. 그리고서는 몇 가지 소확행 팁을 전수했다. 삶은 계속 일어나고 사라지니, 순간순간 삶에서 마주치는 기쁜 일 만끽하기. 나는 때때로 삶을 잘 감상하고 있는가 살펴보기. 창문 밖에서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왔다. 아, 행복해졌다.

월간 <불광> 2019년 1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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