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도원 순례

천주교


 

유럽 수도원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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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플포스수도원이 현존하고 있는 영국 가톨릭교회의 수도원 현장이었다면, 요크시 북쪽에 위치한 스터들리 왕립 공원내 파운틴수도원(Fountains Abbey)은 한때 번성했던 수도원의 흔적과 자취를 보여주는 낡은 역사책 같은 모습이었다.

요크시내에서 버스로 30∼4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1132년 13명의 수도사들이 시작한 시토수도원이다. 한때 200∼300명의 수도사들이 거주하고 있을 만큼 전 유럽 안에서도 명성을 지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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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크 인근에 위치한 파운틴수도원 유적지. 1132년 13명의 수도사들이 시작한 시토수도원으로서 한때 200~300명의 수도사들이 거주하고 있을 만큼 전 유럽 안에서도 명성을 지녔던 곳이나 헨리8세에 의해 수도회가 해체되면서 지금은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고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공원들 중 방문객 수가 가장 많은 유적지로 알려져 있다. 입구에 들어서니 수도원 모습은 보이지 않고 주변은 온통 푸른 들판이었다. 안내원의 소개를 받아 농장길과 숲길을 10분쯤 걷다보니 중세시대 영화를 보는 듯, 웅장한 회색빛 수도원 건물이 형태를 드러냈다. 대부분 파괴되고 뼈대만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성당 및 수도원, 그리고 다양한 부속 건물들의 규모가 당시의 수도원 세(勢)를 짐작게 했다.

이 수도원이 문을 닫게 된 것 역시 헨리8세가 영국 국교를 만들고 모든 수도회를 해체한데서 비롯됐다. 역사적으로 Dissolution of the Monasteries(수도원해산) 혹은 the Suppression of the Monasteries (수도원 억압) 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했다. 그러한 수도원 해체의 주된 이유는 재산 문제였다.

당시 헨리8세는 전쟁으로 인해 국가 부도 위기를 맞고 있었는데 수도원 해산 과정을 거쳐 그 모든 소유 재산을 압류, 부를 축적했다. 파운틴수도원도 국가에 귀속된 후 제일 먼저 지붕부터 뜯겨졌다고 한다. 무기 제조를 위한 원료로 쓰기 위해서였다.

남아있는 파운틴수도원의 광경은 교회의 역사를 되새겨보는 자리로서 뿐만 아니라 신앙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잔영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뜻과 욕심으로 인해 빚어진 갈등과 반목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컬리지의 식당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촬영지로 쓰였다. 그 이유 때문인지, 특히 청소년 청년들이 길게 줄을 서서 식당 안으로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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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의 학생 식당. 영화 해리포터시리즈가 촬영된 장소이기도 하다.
옥스퍼드는 한편 ‘옥스퍼드 운동’의 발원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운동은 가톨릭 전통 회복을 통한 영국 국교회 쇄신을 목표로 1833년부터 1845년 사이 전개된 것인데, 성공회 성직자였다가 후에 가톨릭으로 개종, 추기경이 되었던 헨리 뉴먼 추기경이 이 운동의 중심에 있었다.

영국 교회는 종교 분열의 역사 속에 파란만장한 시간을 지녀왔지만 또 그만큼 이미 60년대부터 꾸준히 교회일치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신자들 안에서도 성공회 가톨릭 부부들이 각자의 신앙을 지키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혼식이나 유아영세식 등에서 가톨릭 성공회 사제가 동시에 예식을 주례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다문화 가정이 아닌 다종교 가정인 셈이다.

이러한 영국교회의 모습은 앞으로의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교가 나갈 큰 흐름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또 다종교 시대속 가톨릭교회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 신자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 화두를 던져주는 듯했다.

순례 길에서 목도 됐던 여러 장면들이 상념으로 남았다. 갈등의 역사 속에서도 움터져 나왔던 신앙의 희망들, 이젠 유적지로 남아 영화로웠던 수도원 문화의 그림자만을 남겨주고 있었던 수도원들 모습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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