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연구소 ‘직원 폭행’ 파문

여행


 

<단독> 한국의학연구소 ‘직원 폭행’ 파문

일요시사 0 3378

“이사장이 일 못한다고 때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한국의학연구소 전(前) 직원들이 이규장 이사장을 폭행·협박·모욕 등 혐의로 고소했다. 이 이사장에게 폭행당했다는 전 직원은 2명. <일요시사>는 고소장과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공개한다.

이규장 이사장은 한국의학연구소(이하 KMI) 1985년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이사장 자리까지 올라, 내부에선 신화 같은 존재다. 1997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05년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정의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언론에 보도된 이 이사장의 인터뷰에는 ‘정의’와 ‘상생’이라는 단어가 매번 등장한다. KMI는 정부 부처에서 노사 관련 상도 많이 받았다.

최대 검진센터
어찌 이런 일이…

이 이사장이 최근 폭행·협박·모욕 등 혐의로 전 직원들에게 피소됐다. 이 이사장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직원은 황모, 박모씨 등 2명이다. 황씨와 박씨는 각각 별개의 사건으로 이 이사장을 고소했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황씨는 2015년 11월4일 이 이사장을 협박·폭행·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종로경찰서는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지난 1월15일 송치했다.

황씨는 KMI에서 10년 정도 근무했다. 사건 당시 영업부장이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사건은 2012년 11월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이 이사장은 KMI 여의도센터 직원 격려 회식을 마친 후 영업부 직원들에게 2차를 가자고 했다.

그런데 영업부 직원들이 오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황씨에게 “왜 직원들이 안 오냐”고 물었고, 황씨는 “직원들이 어쩌면 안 올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당시 직원들은 이 이사장의 잦은 술자리와 골프·내기 당구 등으로 불만이 많았다. 황씨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이 이사장에게 직언했다.

“직원들이 많이 지쳐있다. 주말에 가족과 같이 지내야 하는데 회장님(이 이사장) 때문에 임원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인맥을 통한 직원 채용이나 미코(미스코리아 출신 직원) 우대 등은 직원의 사기를 저해하니 안 했으면 좋겠다.”

 


당시에는 아무일 없이 지나갔다. 문제는 다음날. KMI 여의도 검진센터 사무실에서 사달이 났다. 이 이사장은 오전 9시 조회 때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황씨에게 때릴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손으로 황씨 어깨를 움켜쥐며 욕설을 퍼부었다.

전 직원 2명 이규장 이사장 폭언·폭행 고소
“맞고 그만뒀다” 폭로…협력업체 직원도 피해

“니(네) 하나님과 내 하나님은 달라 이 XXX야, 이 달쌈쓰배(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같은 XX야. 내가 너 죽일 수도 있어, XX놈아. 네가 어디서 일하든지 끝까지 방해할 거야. (중략) 이 XX 내쫓아버려, 빨리 안 꺼져?”

황씨는 10년간 근무했던 회사에 사직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그날 그만뒀다. 황씨는 “당시 주위에 직원이 많아 이사장한테 들어가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흥분하셔서 말을 듣지 않았다”며 “온갖 욕설을 하며 책상 덮개로 때리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이를 목격한 직원 5명이 검찰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상태다. 현장을 목격한 한 직원은 “회장(이 이사장)의 이런 깡패 같은 모습을 보며 대들고 싶었지만, 분위기가 무서워 그러지 못했다”며 “내 자신이 너무 무능해 좌절했다. 한 동안 충격이 컸다. 현재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고 증언했다. 이어 “직장인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 측은 KMI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이사장의 폭행과 폭언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황씨가 이 이사장에게 들어가자며 밀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확인서를 써 준 5명이 모두 거짓진술을 한 것”이라며 “5명 모두는 당시 현장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KMI의 주장대로라면 사실확인서를 작성한 관계자들은 모두 위증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수사를 통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사안을 5명이나 되는 사람이 위증했다는 점은 석연치 않다. KMI는 “명백한 음해다. 황씨가 이직한 경쟁업체가 그 배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2006년 KMI에 입사해 X-ray, 투시, CT 검사 등의 업무를 했던 박씨도 지난 2월3일 변호사를 통해 이 이사장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는 폭행 당시 약 6시간 동안 감금, 폭언, 강요 등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충언했는데…
직원들 앞서 망신

고소장에 따르면 한국의료영상품질관리원(이하 품질관리원·의료 영상의 품질관리를 검사하는 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동강메디컬 CT 장비를 정밀 검사하라는 공문을 KMI에 보냈다. 관련법령이 개정되면서 CT장비 정밀검사를 하려면 품질관리원이 요구하는 복부영상이 필요했다.

KMI에는 영상품질관리원에 제출할 영상이 없었다. 장비안전관리 담당자인 김모 주임이 이와 같은 사실을 상급자인 김모 차장과 최모 부장에게 보고해 임원 결재까지 받았다. 결재에 따라 박씨는 CT 장비업체인 동강메디컬에 복부영상 제작 방법을 알려줬다. 9월 말경 박씨는 품질관리원에 CT장비 정밀검사를 신청했다.

10월 초 신청 결과가 나왔는데, 제출한 복부영상만 부적합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종로보건소는 KMI에 대해 CT검사 중지를 통보했다. 박씨는 이러한 사실을 상급자인 김 주임과 김 차장에게 보고했다. 김 차장은 최대한 빨리 다시 재검 신청을 하라고 하면서 ‘CT검사는 중지하지 말고 조금씩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씨는 지시대로 복부영상을 다시 준비했다.

그해 11월4일 오전 9시께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KMI를 방문해 복부영상을 직접 가져갔다. 그런데 품질관리원 관계자는 복부영상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CT장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관계자는 CT검사 중지 통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사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 이규장 한국의학연구소 이사장 <사진=한국의학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품질관리원 관계자가 돌아간 뒤 같은 날 11께 종로보건소에서 CT검사 행위의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를 나왔다. KMI 임원진들은 이 이사장에게 보고했고, 박씨는 회의실로 불려갔다. 회의실로 가던 중 박씨는 이 이사장을 만났다.

박씨는 “나를 세우고 온갖 폭언을 하면서 주먹으로 이마를 2차례 때렸다”며 “무서웠지만, 종로보건소 CT검사 사실 조사가 급하다고 생각해 회의실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오전 12시께 CT검사가 끝나고 박씨는 회장실에 불려갔다. 회장실에 있던 한모 고문과 이모 이사가 회장실 문을 잠갔다.

고소장 입수해 보니…‘허걱’
당시 목격자들 증언 잇달아

“이 이사장은 나를 옆에 앉으라고 한 다음 안경을 벗으라고 했다. 이후 머리와 뺨을 수차례 맞았다. 이 이사장이 신고 있던 구두로도 맞았다. 이 이사장은 때리면서 상처가 나지 않게 때리는 방법을 안다며 구타했다.”

이 이사장은 “검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검사를 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박씨는 “김 차장에게 미리 보고하고 임원진 결재를 받았다”고 억울해했다. 그러자 이 이사장은 “김 차장 핑계 대지 말라”며 손찌검을 했다. 김 차장은 이 이사장의 친조카다.

박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이 이사장으로부터 진술서·사실확인서·사직서를 쓰도록 강요당했다. 박씨는 “쓰기 싫었지만, 지속된 폭행으로 정신이 없었다”며 “이 이사장의 협박이 무서웠기 때문에 한 고문이 불러주는 대로 작성할 수밖에 없었고 사직서도 썼다”고 전했다.



 

▲ tvN 드라마 <미생> 화면 캡처

“30분 뒤 다시 이 이사장이 불렀다. ‘배후 세력이 누구냐’며 다시 폭행했다. 이 이사장은 경쟁업체와 공모해 병원을 폐업하게 만들 작정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2명이 있다. CT검사를 담당하는 이모씨와 김 주임이다. 이씨는 박씨가 폭행당한 뒤 KMI를 그만뒀다. 이씨는 사실확인서를 통해 “CT검사를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보고해 결재까지 났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수작부리지 말라’며 박씨의 얼굴과 몸을 구타했다’고 진술했다. 김 주임은 KMI에 근무하고 있어 사실확인서를 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동강메디컬 직원 이모 부장도 이 이사장에게 맞았다”고 말했다. 당시 이 이사장은 사실 확인을 한다며 이 부장도 회장실에 불렀다고 한다. 이 이사장이 이 부장을 폭행하면서 ‘(박씨와) 한패냐. KMI에 들어와 있는 동강메디컬 장비를 다 뺀다’면서 협박했다는 게 박씨의 전언. 사실 확인을 위해 이 부장에게 수차례 통화와 문자를 보냈지만, 이 부장은 답변하지 않았다. 현재 동강메디컬은 KMI의 협력업체다.

경찰 수사 후
기소의견 송치

KMI는 이 사건 역시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박씨는 과오를 저지르고 보고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통감하고 자술서와 사직서를 쓰고 회사를 그만뒀다”고 해명했다. 말단 사원에 불과했던 박씨가 정부기관에서 중지 명령을 내린 사안을 보고도 하지 않고 강행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min1330@ilyosisa.co.kr>

[한국의학연구소는?]

한국의학연구소(이하 KMI)는 1985년 10월29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로부터 허가로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의학 분야의 연구개발을 통한 국민의료 시혜가 목적. 국내 의료 재단법인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의료기관으로 종합건강검진센터다. 일반·종합 건강검진, 의학 분야 연구개발, 병리실험사업 등을 한다. KMI는 서울(광화문, 여의도, 강남)과 수도권(수원) 지역을 포함에 전국(부산, 대구 광주) 각지에 7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매출 1400억원, 사원수는 1500명 규모다. <창>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