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上 海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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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上 海 (1)

일요시사 0 1637

Julia Yoon      (09 489 5480 )

Travel Expert / Flight Centre Milford

 

 

2015년 11월 28일.  당시 난 대학교 일학년을 막 마친 후였고, 나의 인생 중 가장 혼란스러웠던 순간이었다. 삼개 국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입학했던 정치 외교학과의 공부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매우 달랐으며, 이렇게 공부가 하기 싫었던 적도,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었던 적도 없었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 지옥같던 일년이 졸업할 때까지 반복될거라는 생각에 난 수많은 열대야를 뜬눈으로 지새웠다. 아무리 조언을 구하고, 아무리 술을 마시고, 아무리 울어봐도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 난 그렇게 상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던 결정이라 비행 내내 난 떨리기보단 아무 생각 없이 기내식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티비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뉴질랜드의 푸른 자연에서 볼 수 없는 수 많은 불빛의 전경이 내 앞을 수놓았고, 갑자기 한꺼번에 밀려오는 설레임과 터질듯이 뛰어대는 심장 박동으로 드디어 여행의 시작을 실감했다. 상해의 푸동 공항은 무척이나 커서 인천 공항과 마찬가지로 비행기에서 내린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버스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몸이 된 것 같이 낑겨있었다. 너무 추운 날씨에 손이 시려서 가방을 들고 있기도 힘들었지만 그나마 지금이 여름이 아닌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았다. 

 

뜬금없이 상해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내가 고등학교 때 중국으로 1년 교환학생을 갔다오면서 중국에 추억이 매우 많아서도 있지만, 정말 친한 친구가 상해에서 대학생활을 해서도 있었다. 차가 막혀서 늦어버린 친구를 공항에서 한시간이나 기다리며 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두번이나 빌려 전화를 했고, 또 짧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뜻 나에게 전화기를 빌려주는게, 또 처음 만난 나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는게 난 너무나도 고마웠고, 앞으로 상해편 글에 여러번 나올테지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난 정말이지 호의적인 친절을 많이 받았다. 

 

날 기다리게 했던 친구는 미안했는지 ‘可可’ (keke 라고 발음되는데, 영어로는 CoCo라고 쓰여진다) 라는 브랜드의 밀크티를 사왔다. 역시 현지 음식은 현지에서 먹어야하는 건지 감동적일 정도로 맛이 달콤하고 진했다. 현지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브랜드라서 어딜 가나 늘 있는데, 프랜차이즈라 맛은 똑같으니 중국 어디서든 꼭 한번 먹어보길 추천한다. 

 

공항 버스로 집까지 두시간 정도를 이동하니 너무 배가 고파서 동네 죽집에 들어갔다. 역시나 맛집은 겉에서 보면 모른다더니 친구 집 근처에 있는 동네 죽집에 들어간건데 주문한 전복죽의 양이 어마어마 했다. 더 사랑스러웠던 점은 두명이 먹어도 배가 터질 것 같은 양이 (물론 내가 혼자 다 먹었다.) 단돈 뉴질랜드 4불이라는 것이다! 보통 죽과 같이 먹는 油条 (you tiao- 요우 티아오) 를 같이 시켰는데, 설탕 맛이 없는 좀 더 바삭하고 가벼운 꽈배기 빵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조금 과장되게 들리기도 하지만 전복죽의 짭짜롬한 맛과 요우티아오의 고소함과 약간의 달콤함의 조합은 입안이 축복받았다고 밖에 표현이 되지 않는 맛이었다. 이쯤되면 이영자 선생님의 뒤를 이어 내가 맛 평론가가 되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살짝 들긴 하지만 말이다. 

배를 좀 채운 후에 파출소에 가서 외국인 파출소 주숙등기를 했다. 중국어로는 外国人派出所住宿登记 (말그대로 ‘외국인 파출소 주숙등기’이다.) 라고 하는데, 외국인이 중국을 방문할 시에 입국 24시간 내에 관할 파출소에 가서 내가 왔고, 내가 계획했던 여행 시간 동안 어디서 지낼 건지 등록을 해야한다. 보통 관광으로 몇일 오신 분들이나, 여행사에서 단체 관광을 오신 분들은 잘 하지 않는걸로 알고있는데, 중국에 지인이 있어서 일주일 이상 체류하게 되는 경우에는 파출소 주숙등기가 필요하다고 들었다. 

 

사실 안해도 결과는 복불복이라 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하지만, 만약 운이 없어 적발이 되면 벌금을 무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두달이나 있을 상해에서 얼굴 붉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아 씩씩하게 갔다. 경찰분이 중국엔 어떤 경위로 여행을 온거냐며 친절하게 말도 걸어주시고 일처리도 전광석화처럼 빨리 처리해주셨는데, 알고보니 내 친구 주숙등기를 담당해주시는 경찰분이셨다. 역시 내가 누구냐보다는 누굴 아냐가 더 중요한 부분인건 세계 어딜 가나 다 똑같은것 같다고 새삼 느꼈다. 주소를 등록하는 것이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동사무소라고 생각하고 넋놓고 있다가 옆에 있던 두 사람이 돈을 훔쳤는지 안훔쳤는지로 큰소리로 싸워서 대륙은 동사무소에서 저렇게 싸운단 말인가? 하며 깜짝 놀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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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일요시사님에 의해 2019-07-23 16:21:13 교민뉴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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