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문화유산,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를 가다

일요시사 0 384

3400129380_iHD1vNaf_042c45c3727f62208815ec63d4f1b9b3ef018da6.jpg 탄성에 탄성이 이어지는 밀포드 사운드. ‘뉴질랜드 최고의 여행지라는 애칭이 절대 무색하지 않게 해 준다.

 

어머~ 천국에 온 것 같아 정말 장관이다

별유천지비인간가는 길도 점입가경, 끝없는 탄성 터져 나와

뉴질랜드 국민들이 최고의 여행지로 꼽는 곳은 남섬에 있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 최고의 여행지를 뉴질랜드에 25년 가깝게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한다는 말을 달고 살 정도였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밀포드 사운드에 발을 들여놓는 기쁨은 누릴 수 없었다.

 

퀸스타운에서 287km…여섯 시간은 잡아야

지난 3 2(), 밀포드 사운드로 차를 몰았다. 한국에서 온 친척들이 동행했다. 3,500cc 토요타 하이랜더의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아침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왕이 살고 싶어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퀸스타운(Queenstown)을 떠났다.

밀포드 사운드 여행은 대부분 버스를 이용한다. 아침 일찍 퀸스타운에서 출발해 저녁 늦게 다시 도착하는 여정이다. 오가는 길이 험하고 좁아 승용차로 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겁 없이 승용차에 올랐다. 목적지까지는 287km. 구글 정보에 따르면 4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중간에서 한두 차례 쉴 것까지 고려해 한 시간 여유 있게 떠났다. 그런데 착오였다.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마련하는 게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간중간 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절경이 너무 잦아서였다.

상큼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퀸스타운 호수를 끼고 한 시간을 달렸다. 이삼십 분을 더 가자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 겸 휴게소(Mossburn Café, 03 248 6157)가 나타났다. 3년 전 내 인터뷰 주인공의 아들이 꾸려 나가는 곳이다. 시베리아 벌판 같은 곳에서 외롭게 포효하고 있는 그를 보며 한국 사람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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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 터널 앞. 뉴질랜드 고유새 키아가 관광객들의 사진 세례를 받고 있다.

 

94번 국도, NZ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

얼마 안 있어 94번 국도가 나왔다. 김연수의 소설 제목이기도 한 ‘7번 국도가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고 하면, 남섬의 94번 국도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이라고 해도 좋다.

밀포드 사운드로 가기 전 만날 수 있는 마지막 문명 마을인 테 아나우(Te Anau)를 지나자 절경과 비경이 하나둘 연이어 나타났다. 내 배낭 안에 들어 있던 안내 책자는 그 여정에 수십 개에 볼거리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애써 무시한 게 큰 실수였음을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첫 멈춤. 이글린턴 평원(Eglinton Flat)에서 내렸다. 아니, 나를 그 대평원이 내리게 했다고 하는 게 맞다. 병풍처럼 둘러선 사방의 산들이 아침 정기를 내뿜고 있었다. 사진 백 컷으로도 담을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에 몸서리쳤다.

두 번째 멈춤. 호머 터널(Homer Tunnel) 앞이었다. 이 터널은 1953년에 완공됐으며 길이는 1.2km. 편도 일 차선, 운 좋으면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통과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운이 안 좋은 게 복이 될지도 모른다. 그 인근이 뉴질랜드의 고유새 키아(Kea, 큰 앵무새처럼 생김) 서식지다. 터널 앞의 빨간 불이 10분 정도 켜져 있었을 때 대여섯 마리의 키아새가 내 사진기의 멋진 모델이 되어 주었다.

찰칵, 찰칵.”

호머 터널부터 밀포드 사운드까지는 약 20km. 눈을 어디에다 두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황홀경이 이어진다. 버스 여행 대신 승용차를 고른 덕을 톡톡히 보았다. 목적지까지는 반 시간 정도 걸리는데 중간에 쉴 곳이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절경에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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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을 놓고 자연의 멋에 빠진 관광객들.

 

10분 앞두고 도착뱃고동 소리가 운무 갈라

내가 예약한 유람선 출발 시간은 11 15. 겨우 10분을 앞두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퀸스타운부터 따지면 다섯 시간 가깝게 달려왔다. 뱃고동 소리가 운무(雲霧)를 갈랐다. 내 마음도 요동쳤다.

선착장에서부터 밀포드 사운드의 위용을 느꼈다.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대자연의 신비를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배에서 간단하게 뷔페 식사를 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유리창 너머 보이는 저 세계는 신선들이나 놀 것 같은 딴 세계였다. 중국의 시성(詩聖) 이백(李白)이 말한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 바로 여기였다.

식사를 마치고 2층 갑판으로 올라갔다. 순간 말이 막히고 기가 막혔다. 반세기 넘게 살면서 본 경치 중 최고의 경치였다. 배낭 하나 메고 일찍이 1년 가깝게 세계여행을 한 나로서도 전혀 느껴 보지 못한 기쁨이었다. 디지털카메라를 꺼냈다. 찍고 또 찍었다. 천 컷, 만 컷으로도 밀포드 사운드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기 힘들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았다. 갑판 위에 오른 모두가 그래 보였다.

여기서 잠깐 문제 하나.

밀포드 사운드에서 사운드’(Sound)는 무엇을 뜻할까?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인터넷을 통해 뜻을 알아내려고 애썼지만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근사한 답이라면 좁은 해협정도로 하는 게 적당할 것이다. 밀포드 사운드 인근에 있는 다우풀 사운드(Doubtful Sound)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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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의 창조물인가?’

 

한국말 설명도 나와말로도 글로도 묘사할 수 없어

유람선 일주는 한 시간 반 정도 이어졌다. 중간중간 한국말 설명이 나왔지만, 그 말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수백 미터 높이의 산 위에서 쏟아지는 물보라가, 저 멀리 바다 끝에서 밀려오는 물안개가,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자연의 비장함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사이 이런 소리가 내 귀를 세웠다.

어머 어머~ 천국에 온 것 같아. 정말 장관이다.”

밀포드 사운드의 입구인 데일 곳(Dale Point)를 지나자 나온 탄성이다. 그 앞에는 호주로 이어지는 태즈메이니아 바닷길이 공작새의 깃털처럼 활짝 펴져 있었다.

~ 저 바닷길 너머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작가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화가가 아무리 그림을 잘 그려도 이 모습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어떤 사람도 위대한 자연 앞에서는 정말로 미물에 불과할 뿐이다.

아쉽지만 나는 여기서 밀포드 사운드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일을 그만두려 한다. 어설픈 표현으로 나의 부족한 글 실력을 굳이 노출하고 싶지 않아서다. 대신, ‘견문이 불여일견을 강력히 추천한다. 다른 곳은 몰라도 밀포드 사운드만큼은 강추(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여러 곳이다. 리얼 저니(Real Journey), 크루즈 밀포드(Cruise Milford), 주시 크루즈(Jucy Cruise), 서던 디스커버리(Southern Discove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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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 직원들의 발랄한 모습.

 

범선 모양의 유람선 여행도 마련되어 있어

그 밖에도 회사는 잘 모르겠지만 좀 색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유람선 여행 도중 만난 범선 모양의 오래된 배가 내 눈을 유독 끌었다. 밀포드 사운드 여행을 다시 한다면 꼭 그걸 타보고 싶다. 마치 200여 년 전 뉴질랜드에 첫발을 내디딘 제임스 쿡 선장처럼 말이다.

밀포드 사운드 여행으로 내 소원을 하나 더 이뤘다. 뉴질랜드 어디가 가장 아름다웠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밀포드 사운드를 꼽겠다. 내가 꼭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정말로 끝내주는 절경에다 비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이참에 고마움을 표할 분들이 있다. 내 여행 경비를 대준 친척과 좀 더 싸게 유람선 여행을 알선해 준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오랜 지기다. 그는 스무 해 넘게 관광업 일을 하고 있다. 친척은 소개해 줄 수 없어도 오랜 지기는 원한다면 알려 줄 수 있다. 없는 형제나 친척을 억지로 만들어서라도 밀포드 사운드 여행을 한 번쯤은 꼭 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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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갔다 왔어요.”글쓴이 인증 사진.

글과 사진_프리랜서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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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여행자(승용차)를 위한 소소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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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에 주차된 자가용과 렌트카.


그 어디에서 출발하든 시간 여유를 충분히 갖고 떠나야 한다. 중간중간 볼 곳이 너무 많아서다. 밀포드 사운드 쪽으로 가는 길이 더 멋지다.

◈ 승용차나 렌트카는 선착장에서 1km 떨어진 곳 파크 앤 라이드’(Park and Ride)에 주차하는 게 좋다. 그곳에서 무료 버스를 타고 선착장까지 갈 수 있다. 아니면 선착장에서 300m 떨어진 일반 주차장에 차를 세울 수도 있는데 자리를 보장할 수는 없다.

◈ 호머 터널부터 밀포드 사운드 선착장까지 가는 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예상 시간보다 30~50% 정도를 더하면 된다. 특별히 안전 운전 요망. 

◈ 호머 터널 주위는 뉴질랜드 고유새 키아의 서식지다. 먹이를 주어서는 안 되며, 그 어떤 쓰레기도 버려서는 안 된다. 뜻하지 않은 보안관(?)에게 걸리면 된통 당할 수도 있다.(우리 일행이 그랬다.)

[이 게시물은 일요시사님에 의해 2018-07-11 20:31:01 교민뉴스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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