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주 변호사의 "일단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법률/이민


 

장용주 변호사의 "일단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일요시사 0 1948




드라마의 특징이 욕하면서도 계속보게 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감이 떨어질 수록 오히려 시청률이 오른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다 보니 터부시 되는 소재까지도 이제는 많은 드라마 소재로 채택되고 있다. 출생의 비밀은 이제 너무 흔하다. 심지어 시어머니가 될 사람이 알고 보니 어린 시절 집을 떠난 친엄마였다는 내용까지 현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내용들일 것이다. 

얼마전 한 TV프로그램에서 너무 뻔한 드라마 장면과 그 대사를 모아서 방송했다. 결혼을 반대하는 재벌집안 부모는 주인공에게 꼭 돈다발을 던지며 헤어질 것을 종용하는 장면이 나오고 여자 주인공의 임신사실은 반드시 입덧하는 장면으로 처리하는 내용들이 한데 모아졌다. 그 중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을 뒤로하고 나오면서 의사가 던지는 말은 꼭 "일단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큰일 날 수 도 있었습니다." 였다.

뉴질랜드에서 사춘기를 겪게 되는 우리의 아이들은 어느 시점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학교 부적응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이러한 부적응은 여러 형태의 일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로써 큰 고비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다.
아동청소년법 (Children, Young Persons & Their Families Act 1989) 에서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문제 해결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가족 협의 (Family Group Conference)자리를 마련한다. 특히 교내 폭력과 관련한 경우 가해학생에 대한 형사적인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 보다는 일단 양측 가족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 모두 모여 함께 문제해결을 시도해 보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가족 협의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간략하게 알아 보도록 하겠다.

가족 협의 자리 (Family Group Conference)

일단 가해 청소년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크건 작건 형사처벌에 대한 기소 대상자가 된 셈이다. 형사 처벌이라는 것이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이 달라 질 수 있다.
가족 협의 자리란 쉽게 말하자면 법대로 처리하기 전단계라고 이해하면 좋다. 즉, 가해 청소년 스스로 무엇이 잘 못된 것인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반성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위한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보통 한 두시간 정도의 협의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협의는 아동 청소년 기관의 담당자 주관으로 (Child, Youth and Family) 자리를 마련하고 가해자, 피해자, 양측 가족, 경찰, 변호사와 사회복지사 등 직간접적인 당사자와 양측을 대표하는 사람 모두 모여 문제인식과 더불어 가장 적합한 해결방법을 찾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협의 시작

모든 직간접적인 당사자가 협의 자리에 모이면 청소년 기관의 담당자가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주도하여 협의 진행을 시작한다.
먼저 경찰은 신고 받은 내용과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가해 청소년의 혐의 내용을 모인 사람들 앞에서 접수된 사건 개요를 요약을 토대로 기조 발언을 한다. 만약 가해 청소년이 모든 혐의 사실을 순순히 인정한다면 다음 단계는 어떻게 가해 청소년이 잘못을 뒤우치고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을 가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만일 가해 청소년이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한다면 더 이상 가족 협의가 무의미 하므로 경찰은 신고 받은 대로 혐의 내용을 기소하고 법원은 법적 절차에 따라 판결을 내린다.

토론 시간

가해 청소년의 혐의 사실 인정을 토대로 협의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피해 청소년과 그 부모는 피해자로써 입장을 밝히게 되고 가해  청소년과 그 부모도 또한 잘못된 부분의 인식과 앞으로 어떠한 변화를 가질 것인지 발언을 하게 된다. 피해 청소년을 대변하는 경찰과 가해 청소년의 변호사 또는 참석한 사회복지사도 가장 합리적이고 적절한 해결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게 된다.

협의 자리를 마련한 아동청소년 기관 담당자는 이러한 의견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도록 중심을 잡고 가족 협의 토론이 잘 진행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피해 청소년 입장에서는 이미 저지른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와 향후 재발방지에 대한 부분을 제기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 나 또는 행동 교정 수위로는 사회봉사명령, 감정조절 프로그램 참석, 접근금지명령, 학교 통보등등 의외로 다양하다.
제시된 여러 처벌이나 행동 교정 가운데 양측의 입장을 잘 조절하여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가 정리되면 곧 이것은 이행의무가 수반되는 당사자들간의 계약이 된다. 일단 협의 내용이 최종 확정되면 해당 내용은 법원으로 송부되어 사건은 종결된다. 단, 사건이 완전히 종결된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해 청소년은 협의내용 대로 잘 이행했느냐에 여부에 달려 있다.
법원으로 송부된 해당 협의 내용은 판사가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부적절하다거나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경우 판사는 다시 한번 협의 내용을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확정된 처벌 또는 교정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그 이행 여부가 확인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아이들은 자라 아이에서 청소년이 되고 곧 어른이 될 것이다. 사춘기를 겪는 주변의 부모들의 깊은 한숨을 가끔 들을 때가 있다. 그들의 고민이 무엇이고 어떠한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 우리 부모의 역할인지 수시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처럼 부모들도 함께 좋은 부모로 성장해 가는 것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큰 고비를 넘고 보면 언제 또다시 더 큰 고비가 다가올지 모른다. 미리 근심 걱정을 하는 것이 늘 상책일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 청소년이 정체성 혼란을 겪을 가능성에 대해서 만큼은 미리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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