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용 주 변호사의 “싫으면 방빼!”

법률/이민


 

장 용 주 변호사의 “싫으면 방빼!”

일요시사 0 2725

2012년 현재 한국, 특히 서울은 정교하게 얽힌 교통망을 토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너무나도 편안하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5개 노선을 넘지 못하던 지하철도 이제는 9호선까지 만들어 졌고 가까운 지방에도 연결이 가능하게끔 여러 연장선과 기존 철도 구간까지 그 편의를 넓혔다.
필자가 특히 자주 이용하던 서울시내 지하철은 그 역명도 다양했고 고유의 해석이 유머로까지 이어졌다. 예를 들면 학생이 좋아하는 역은 방학역 (1호선), 마라톤 선수가 좋아하는 역은 월계역 (1호선), 이산가족이 좋아하는 역은 상봉역 (7호선), 법조인이 좋아하는 역은 청구역 (5호선), 이런 식이다. 그 중 하나는 세입자가 싫어하는 역은 방배(빼)역이라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세입자의 설움은 그 말 한마디 “방빼”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도 간략하게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분쟁에 대해 컬럼에서 다룬 적이 있었는데 이번 호에서즌 구체적인 상황을 토대로 다시 한번 알아 보도록 하겠다.

일단 가장 흔한 경우가 주택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분쟁이다일반적인 절차는 우선 건물주에게 서면으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만일 세입자가 수리를 요구했음에도 집주인이 거절하는 한다면 이제 부터 문제는 좀 복잡해 진다. 방법은 수리를 마치고 해당 경비를 소액 재판소를 통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방법이 있다. 만일 건강이나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우선 수리를 마치고 이에 대해 집주인에게 청구를 하는 절차를 밟아야 겠다. 당연히 수리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집주인에게 이에 대한 통보와 청구 절차에 대해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단, 어떠한 경우라도 집주인에게 보낸 서면 수리 요구서와 수리 경비에 대한 영수증은 잘 보관하여 추후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집주인이 수리를 거부했으므로 렌트를 내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법적으로 21일이 경과하도록 해당 렌트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 집주인은 해당 렌트계약을 해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집주인에 따라 수시로 집 주변이나 정원을 돌보기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면 먼저 집주인에게 불편한 심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만일 이렇게 이야기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여전히 수시로 드나 든다면 세입자의 법적 권한에 대해 서면으로 상기 시키는 것이 방법이다. 법적으로 집주인 집 안팎을 검사(Flat inspection)하려면48시간 이전에 이에 대해 세입자에게 통보를 해야 한다. 만일 관리나 수리 목적의 방문이라면 집주인은 최소 24시간 이전에 이에 대해 세입자에게 통보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러한 집주인의 예기치 않은 방문 못지 않게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부동산 에이전트의 방문일 수 있다. 한 두번 정도의 단발성이면 상관없을 수 있으나 만일 매매 목적으로 집을 보여 주기 위해 고객들과 평일이건 주말이건 방문한다면 충분히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집주인에게 이에 대한 불편함을 통보하여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다. 이와 같이 잦은 출입에 대해 세입자로서 거부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 계약기간 만료가 돌아오게 되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계약 연장 가능성이자 동시에 렌트비 인상일 것이다. 집주인은 단 몇푼이라도 올리길 원하고 세입자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하는 수 없이 재계약을 포기하고 집을 비워줘야 할 것이다. 집을 비워주는 시점에는 대개 집주인과 세입자가 한자리에 모여 집상태를 점검하고 파손된 부분에 대해 책임소재를 따지게 될 것이다. 아무 문제가 없이 깔끔한 것으로 결론내려지면 주택담당기관 (Department of Building and Housing)에 위탁된 예치금을 모두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집주인은 위탁금에 중 수리 비용 만큼을 공제하고 돌려 주겠다고 주장할 것이고 세입자는 그럴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도 결국 소액 재판소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밖에는 없겠다. 이러한 상황이 추후에 발생할 수 있는 것이므로 처음 렌트 계약을 체결할 때 귀찮더라도 꼼꼼하게 집 안팎을 잘 살피고 계약을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주택 경기가 둔화된 상황이라 예전같이 택지 분할을 하고 분할된 토지 위에 새로 집한채를 더 짓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만일 렌트 기간 동안 집주인이 택지를 분할 하고 집을 한채 더 짓는다고 나서면 당연히 그 과정이 끝날때 까지는 집주인 뿐 아니라 집주인이 고용한 설계사, 토목기사, 인부들이 수시로 드나 들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세입자는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만일 렌트 계약 시점이 이러한 집주인의 구상을 미리 알려 주지 않았다면 세입자의 허락을 받아야만 공사를 개시하고 진행 할 수 있다. 허락의 조건으로 렌트비를 낮추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문제 해결의 방법이 반드시 소액재판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담당기관 (Department of Building and Housing)은 중재 서비스를 제공하여 당사자들간에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므로 이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전세제도가 없는 것이 뉴질랜드와 한국 주택 시장의 큰 차이 중 하나일 것이다. 전세라면 계약기간이 끝나고 나서 전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을 것이니 뉴질랜드에서의 렌트는 생돈 나가는 것 처럼 아깝게 느껴지기 쉽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 세입자가 집주인 행세를 하여 싼값에 전세를 주겠다고 다른 세입자를 속이고 이를 가로채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또한 월세로 들어간다고 해도 보증금 액수가 최소 천만원 이상되는 경우가 허다하니 여전히 집없는 설움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기는 어려운 것 같다. 오히려 많아야 4주치 예치금만을 요구하고 매주 제때 렌트만 지불하면 되는 뉴질랜드가 목돈을 잃어버린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없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정기적으로 뉴질랜드 법률 내용에 대한 개인 구독을 원하시는 분들이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 분들은 sjlawyers.jang@gmail.com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0 Comments
포토 제목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