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씨맘의 [ 뉴질랜드 육아&교육 ] “ 키즈 햄버거 패티는 웰던으로 해주세요!”
방학 2주째, 여전히 분주한 방학을 보내고 있고 저녁이 되면 그 다음날 할 일을 정해놓고 자는 것이 아이들과의 하루 일과이다. Sky tower 에서 방학 맞이 Scotty’s birthday party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서 입장료 어린이 $12, 성인 $29불로 스카이 타워 전망대에 올라갈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액티비티 예를 들면 페이스 페인팅이나 컬러링, 볼 풀 같은 작은 실내 놀이터도 있고 탁 트인 오클랜드 시내를 볼 수 있으니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일석이조가 아니었나 싶다.
12시부터 3시까지 지루함 없이 거뜬히 3시간 정도를 놀고 유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한번 환호성을 지르며 지상으로 무사히 도착했다.
뉴질랜드에서 살아서 인지, 우리 가족들은 햄버거, 샌드위치, 감자칩등에 꽤나 자주 노출되어 있는 편이다. 집에서는 한식을 주로 먹지만 아이들과의 나들이에서는 햄버거 등의 패스트 푸드는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먹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서 더욱 애용하고 있다.
놀면서 먹은 점심이 부족했는지 Sky tower에서 내려오자마자 여김없이 아이들은 햄버거를 찾기 시작했고 애매한 시간이었지만 근처에 있는 유명 햄버거 전문집을 찾았다.
햄버거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로 주로 햄버거 위주의 메뉴들로만 구성이 되어 있어서 메뉴 고를 때 고민 할 필요는 없어서 들어가자마자 바로 주문. 아이들은 키즈 치즈 버거 셋트 그리고 엄마를 위한 치즈 버거 세트, 칩스, 어린이 용 쥬스등 어느 햄버거 집에서든 우리는 늘 같은 메뉴이다.
수제 햄버거답게 예쁘게 반짝거리는 햄버거 빵과 고소한 패티의 향을 내뿜으며 우아한 플레이트에 서빙 되었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의 햄버거들 보다는 가격이 1.5배 가량 비싸다.
아이들 메뉴이긴 했지만 두꺼운 패티와 빵이 아이들이 먹기에 좀 컸는지 일단 햄버거의 가장자리를 먼저 둘러서 먹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서 한입 씩 먹기 좋게 햄버거를 반으로 잘라주었다.
뜨악!!, 엄마의 눈에 먼저 가장 들어온 것은 햄버거 빵 안에 있는 울긋불긋한 패티. 그 순간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덜 익은 걸까, 이게 다 익은 건가, 패티 즉 갈은 고기는 바싹 익혀서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우리 애가 얼마나 패티를 먹은 거지.
한 입 달라는 아이에게 일단 칩스를 먹이고는 직원을 불렀고, 반으로 갈라진 패티의 중간을 보여줬다.
“ 어린이 용 치즈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패티가 덜 익었다. 이게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거니? “
맛있게 먹고 있는 주변 사람들도 있었고 또 우리 아이들이 보고 있던 터라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조근조근 물어봤다.
직원: 미디엄으로 구웠어.
나: 난 미디엄으로 요청한 적이 없고 아무도 패티의 굽기를 물어본 적이 없다. 왜 마음대로 미디엄으로 구워져 나왔니?
직원: 주문할 때 굽기에 대해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니? 미안해. 내가 다시 한번 주방에서 패티 안전을 물어볼께.
5분뒤 다시 돌아온 직원은 “ 고온으로 구웠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도 안전하다. 패티의 굽기를 물어보지 않은 것은 다시 한번 사과 할께. 다음 번에는 패티를 웰던으로 해달라고 꼭 이야기 해줄래? “라는 주방 측의 이야기를 전달했다.
햄버거 주문 할 때 패티를 웰던으로 해달라고 미리 이야기 하고 주문하라니… 낯선 세계에 온 것 같았다. 패스트 푸드 햄버거를 즐겨먹던 나는 일괄적으로 당연히 패티는 완전히 익혀서 나오는 줄 알았고 늘 길게 늘어진 줄에서 바쁘게 주문을 했던 그런 패스트 푸드점에 익숙해 있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일명 “햄버거 병”에 대해서 그것이 진실이던 아니던 어린아이들 둔 엄마의 입장에서는 최근 들어 햄버거 패티에 대해 예민해 진 것은 사실이다. 일단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 미디엄 패티” 를 검색했더니 수 많은 외국 브랜드의 수제 햄버거 사례들이 나왔다. 대부분의 포스트를 읽고 나서야 수제 햄버거집에서는 (신선한 고기의 사용으로) 패티의 굽기를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과 미디엄으로 주문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혹시 모르니 아이가 구토, 설사 또는 고열이 있는지 이틀 내내 관찰했다. 다행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잘 먹고 잘 놀았다. 햄버거 먹이고 이렇게 마음을 졸일줄이야…
어른들의 말씀처럼 아이들을 통해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우고 알아간다. 7살 5살 아이들을 다 큰 어린이 취급했던 최근의 내 모습들이 떠오르며 덜 익은 패티 한번 먹였다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 콧물 다 흘리고, 별일 아니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지난 이틀간의 밤, 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키즈 햄버거 패티는 웰던으로 꼭 구워주세요!” 어딜 가던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글. 프리랜서 조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