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치료를 받았는데 전보다 못합니까?

건강/병원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데 전보다 못합니까?

Jennifer 0 3484

환자의 발목과 장딴지 사이에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오뉴월 논바닥 갈라진 듯 한 사이로 보이는 그곳엔 이미 핏물과 진액이 넘쳐흘러 더러 피딱지가 말라붙고 한편으론 새빨간 속살이 눈에 더 크게 와서 닿는데 마치 화상 입은 상처를 그냥 방치한 것처럼도 보인다.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냐며 얼굴을 쳐다보니 여태 모습을 감추려 푹 눌러 쓴 모자를 벗고서 본 환자의 얼굴은 더더욱 가관이다. 얼마나 퉁퉁 불었든지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에 열기가 얼굴을 온통 뒤 덮었다. 그로인해 이마와 눈 주위엔 진물과 각질이 벗겨져 사람얼굴이 아니라 마치 승냥이 모습이 따로 없다.

왜 이리 되었냐고 묻자 그 대답은 더더욱 황당하다. 환자 본인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하긴 환자도 잘 모르니 한의원을 찾아 온 것은 맞는 말이다. 다리 쪽 환처는 어릴 적 끓는 기름 물에 화상을 입고는 당시 병원치료를 속히 받고 말끔히 나은 병력이 있는데, 한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얼굴과 다리의 환처가 부으면서 아프고 따갑더니 진물이 나고 점점 가렵다가 이리 되었다며 고통을 겪던 중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다행히 보다 못한 또래 아이를 둔 같은 교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내원을 한 것이다.

증상이 워낙 심해 그냥 큰 병원으로 돌려보낼까 어쩔까 고 잠시잠간을 망설이다 환자를 보니 보호자가 곁에 없는 유학생인데다 아직 나 어린 여학생이다. 한참 멋 부리고 옷맵시 뽐내며 부모에게 사랑 받고 지낼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저 고생을 하고 있구나 싶으니 가여운생각이 들어 상담을 해주었다. 환자의 지금 증상이 예전에 다친 화상의 여독이 아직 미처 다 빠져 나가지 못해 체내에 머물러 있다가 나타 난 것이 원인이라면 오늘 이전에도 몇 번이고 이 같은 사단이 벌어져도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이 증상은 분명 그 일 과는 무관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병원으로 보내 치료를 받는 들 진물이나 가려움 따위야 일시적으로 호전이 되기도 하겠지만 완치란 그리 녹녹치가 않을 것이다. 또한 독한 피부과 약에 화상치료로 환자만 도리어 고통만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 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각종의 이상한 병들도 그 원인만 잘 찾아서 없애주면 신기할 만치 일 순간에 본래의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 온 적이 어디 한두 번 이었던가? 그러니 어떻게든 왜 이런 증상이 생긴 것인지 병인(病因)을 속히 찾아야만 한다. 절대 양방 병명이나 생각으로는 찾을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순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한마음을 돌려먹고 온 정신을 집중해 머리에서 장부(腸部)를 거쳐 발끝까지를 아우르는 예의 한방진료를 시작한다. 환자가 듣기 따라서는 일견 병과는 전혀 무관하게 느껴지는 시시콜콜하고 자잘한 생활습관까지를 다 체크해야 하는 것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아 이 녀석! 밥만 먹었다하면 곧 바로 화장실로 직행해야하고 또 가고를 반복한지 한 3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 때마다 아랫배가 싸-아 하고 아프기도 했나 하면 하루 세 번 이상의 배변습관을 가지고 있다. 밥맛은 늘 넘쳐 탈이지만 좀 과하게만 먹었다면 泄瀉(설사)를 한다. 근래 들어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머리가 무겁고 띵한 것이 어깨뿐 아니라 온 몸이 다 무겁게 느껴지는데다 자주 졸리고 나른한 피로감이 극심하다.

그제 서야 집히는 구석이 있어 좀 더 깊이 확인 해보니 大腸(대장)에 濕熱(습열)이 꽉 찼다. 그러니 자연 얼굴이 술 먹은 냥 붉어졌고 피부가 가려웠던 게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떻게 이정도로까지 증세가 진행 된 건지 흡족히 알 수가 없다. 그런데 中焦(중초)가 막히면 자연 氣血(기혈)이 쇠약해져 津液(진액)을 생성치 못하므로 성인여자는 血枯(혈고)가 생기고 대부분 생리가 막혀 不通(불통)이 되기도 하는데 아이나 다를까 재차 문진하니 4-5년 전부터 지금껏 왠지 1년에 3-4회만 月經(월경)을 하고 나머진 무 월경 이란다. 그제 서야 필자의 머릿속도 이리저리 바삐 움직였고 가능한 최 단 시간 내 치료 가능한 치료계획이 섰다. 하여 침으로 우선처치를 해주었다.

하루 뒤, 환자의 가디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데 치료 전보다 못한 것 같다며 볼멘 목소리가 역력하다. 아무튼 오셔서 함께 말씀 나누자며 약속을 정한 뒤, 아직 약 한번 써보기 전이고 단지 한 번의 침 치료 가 이뤄졌을 뿐인데 차도가 없다면 모를까 어찌 더 나빠진단 말인가 하고 생각을 하면서도 혹 내가 병인을 잘못 알고 침을 잘못했나하는 의구심도 일면 떨쳐 버릴 수는 없다. 그런데 막상 환자를 살펴보니 그렇게 붓고 가렵고 아팠던 제반증상이 다리 쪽은 많이 없어졌는데 유독 얼굴의 눈 주변만 다리 쪽에 비해 개선이 더디고 좀 더 붓는 것 같단다. 그러나 어제보다 아프고 가려운 것, 얼굴 열은 도리어 많이 줄었음을 느낀다는 환자의 말을 직접 같이 듣고는...?? 그것도 한 번 침으로, 아무튼 기가 막혀 더 할 말이 딱히 없다.

사실 중풍이나 안면마비처럼 이미 진행된 병의 증상을 곧바로 되돌리기란 쉽지 않다. 처음엔 치료를 해도 일정기간은 이미 진행된 세력이 어느 정도 이어지는 것이다. 어쨌건 그렇게 시작된 그 학생의 치료는 약 복용3일이 지나면서 현저히 효과가 나타났고 5일 즈음부터서 오랜 설사가 그쳤고 1주일이 지났을 땐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있었다. 피부가 다시 윤기를 되찾고 이젠 붓기가 완전히 없어져 맑고 밝아진 표정을 볼 땐 나도 몰래 낫은 게 고마워 혼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다시 쳐다보니 여학생의 얼굴이 그렇게 예쁘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다. 다리 쪽 환처는 내가 보아도 꼭 거짓말 같기만 한데 환자로선 오죽 했을까.

다음 주엔 학생이 남섬으로 여행을 간다고 한다.


자료제공 베데스다한의원0211272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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