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봉황대기
한국스포츠통신] 전상일 기자 = 장충고와 대구고의 경기는 이번 봉황기 최고의 빅 경기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은 경기다. 양 팀 선수들은 멋진 경기 내용으로 봉황대기 최고의 빅 매치가 결코 먹을 것 없는 잔치가 아님을 입증했다. 그러나 옥에 티가 있었다. 9회에 석연치 않은 퇴장 선언이 나오며 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병휘 퇴장 선언에 장충고 송민수 감독이 항의를 하고 있다. |
상황은 이렇다. 9회초 8-8동점 투아웃 2-3루 상황. 장충고 김병휘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 위의 김주섭은 김병휘를 상대로 제구가 흔들렸고 카운트는 3-0까지 몰렸다. 4구째 바깥쪽 공이 들어왔고 공이 약간 빠진 듯했다. 김병휘는 볼이라고 판단하고 걸어 나가려고 했으나 심판이 약간 늦게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무언의 항의
김병휘가 살짝 심판을 쳐다보고 다시 타격 자세를 잡으며 바닥에 방망이로 선을 그었다. 방망이로 스트라이크존 선을 그으며 공이 스트라이크존보다 지나치게 많이 빠졌다는 무언의 항의를 한 것이다. 그러자 심판은 분개하며 즉각 퇴장을 선언했다.
공식 기록지에는 ‘볼 판정에 어필하다 퇴장 당했다’고 나와 있지만 김병휘는 격렬하게 항의하지 않았다. 기자가 심판진에게 공식적인 퇴장 사유를 물었으나 주심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다며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송민수 장충고 감독은 “아직 어린 선수라도 그 정도 항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고작 그 정도로 전국대회서 퇴장을 주는 경우가 어디에 있느냐”라며 심판진에게 10분여간 격렬하게 항의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끝내기 안타로 패한 후 송민수 감독은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9회초 장충고 김병휘 퇴장 선언
석연치 않아…경기 흐름에 찬물
어렵사리 송 감독과 전화연락이 닿았다. 송 감독은 “속상하다. (김)병휘가 경기 끝나고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며 펑펑 울더라. 그래서 내가 방망이로 선을 왜 긋느냐 앞으로는 그러지 마라며 달래줬다. 병휘에게는 경기 결과를 떠나 상처가 되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대구고 선수들은 승자로서의 자격이 있었다.
이날 양 팀의 경기는 ‘고교야구란 이런 것’이라는 바이블로 제시해도 될 만큼 공수주서 멋진 승부를 펼쳤다. 박주홍과 현원회의 방망이 대결, 김주섭과 송명기의 마운드 대결, 옥준우의 호수비 등은 고교야구의 백미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9회 초에 나온 퇴장 판정 하나로 명경기의 뒤 끝은 그다지 개운치 않다.
물론 판정에 수긍해야 하는 것은 학생 야구의 본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선수들이 극도로 예민해져있는 승부처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배워나가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먼저 주의를 주고 그 다음에 퇴장을 줘도 늦지 않다.
그것이 올바른 순서다. 또한 퇴장선언 하나는 경기의 결과 자체를 바꿀 수 있다. 김병휘만 해도 장충고의 대체불가 선수기 때문이다.
씁씁한 뒷맛
단판 토너먼트 승부서 그 선수를 퇴장시키려면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명백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백번 양보해서 김병휘의 행동이 학생답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의 학생답지 못한(?) 항의가 봉황대기 우승후보끼리의 맞대결 9회 동점상황서 주의 없이 퇴장을 명령해야할 정도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지. 만약 그렇지 못 하다면 그 또한 심판의 과한 권위 남용이 아닌지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일이다.
<jsi@apsk.co.kr>
<저작권자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