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여자 배드민턴 실격, 무엇이 문제인가?
▲여자 배드민턴 실격
[일요시사 온라인팀=이인영 기자] 여자 배드민턴 실격 처리로 배드민턴이 구설에 올랐다.
지난 1일(한국시각) 치러진 여자복식 배드민턴 조별리그 경기에서 자국팀을 피하거나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서로 지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해당 경기 후 비난 여론은 빗발쳤고 결국 '전원 실격' 판결이 내려졌다. 그 중심에는 한국-중국-인도네시아 선수 8명이 있다.
일각에서는 선수 개인의 역량이 아니라 제도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승패 결과를 통해 토너먼트 상대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현재의 경기방식 자체가 승부조작의 유혹에 현혹되는 구조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논란이 된 '라운드 로빈(Round robin) 조별리그 방식'은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됐다. 지금까지 올림픽 배드민턴 경기는 '싱글 엘리미네이션(Single-elimination)'방식으로 두 명(혹은 두 팀)이 1:1로 승부를 벌여 패자는 곧바로 탈락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매경기 최선을 다할 것을 선수들에게 강제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라운드 로빈' 방식은 같은 조에 속한 팀들은 서로 한 번씩 대전한 뒤 1,2위가 다음 토너먼트로 진출한다. 2위 이상의 성적만 확보하면 다음 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은 팀이 보다 유리한 상대를 만나기 위해 남은 경기를 일부러 질 가능성이 생긴다.
이번 여자 배드민턴 실격은 이런 제도적 허점에 기인한다. 한국과 중국, 인도네시아 팀 모두 각 조에서 2승을 확보해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패수를 늘려 조2위를 확보하려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세계 랭킹 1위 중국의 왕샤올리-위양 조는 본인들이 A조 1위를 할 경우 D조 2위로 8강에 진출한 자국의 텐칭-자오윈레이 조와 4강에서 맞붙게 된다. C조였던 인도네시아의 자우하리-폴리 조와 하정은 김민정 조 역시 고의 패배로 A조 2위를 차지한 세계 최강 왕샤올리-위양 조를 피하기 위해 조2위가 절실했다. 때문에 승부조작에 3개국 8명의 선수가 나선 것이다.
한편, 이번 여자 배드민턴 실격 처리 사태로 우리나라는 2개조 모두가 실격된 반면, 중국은 세계랭킹 2위 텐칭-자윈레이 조가 살아남아 금메달 항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사진=MBC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