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이 있으매…” KPGA의 뒤늦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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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있으매…” KPGA의 뒤늦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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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딛고 부활 시동 한국남자골프

자료제공 =월간골프 기자  

국내 남자골프에도 서서히 봄이 오고 있다. 스타 부재와 협회의 내홍, 대회 수 급감 등의 침체기를 딛고 남자골프가 올 시즌 다양한 부흥 프로젝트와 호재를 통해 힘찬 부활의 시동을 걸고 있다.

군산CC오픈 신설하고 부활 기지개

SK텔레콤 오픈부터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남자 프로들의 달라진 태도에 하성민 SK텔레콤 대표는 황성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에게 “프로암대회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며 특별히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프로의 팁과 조언
지난 5월15일 제주 핀크스GC에서 열린 SK텔레콤 오픈 프로암대회. 예전 같았으면 라운드가 끝나고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이 간단한 악수만 나눈 채 싱겁게 헤어졌을 풍경이 올해는 좀 달라졌다. 프로골퍼들이 대회 운영본부에 삼삼오오 모여 북적댔다. 바로 함께 라운딩한 동반자들에게 18홀을 돌며 느꼈던 팁과 조언들을 감사카드에 담기 위해서다.
이런 일이 익숙지 않은 선수들은 처음에 어색해하는 모습이었지만 곧 영양가 높은 조언들을 깨알같이 써내려갔다. 
“○○님, 샷도 좋고 거리도 잘 나가는데 상체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네요. 골프는 팔의 ‘원 운동’과 하체의 ‘축 운동’입니다. 원에 40의 힘을 준다면 축에는 60의 힘을 줘야 합니다.”
반응은 뜨거웠다. 동반 프로골퍼에게 예상치 못한 감사카드를 받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감동의 탄성을 내지르며 카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바로 KPGA가 침체된 투어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 시즌 내놓은 ‘부흥 프로젝트’ 중 하나다. 프로암은 대회 운영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하지만 사실 남자대회 프로암은 큰 인기가 없었다. 프로 1명과 아마골퍼 3명이 한 조를 이뤄 5시간여 동반플레이를 한다지만 프로 따로, 아마 따로였다.
대개 타이틀스폰서의 VIP 초청 고객인 아마골퍼들은 남자 프로들의 호쾌한 장타를 보는 맛도 좋지만, 그보다는 거리도 비슷하고 부드럽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여자 프로와의 동반플레이를 더 선호했다. 여자 대회가 높은 인기 속에 갈수록 대회 수를 늘릴 수 있는 이유다.

골프팬 위한 다양한 이벤트
배상문 PGA 우승도 호재

호재는 또 있다. 2008, 2009년 코리안투어 상금왕 배상문(27·캘러웨이)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최경주(43·SK텔레콤), 양용은(41·KB금융)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우승을 일구면서 국내 남자골프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박호윤 KPGA 국장은 “10여 년 전 박세리가 LPGA에서 맹활약하면서 국내 여자골프가 엄청난 인기와 발전을 이뤘다”며 “배상문의 우승이 그때의 열기만큼은 안 될지 몰라도 국내 남자골프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시 뛰는 KPGA’라는 슬로건처럼 한국남자골프가 다시 힘찬 시동을 걸고 성공적인 부활 레이스를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이렇듯 한국남자골프는 최근 새로운 도약을 위해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5월22일 전남 나주의 해피니스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제1회 해피니스 광주은행오픈’ 프로암대회에서 출전 선수들이 아마추어에게 KPGA 캐치프레이즈 배지를 직접 달아주고, KPGA 팔찌와 볼 마커를 선물로 전달했다.

다시 뛰는 KPGA

지난해까지 볼 수 없었던 진풍경에 출전자 모두 웃음꽃이 만발했다. 프로암 대회에 참가한 한 아마추어는 “프로 선수가 직접 배지도 달아주고 기념품도 주니 정말 의미 있는 날인 것 같다. 집안 장식장에 잘 보관할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프로선수들은 프로암 대회 종료 후 대회 운영 본부에 삼삼오오 모여 감사카드에 원포인트 팁을 작성하고 직접 사인한 뒤 동반 아마추어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남자골프가 가뭄에 단비를 맞게된 것은 해외 무대에서 잇따른 우승 소식도 크게 한몫 하고 있다. 국내에서 활약할 때 항상 웃는 얼굴로 ‘미스터 스마일’로 불렸던 김형성(33·현대하이스코)이 일본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9타 차 열세를 뒤집고 우승한 데 이어 두둑한 배짱을 지닌 ‘대구 사나이’ 배상문은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로는 세 번째로 PGA 투어 챔피언이 됐다.

최경주·양용은 이후 스타 부재에 허덕이던 국내 남자골프 무대에 새로운 별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김형성이나 배상문은 국내 무대를 평정한 적이 있는 한국 간판선수들이다. 유난히 여자골프를 좋아하는 한국 골프 팬에게 저평가되고 있었을 뿐이다. 일본 상금왕에 올랐던 배상문은 오히려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은 팬이 있을 정도다.
아직 뜨지만 못했을 뿐 김형성이나 배상문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선수가 꽤 있다. 노승열(22·나이키골프)과 마지막 PGA 퀄리파잉토너먼트에서 수석 통과한 이동환(26·CJ오쇼핑)이 PGA 네 번째 한국인 챔피언이 되기 위해 남 모르는 경쟁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국내 무대를 살리기 위해 자주 얼굴을 내비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최경주·양용은·김경태(27·신한금융그룹)가 이미 한 번씩 국내 대회에 출전했고, PGA 2부 투어에서 뛰는 김비오(23ㆍ넥센)와 김대현(25ㆍ하이트)도 GS칼텍스 매경오픈에 참가해 얼굴을 내비쳤다.
지난해 제대하자마자 하반기에만 2승을 올린 김대섭(32·우리투자증권)과 SK텔레콤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둔 베테랑 강욱순(47·타이틀리스트)도 인기가 시들해지던 남자골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하이원리조트오픈 우승으로 올해 국내 남자골프 시드를 받은 원아시아투어 소속매슈 그린핀(호주)은 훌륭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금 선두에 나선 그리핀은 외국인 첫 상금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세계적 선수 필요

KPGA 자체적으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추첨을 통해 각 대회 우승자와 라운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팬 사인회 개최는 물론 홍보팔찌와 볼마커도 제작해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선수들도 ‘다시 뛰는 KPGA’ 캐치프레이즈가 새겨진 배지를 달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사실 한국 남자골프가 인기를 되찾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다. 최경주·양용은 같은 세계적인 선수 몇 명만 더 나오면 골프 팬들은 저절로 골프대회로 발길을 옮길 것이다.
KPGA는 또 유러피언투어와 공동개최한 발렌타인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출발한 KPGA 코리안투어에 ‘군산CC 오픈’을 새롭게 추가했다.

군산CC 측은 “코리안투어의 부흥을 위해 대회 개최를 결심했다. 대한민국 골프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한국프로골프는 다시 일어나야 하며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KPGA는 또 하이원리조트 오픈을 지난해와 동일한 총 상금 10억원 규모의 대회로 진행하기로 최종 확정지었다. 원아시아투어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이 대회는 8월29일부터 9월1일까지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하이원CC에서 개최된다.
대회를 주최하는 하이원리조트는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사회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골프 유망주 육성과 프로골퍼 지원을 위해 하이원골프단을 4년째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대회를 통해 모은 기부금을 삼척가스폭발 사고 피해 주민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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