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뺨치는 여자골프 ‘갈라 디너파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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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쇼 뺨치는 여자골프 ‘갈라 디너파티’ 속으로~

일요시사 0 3878

 

멋지게 보여서 나쁠 건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달 16일. 영종도 하얏트호텔에서 ‘갈라 디너’ 파티가 열렸다. 프로골프대회는 본대회에 앞서 전야제 성격의 파티를 여는데 이 자리에는 출전 선수는 물론 대회 스폰서와 프로암에 참가했던 VIP가 모두 모인다.

 

파티의 하이라이트는 선수들의 의상이다. 일주일 내내 폴로셔츠와 바지, 치마를 입고 생활하는 선수들은 이날만큼은 자신이 입고 싶은 옷으로 한껏 멋을 낸다. 레드카펫을 밟는 여배우처럼 치열한 스타일 경쟁이 벌어진다.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은 “프로암 파티는 선수들이 가장 예쁘게 하고 오려는 곳이다. 할리우드 스타처럼 신경 쓰는 선수가 많다”고 했다.

여자 골퍼들의 치열한 스타일 경쟁

선수들의 스타일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를 돌며 대회를 치르는 선수들은 각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에 맞춰 옷을 입는 데 가장 신경을 쓴다. 파티문화에 익숙한 서양에서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오프 숄더 의상이 눈에 띄게 많지만, 아시아 대회에 출전할 때는 옷차림이 단정해진다. 하나·외환 챔피언십 갈라 디너에서 출전선수 78명 중 30명에게 베스트 드레서에 대해 물어봤다.
1위는 폴라 크리머(27·미국)였다. 크리머는 전체의 3분의1인 10표를 얻었다. 최근 미국의 한 온라인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에서 LPGA투어의 섹시골퍼 1위로도 뽑힌 크리머는 몸매에 대한 자신감이 강하다. 패션에 대한 관심도 많아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옷을 갈아입는다. 프로골퍼가 안 됐다면 패션 관련 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머는 대회장에 드레스용 트렁크를 따로 들고 다니면서 여러 벌의 드레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입는다고 했다. 평소 팔과 어깨는 물론 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파격적인 의상을 즐기지만 이날은 몸에 달라붙는 보랏빛 원피스에 단정하게 묶은 헤어 스타일로 동료 선수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박희영은 5표를 받아 2위에 올랐다. 박희영은 세련된 하늘색 민소매 원피스와 은색 하이힐로 우아한 멋을 냈다. 파랑, 주황, 녹색 같은 튀는 색깔의 골프웨어를 즐겨 입는 박희영은 프로암 파티 때도 튀는 스타일을 즐긴다.

지난주 열린 사임다비 말레이시아 프로암 파티에서는 가슴과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오프 숄더에 허벅지 밑으로 속이 훤히 보이는 시스루룩 스커트를 입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박희영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옷을 입는다. 골프웨어는 아무리 여성스럽게 입어도 보이시해 보이기 때문에 프로암 파티 때 평소 입어보고 싶었던 여성스러운 옷을 다 시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위는 나란히 3표를 받은 서희경(27·하이트진로)과 나탈리 걸비스(30·미국)였다. 한국 투어 활동 시절 ‘필드의 패션모델’로 불린 서희경은 필드 밖에서도 패션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희경을 베스트 드레서로 뽑은 폴라 크리머는 “서희경은 파티 분위기에 맞는 옷을 적절히 선택해 분위기를 살린다”고 했다. 서희경은 이날 S라인이 돋보이는 새빨간 드레스에 까만 에나멜 하이힐을 신고 강렬한 시선을 받았다.

서희경·걸비스 공동 3위

크리머와 함께 LPGA투어를 대표하는 미국의 섹시골퍼로 꼽히는 걸비스는 이날 평소의 섹시한 이미지를 벗고 노출이 전혀 없는 의상을 입었다. 호피무늬의 귀여운 원피스와 베이지색 구두로 가을 분위기를 냈다. 그러나 누드화보를 즐겨 찍는 섹시한 이미지가 너무 부각된 탓인지 박희영과 산드라 갈(28·독일) 등으로부터 표를 받는 데 그쳤다.
‘8등신 미녀’ 산드라 갈은 2표를 얻어 5위에 올랐다. 183㎝의 키에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인 갈은 코스 안에서 몸에 쫙 달라붙는 짧은 팬츠와 민소매 셔츠를 트레이드마크처럼 입는다. 그녀는 코스 밖에서도 긴 팔다리와 각선미가 드러나는 옷을 즐긴다. 갈은 “사람들은 나를 섹시한 이미지로 보는 경향이 많지만 사실 우아한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나 갈은 이날 빨간색 미니원피스와 빨간 립스틱, 빨간 매니큐어로 코디해 우아하기보다는 섹시했다.
한국 선수들도 이제 파티 문화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프로암 이후 골프웨어 복장 그대로 참석하는 ‘한국식 프로암 파티 문화’에 익숙했던 선수들은 미국 진출 초기 프로암 파티에서 촌스러운 스타일로 통했다. 티셔츠에 면바지 같은 파티와 격이 맞지 않는 옷을 입거나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과 과한 헤어스타일링으로 비웃음을 받았다.
 

프로선수 패션만큼은 KLPGA > LPGA
한국 선수들, 단정한 스타일이 대세

10㎝가 넘는 하이힐을 신고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하지만 이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 스타일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과하지 않은 옷을 골라 입는다. 신지애(25·미래에셋)와 최나연(26·SK텔레콤), 지은희(27·한화)는 단정한 바지 정장 스타일을 즐긴다. 모자부터 신발까지 올 블랙으로 코디한 신지애는 “날씬해 보이는 검은색 옷을 좋아한다. 튀지 않는 색과 스타일이기 때문에 모자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다”고 했다. 신지애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암 파티 때 치마와 12㎝짜리 킬힐을 신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편안하고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
최나연도 지난해까지 가끔 치마를 입었지만 올해는 바지만 고집하고 있다. 최나연은 “치마도 입고 굽이 10㎝ 넘는 구두도 신어봤는데 너무 불편했고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았다. 섹시한 스타일보다는 모범생 스타일이 나한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신발이나 안경, 클러치백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박인비(25·KB금융그룹)와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단정한 치마 정장을 즐겨 입는다. 가을 느낌이 짙은 자주색 니트 원피스를 입은 유소연은 “옷에 관심이 많아 프로암 때마다 그날의 의상콘셉트를 정하고 입는다. 방문하는 도시나 국가, 계절 등에 맞춰 컬러나 스타일을 생각하고 쇼핑도 자주 한다”고 했다. 박인비는 “튀는 스타일을 안 좋아해 검은색과 파란색 옷이 많다. 단정하면서도 무난한 옷을 즐겨 입는 편”이라고 말했다.
요즘 여자대회장에서는 같은 한국 선수라도 LPGA투어 소속 선수인지, KLPGA투어 소속 선수인지 사진기자와 카메라맨은 멀리서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판단 근거는 두 가지라고 한다. 첫째는 LPGA투어 선수들은 KLPGA투어 소속 선수보다 경기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고, 둘째는 KLPGA투어 소속 선수들의 패션이 훨씬 멋지다는 것이다. 원색의 옷, 진한 메이크업, 짧은 치마로 무장한 ‘필드의 패션모델’은 대부분 KLPGA투어 소속 선수였다.

옷은 잘 입었지만 성적은 정반대

KLPGA와 LPGA투어를 모두 경험한 이일희(볼빅)는 “개인차가 있지만 두 투어의 패션 차이도 크다. LPGA에서는 이동거리가 긴 데다 한 번 삐끗하면 컷오프 당하는 전쟁터라 99.9%의 에너지를 골프에 쏟는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이동 거리가 짧고 분위기상 패션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분위기란 예뻐야 좋은 조건으로 스폰서 등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선 실력보다 외모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얘기다.
멋지게 보여서 나쁠 건 없다. 카메라맨들은 “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보다 KLPGA투어에서 뛰는 선수가 패션이 좋아 화면도 잘 받는다”고 말했다.
경기 결과는 패션과 반비례했다. 이날 언더파를 친 32명 중 KLPGA 소속 선수는 4명이었다. 참가자 78명 중 KLPGA 소속 프로가 16명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숫자다.
털털한 반바지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경기에 나오는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오후 1시(경기 전 외모)에 주목받는 것보다 오후 6시(경기결과)에 주목받아야 하는 게 선수”라고 말했다.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력이라는 결론이다.
자료제공 : 월간골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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