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랑거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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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랑거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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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퍼팅 귀신

‘시니어 투어의 우즈’ 장기간 군림
롱퍼터 금지에도 변함없는 입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 41세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퍼팅 ‘입스(yips: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수없이 퍼팅 그립을 바꿀 정도였다. 다행히 롱퍼터를 쓰면서 입스에서 벗어났고 2007년 시니어 투어에 데뷔한 이래 무려 7차례나 상금왕에 오르며 ‘챔피언스 투어의 우즈’로 군림하고 있다. 랑거에게 롱퍼터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에게 몇 년 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렸다. 2016년부터 몸에 기대는 ‘고정식 퍼팅 방식(앵커드 스타일)’을 하지 못하게 골프 규칙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챔피언스투어 홀당 평균 퍼팅 수 부문에서 2012년부터 3년간 2위, 그리고 작년에는 1위에 올랐던 ‘퍼팅 귀신’ 랑거에게는 무기 없이 전장에 나가라는 것과 같은 처사였다. 당연히 많은 팬들은 랑거의 시대가 곧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예측은 맞는 듯했다. 시즌이 시작되고 두 번 연속 ‘톱10’에 들었지만 예전 같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랑거는 실망만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닥쳐온 운명이라면 그걸 뚫고 가는 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랑거는 15개 퍼터를 가지고 네 가지 서로 다른 퍼팅 스타일로 연습을 해봤다. 지난주 알리안츠 챔피언십 때는 골프백에 두 가지 퍼터를 넣어 보기도 했다.

지난 2월1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트윈이글스 골프장에서 열린 챔피언스 투어 세 번째 대회인 처브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도 랑거는 롱퍼터와 일반 퍼터를 갖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느 것을 쓸지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대회 개막 당일 다시 롱퍼터를 꺼내 들었다. 몸에 대지만 않는다면 롱퍼터를 써도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대회 첫날 버디만 11개(보기 1개)를 몰아치며 10언더파 62타를 쳤다.

둘째 날에도 6타를 더 줄인 랑거는 대회 최종일인 3라운드에서는 1타를 잃었지만 프레드 커플스(미국)를 3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생애 통산 여섯 번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시니어 투어에서만 26승째를 챙긴 랑거는 헤일 어윈(45승), 리 트레비노(29승)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우승컵을 모은 선수가 됐다. 최근 6년간 랑거는 이 대회에서만 우승 3번(2011년, 2013년, 2016년), 준우승 2번(2012년, 2014년)을 차지하는 특별한 인연도 과시했다.

랑거는 롱퍼터를 사용하는 대신 몸에는 대지 않는 방식을 쓴 것에 대해 “너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랑거는 여전히 앞으로 어떤 퍼팅 방식을 쓸지 최종 결정을 하지 못했다. 특히 한 팔에 퍼터 샤프트를 끼고 하는 ‘맷 쿠처 방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이 속시원하게 풀리지는 않았지만 시니어 투어 ‘랑거의 시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자료제공 : <월간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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