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군들이 펼치는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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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군들이 펼치는 ‘삼국지’

일요시사 0 1768

‘용장’ 버바 왓슨 ‘지장’ 로리 매킬로이 ‘덕장’ 어니 엘스

대군을 지휘해 전쟁에 임하는 장군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분류가 용장·지장·덕장이다. 여기에 맹장을 보태기도 한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무장으로 조조의 거병에 참여해 수많은 무공을 세운 하후돈은 맹장으로 꼽힐 만하다. 그는 전투 도중 한쪽 눈에 화살이 박히자, 그 화살을 뽑아 눈알을 삼켰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용장의 대표적인 인물은 항우다. 초나라의 유력가문 후손으로 진나라에 대항해 싸우던 삼촌 항량이 이끄는 초나라 군에 합류, 진의 수도를 점령하고 진의 마지막 황제를 처형했다. 패왕을 자처한 그는 각 지역의 장수들과 패권을 놓고 싸움을 벌였는데 가장 강력한 상대가 중국 서부지역의 유방이었다. 농민 출신인 유방은 민심을 얻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차차 서쪽 지역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입지를 강화했다.

반면에 항우는 봉건제의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 그는 우람한 체격에 학식을 갖춘 시인이었으며, 탁월한 군사전략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백성의 마음을 끌어당겨 충성심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 매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두 세력의 공존관계는 유방이 초를 공격함으로써 끝이 났다. 유방은 육박전으로 승부를 내자는 항우의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다. 결국 항우는 패하여 포위를 뚫고 도망가던 중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러나 항우의 영웅적 행동, 특히 마지막 전투에서 보여준 용감한 모습은 중국 시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삼국지의 영웅 조조는 지장으로, 유비는 덕장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들이다. 지장과 덕장을 겸비한 장군으로는 우리의 이순신 장군과 견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밖에 억세게 운이 좋은 운장, 막가파식 장군인 막장도 있다.

이런 장군의 분류법을 골프에서 적용하면 어떨까. 엄청난 파워와 비거리로 코스와 타협할 줄 모르며 대드는 골퍼는 맹장이다. 유명 골퍼 중에는 이런 골퍼를 찾기 힘들다. 자살특공대 비슷한 공략법으로는 프로골프세계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 댈리가 이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신중한 플레이를 전개하되 필요할 때 용기를 내어 과감하게 도전하는 형의 골퍼는 용장에 속할 것이다. 버바 왓슨, 잭 존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리키 파울러, 아담 스코트, 카미오 비제가스 등이 여기에 속할 것 같다.

골프의 지장이라면 주위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냉철하게 게임을 이끌어가는 골퍼가 될 것이다. 세계 골프랭킹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리 매킬로이와 타이거 우즈, 브랜트 스네디커, 짐 퓨릭 등 세계 골프랭킹 중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골퍼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골프에서 덕장이라면 필요할 때 용기와 과단성을 발휘하면서도 주위와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고 화기애애한 라운드를 전개하는 골퍼일 텐데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어니 엘스, 매트 쿠차, 리 웨스트 우드, 미겔 앙헬 히메네스 등이 이 부류에 속하지 않을까. 나이 많은 선수 중에 이런 유형이 많은 것을 보면 결국 최고의 경쟁력은 용과 지가 녹아든 덕이 아닐까 싶다.

운이란 어쩌다 나타나는 것이기에 억세게 운 좋은 운장 골퍼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막가파식 막장은 특히 아마추어골퍼들 중에 많이 보게 된다. 짧은 기간 어설프게 교습을 받은 뒤 자기류의 골프를 터득해 남의 충고를 기분 나빠하며 그때그때 기분 내키는 대로 코스에 덤벼드는 막장 골퍼는 바로 우리 자신일 가능성이 많다.

제공:월간골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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