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고수익의 꿈. 분양형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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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17:36
■ "고급 호텔의 주인으로 모십니다" 고수익의 함정
'분양형 호텔'에 대한 반응은 그야말로 '핫'했다. 매달 꼬박꼬박 10%에 달하는 높은 수익금을 주고 호텔 시설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하니, 줄을 서서 분양을 받을 정도로 인기였다. 다른 수익형 부동산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분양만 하면 어렵게 않게 완판 실적을 거뒀다. 분양형호텔연합회 자체 추산 현재 150개가 넘는 분양형 호텔이 지어졌다고 하니, 8년 사이 10배 넘게 규모가 커진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양 이후에 운영을 시작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약속한 수익금을 주지 않았다. 운영사들은 "사드(THAAD) 등의 여파로 관광 경기가 침체해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경기가 다시 회복되면 약속을 지키겠다"고,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지만 지금껏 수익금을 제대로 받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분양자 대부분은 대출 이자에 호텔 관리비, 재산세까지 감당하며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렸다. 특히 노후 대비를 위해 분양을 받은 60대 이상 노년층에겐 문제가 더욱 심각했다. 이자를 내기 위해 사는 집을 팔거나, 빚을 지며 버티다 파산까지 한 분양자들도 속출했다.
■ "장사 안 돼 돈 못 줘"…재판 이겨도 소용 없어
아무리 기다려도 방법이 보이지 않자, 결국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분양형 호텔의 90% 이상이 소송을 진행했다. 분양 피해자들은 계약서에 도장 찍고 약속한 돈을 주지 않으니 사기죄가 성립될 거라 믿었지만, 한 곳도 사기죄로 처벌 받지 않았다. 처음부터 사기를 칠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저마다 "고의는 아니다"라고 발뺌을 했다. 피해자들은 돈을 받기 위해 수익금 반환 소송도 진행했다. 하지만 재판에서 이겨도 돈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 채무를 피하려고 법인 재산을 미리 빼돌리거나 회사를 고의로 파산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했다.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싶어 회계 장부를 좀 보여달라 해도 "의무가 아니라 보여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현행법상 위탁 운영사가 호텔 분양자에게 회계 내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분양자들 입장에서는 정말 장사가 안 되는지, 잘 되는데도 수익금을 주지 않는지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구조적으로 운영사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 감시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 복지부? 문체부? 국토부? 해결은 "나 몰라라"
'분양형 호텔'의 주무부처는 놀랍게도 보건복지부다. 현행법상 '일반 숙박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지부에서 제대로 관리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복지부의 주된 감독 권한이 '위생 점검'에 한정돼 있다 보니 분양형 호텔의 중요한 쟁점인 수익금 미지급으로 인한 문제 등 운영에 대해서는 사실상 개입이 불가능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관광 호텔'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분양과 관련된 관리감독은 국토교통부에서 하고 있지만, 분양이 끝난 이후 분쟁에 대해선 책임도 권한도 없다. 결국, 현재 분양형 호텔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처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어느 부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다 보니, 상황은 더 악화되고 피해는 계속 쌓여갔다. 분양형호텔연합회 자체 추산 피해자는 5만여 명에 이르고, 피해액도 8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사기획 창은 제도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분양형 호텔 문제를 밀착 취재했다. 다양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구조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고 정부에서 어떤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본다. '분양형 호텔, 무너진 고수익의 꿈' 편은 10월 24일(토) 오후 8시 5분, KBS 1TV를 통해 방송된다.
취재: 윤나경 기자
촬영: 최재혁 기자
방송: 10월 24일(토) 오후 8시 5분, KBS 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