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서민 단국대 교수

500만을 동원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그녀’(전지현)를 좋아하는 견우는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기자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쓴 ‘십계명’을 전달합니다.

자기 대신 그녀에게 잘해달라는 이 편지는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이지요.

기생충연구를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남극에 가게 됐습니다. 막상 우리나라를 떠나려니 갑자기 대통령이 걱정돼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네요. 안그래도 대통령 물어뜯기를 취미로 하는 수많은 좌파들이 있는데다, 우파 분들마저 대통령을 그다지 잘 챙기지 않는 것 같아서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저도 견우를 흉내내서 국민들이 지켜야 할 ‘십계명’을 만들어 봤습니다. 그대로만 해 준다면 대통령님을 모시는 데 부족함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첫 번째, 대통령다운 거 요구하지 마세요.

그런 건 수첩에 적혀 있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둘째, 기자회견 때 예정에 없는 질문은 묻지 마세요.

그런 거 물었다간 다시는 기자 못할 수가 있으니까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셋째, 대통령님이 “진상을 꼭 밝히겠다”고 해도 믿지 마세요.

‘알면 다친다’고 협박하는 거니까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넷째, 선거 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몰표를 주세요.

선거 때만 되면 한없이 약해지는 분이랍니다.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다섯째, 대통령 되기 전 공약을 가지고 따지지 마세요.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분이시니까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여섯째,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대통령님은 자기만의 시간을 갖고 싶으실 때가 있지요.

그럴 때는 7시간 정도 그냥 내버려 두세요. 그럼 다시 씩씩한 모습으로 업무에 복귀하실 거예요.

일곱째, 취임 2주년이 되면 장미꽃을 들고 청와대에 찾아가 보세요. 사람 만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니, 절대 안만나 주실 거예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여덟 번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자제해 주세요.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댓글 하나에도 상처받는 외강내유형 인간이랍니다.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아홉 번째, 선거를 비롯해 큰일이 있으면 우리 대통령님을 조금만 도와주세요.

그럼 방송사 사장을 비롯한 요직에 등용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서민 “대통령님을 부탁해요”

열 번째, 청와대에 모래사장 좀 만들어 주세요.

모래사장에 글 쓰시고 소녀처럼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이 십계명만 지켜 주신다면 마음편히 남극에 다녀올 수 있겠습니다.

그럼 대통령님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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