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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약돌의 미학

일요시사 2013Mon, 02 Sep 2013 17:41:52 +1000pm95Australia/SydneyMon, 02 Sep 2013 17:41:52 +1000Australia/Sydney02
“잘 싸우는 사람이란 싸움을 통해서 평화를 배우고, 사랑을 배운다. 그 싸움은 사실은 자기 자신과의 내면의 싸움인 것이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 이름도 알고, 부모형제도 알고,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알고,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알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는 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대뇌의 신경세포들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심장도 뛰고 있고, 폐도 호흡을 하고 있다. 온 몸에 혈액이 돌고 있으며, 간도, 위장도, 콩팥도, 췌장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기관들과 약 60조나 되는 모든 세포들은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활동하고 있다. 오직 나라는 한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거대한 조직이 충성을 다 해 일하고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나라는 사람은 엄청 위대한 존재다. 그런데 도대체 이 위대한 내 안에서는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솔직히 나는 알지 못한다. 수십 조나 되는 세포들 중에 어느 놈이 가룟 유다처럼 배반을 할 지 알 수 없다. 어느 부위의 어떤 놈이 반란을 일으켜 암세포로 변화되어 있는지, 혹은 반란을 도모하고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가끔 건강진단을 받고, 별 다른 큰 증상이 없으니, 모든 세포들이 제 자리 잘 지키며 순종하고 있다고 믿고 있을 뿐이다. 내 몸도 그렇지만, 나라는 인간의 내면세계는 더더욱 알 수가 없다. 어떤 생각들이 숨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떤 못된 생각들이 늪의 악어처럼 숨어 있다가 내 영혼을 공격할지 알 수가 없다. 내 속에서는 건강한 생각들과 그렇지 못한 생각들이 싸우고 있으리라. 남들과의 싸움이 아니라, 이 내면의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 싸움 잘 하는 사람이다. 올해로 아내와 35년째 함께 살고 있다. 혼자 산 때보다 함께 한 기간이 10여 년 더 길고, 한국에서보다 뉴질랜드에서 함께 산 기간이 더 길다.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 동고동락했지만 요즘 와서야 아내를 조금 아는 것 같다.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학창시절이었다. 학창시절에 만나 서로 사귀고, 서로 사랑하게 되고 결혼을 해서 거의 16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한국에서 함께 살다 1994년에 이민을 왔다. 이민 와서 처음 한 동안은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고, 아이들을 학교에 입학시키고, 함께 영어 배우러 다니고 하면서 사이 좋게 잘 지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좋은 시간이 지나고 나자, 이번에는 서로 부딪히는 일이 자주 생겼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 24시간을 붙어있다 보니 사사건건 의견충돌이 생기고, 자주 다투게 된 것이다. 서로를 알면 알수록 “아니 내가 여태껏 이런 인간하고 같이 살았단 말이야?” 하며 경악했다. 우리는 서로를 아는 것 같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 살았던 것이다. 아내와 나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다툼이 자주 일어났고, 알면 알수록 실망도 그만큼 쌓였다. 그러나 다투고 실망하면서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고, 내 방식이 있다면 상대방 방식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다투고, 다투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서로 양보하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이제는 아내를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등산을 하지 않지만, 몇 년 전에는 교회식구들과 함께 매주 와이타케레 산으로 트램핑을 갔었다. 산 초입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흐르는 물소리가 새소리,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그런데 하루는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시냇가에 앉아 흐르는 물에 발을 씻고 있다가, 바닥에 있는 조약돌들이 눈에 들어왔다. 늘 보던 돌들이 그날은 유난히 새롭게 느껴졌다. 조약돌들을 보면서, 서로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데, 어찌 저토록 사이 좋고, 예쁘게들 놓여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냇물 바닥에 깔려있는 아름다운 조약돌들을 보면서, 저 돌들이 매끈한 모습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는 많은 아픔의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생각해 보았다. 저들이 처음부터 저 모양은 아니었으리라. 처음에는 거칠고 투박하고 각이 많은 돌들이었을 터. 오랜 세월을 거쳐 못난 놈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깨져나가고, 모난 부분들이 깎여나가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 것이다. 거친 돌이 오랜 아픔의 시간을 거치면서 매끈한 조약돌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서로 살아온 배경과 환경이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성격이나 가치관도 다르지만,다툼을 통해서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워나가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독선적인 성격들이 깨져나가고, 깎여나가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되고,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게 되고, 그러면서 더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이다.잘 싸우는 사람이란 싸움을 통해서 평화를 배우고, 사랑을 배운다. 그 싸움은 사실은 자기 자신과의 내면의 싸움인 것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로마서 8장 25절) 채원병목사<오클랜드정원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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