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매력녀 김태희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배우 김태희. 그녀는 불필요한 신비주의에 스스로를 가두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끄집어낼 줄 아는 배우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전천후 여배우로 성장한 그녀가 영화 <그랑프리>를 통해 기존에 보여줬던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털털하고 당찬 기수 서주희로 변신을 선언했다. 첫 단독 주연으로 본격적인 도전에 나선 김태희가 한가위를 맞아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영화 <그랑프리> 여자 기수역…말 타고 달리기 고역
양동근과 ‘취중키스’ 이병헌과 ‘사탕키스’ 보다 더 짜릿
영화 <그랑프리>는 사고로 말과 자신감까지 잃은 기수 서주희가 새로운 경주마 탐라와 자신을 이해하는 이우석(양동근)과 함께 그랑프리 우승에 도전하는 감동 드라마다.
“드라마 <아이리스> 성공 이후 차기작을 놓고 심사숙고를 거듭했죠. 생각이 너무 많아져 스트레스에 시달리더라고요. 공백을 두고 싶지 않아 곧바로 <그랑프리>를 택했어요.”
말과 기수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때문에 2006년 임수정이 주연했던 <각설탕>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하지만 김태희는 “다르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말과 여자 기수가 나온다는 이야기의 소재는 동일하지만 모든 점이 달라요. <각설탕>은 말과 임수정씨의 우정이 주된 이야기였던 것에 반해 <그랑프리>는 양동근 선배와 저의 독특한 멜로도 있고, 말과의 우정도 약간 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마 경주신도 있어요. 여기에 경마 경주 중 사고로 말을 잃고 좌절하면서 겪는 아픔을 사랑의 힘으로 극복해내는 성장 스토리가 교훈도 주게 돼 다양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말 타고 달리는 것도 고역이었죠. 말 등과 엉덩이의 박자를 맞춰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가요? 엉덩이에 피멍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극중 서주희와 이우석의 달콤한 분위기는 이미 예고편을 통해 ‘빗속키스’ ‘취중키스’ ‘흡입키스’ 등의 검색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아이리스>에서 ‘사탕키스’ 붐을 만들어냈던 그녀가 말하는 이번 영화의 키스는 어떨까.
“화제가 된 키스신은 서로 술에 취한 상황에서 저질러지는 키스신이었어요. 그런 느낌을 살려 하다 보니 좀 느낌이 달랐던 것 같은데요. ‘사탕키스’ 이상의 장면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미모에서는 당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울 그녀이지만, 연기력에서는 의문점을 남기는 대중들도 많다. 데뷔 이래 김태희를 따라다니는 연기력 논란은 전작에 비해 발전했다는 평을 들었던 <아이리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그런 얘기를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저도 몇몇 작품을 통해 아픔도 많이 겪어봤고요, 예전에는 작품을 고를 때 머리도 많이 썼어요. 그런데 안 되는 건 안 되더라고요. 이제는 좀더 부딪히고 깨져보려고 해요. 욕도 많이 먹어 봤으니 이제는 두려움도 안 생겨요.”
사실 김태희는 그동안 영화 성적표가 신통치 않았다. 영화 <중천> <싸움>에서 자신을 내던졌지만 대중의 호응은 크지 않았다. 그에 비해 “CF에서는 승승장구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대중에게 CF스타 이미지가 각인된 것만은 사실. 영화 속 캐릭터에 몰두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두 가지를 양립하는 것은 여배우들의 숙제일 터.
“예전에는 CF가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즐거웠고요. 제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을까요. CF 촬영장에서 스트레스를 풀 정도였죠. 하지만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장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어요. 힘든 게 더 매력으로 다가와요. 다양하고 풍부한 걸 보여드리고 싶고요. 제가 알고 보면 똑같은 걸 지루해하는 성격이거든요,”(웃음)
다음 작품은 송승헌과 호흡을 맞추는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다. 10월부터 촬영에 돌입한다. 앙큼하고 발랄한 짠순이 여대생에서 하루아침에 공주가 돼 좌충우돌 사건을 터뜨리는 캐릭터를 맡았다.
“<마이 프린세스> 역시 도전이죠. 캐릭터를 어떻게 구축할지 고민 중이에요. 영화 찍는다고 친한 친구들과 휴가를 못 갔어요. 시간을 내서 꼭 휴가를 가고 싶어요.”
김태희는 올해 서른을 맞았다. 1980년생이니 친구들도 슬슬 하나 둘 시집을 갔다. 결혼한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자고 와 어머니께 타박을 받기도 한단다. 천하의 김태희의 사랑과 결혼은 어떨까.
“글쎄요, 막막하네요. 궁금하기도 하고요. 일찍 하고 싶은 마음은 원래 없었지만 30대에는 해야겠죠. 40대가 되기 전엔 하고 싶지만 인력으로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