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꾸라지' 김오수 검찰총장 흙탕물 생존법

한국뉴스

'검꾸라지' 김오수 검찰총장 흙탕물 생존법

시사뉴스 0 1046 0 0

체면은 살았는데…다큐? 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김오수 검찰총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문재인정부 요직마다 이름을 올렸던 그의 종착지는 검찰총장. 친정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 ‘방탄 총장’의 길을 갈 것이냐, 아니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반란의 길’을 갈 것이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 오른쪽)과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 오른쪽)과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019년 7월25일 취임 이후 지난 3월4일 퇴임 때까지 당(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정(법무부)·청(청와대)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갈등은 극에 달해 ‘추·윤 대전’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추·윤 대전은 지난 한 해 정치권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윤석열 실패
확실한 내편


윤 전 총장은 여권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카드를 들고 나오자 이에 반대하면서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윤 전 총장의 사의 표명 직후 수용 의사를 밝혔고 법무부는 후임 총장 인선 작업에 돌입했다.


‘친정부 인사’가 차기 검찰총장에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윤 전 총장로 인한 학습효과였다. 윤 전 총장은 추 전 장관과 검찰인사를 비롯해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윤 대전이 진행되는 동안 검찰과 법무부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빈번하게 벌어졌다. 추 전 장관 이전까지 딱 한 차례만 발동됐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4번이나 이뤄졌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검찰총장 징계를 위한 검사징계위원회 개최 등이 연달아 터졌다. 윤 전 총장이 이에 불복하면서 행정소송이 진행되기도 했다.


추·윤 대전의 결과는 윤 전 총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 전 총장은 대선후보로 체급이 커진 것은 물론 지지율에 있어서도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선례를 경험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4월 검찰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을 꼽았다. 국민의힘은 박 장관의 발언에 “법치주의의 위기”라고 비판했다. 박 장관은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유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혔다. 


이성윤 낙마하면서 1순위로
정부 요직마다 하마평 나와


이 고검장은 문정부 들어 가장 꽃길을 걸었던 검사다. 검찰 내 요직으로 꼽히는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장에 올랐다. 검찰 안팎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지만 이 고검장은 끝까지 ‘친정부 검사’의 길을 걸었다.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꼽힌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이 이 고검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 고검장은 사상 최초로 ‘피의자 서울중앙지검장’ ‘피의자 서울고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에도 들지 못했다.


‘이성윤이냐 아니냐’로 결정될 것 같았던 차기 검찰총장 자리가 안개 속으로 들어간 순간이다.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이 검찰총장 최종 후보군으로 결정됐다. 이 고검장이 탈락한 후보군에서 김 총장이 차기 검찰총장 1순위로 떠올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실제 김 총장은 4명 가운데 가장 적은 표를 얻었지만 결국 박범계 장관의 제청, 문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검찰총장 후보자에 올랐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이유로는 ‘친정부 인사’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9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당시에도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고 감사위원, 공정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권익위원장 등 후보에 거론됐다”며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됐는데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인선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친정부 성향
최고 장점


김 총장은 요직마다 하마평에 오를 만큼 문정부의 신임을 받았다.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추천됐으나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김 총장이 공직 후보에 수차례 올랐던 점은 청와대가 그를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여기에 박상기·조국·추미애 등 박 장관 이전 3명의 법무부 장관과 차관으로서 호흡을 맞춘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문정부가 임기 초부터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시시때때로 갈등을 빚었던 추·윤 때와는 달리 박 장관과 김 총장이 손발을 맞출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김 총장의 언행도 이 같은 예측이 힘을 실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이 한창 불거졌을 무렵,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김 총장은 윤 전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팀 구성을 검찰에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크게 반발했고 결국 없던 일이 됐지만 김 총장의 행동을 두고 ‘윤 전 총장을 수사에서 빼려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김 총장은 지난달 26일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때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건 맞지만, 윤 전 총장을 배제하자고 한 적은 없다는 것. 앞서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진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2019년 10월 조 전 장관이 가족 비리 의혹으로 취임 35일 만에 낙마하자 이듬해 1월 추 전 장관 취임 전까지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과 이성윤 고검장(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대면 보고를 받으며 “검찰개혁을 마무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이때 김 총장이 문 대통령 앞에서 받아쓰기를 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받아쓰기 검사’라는 별명도 붙었다. 


정부 ‘긍정’
검찰 ‘부정’


검찰 내부에서 김 총장에 대한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것도 그의 친정부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할 시절 법무부와 검찰 간의 갈등을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문정부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혀 의견을 내지 못했다는 것.


실제 한 언론 칼럼은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 김 총장에 대해 말한 것을 두고 그가 ‘어떤 압력이 가해지면 잠시 버티는 듯하다 결국 윗선의 의지대로 갔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처음에는 반발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끝까지 뜻을 고수하진 않는다는 평가다.


김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을 때 ‘방탄 총장’ ‘문정부 마지막 호위무사’ 등의 평이 나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검찰개혁의 완성’을 강조하면서 검찰의 직접수사도 최소한으로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손발을 맞추려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러면서도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은 보장해 주겠다”며 조직 운영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검찰개혁과 조직안정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최근 검찰 직제개편안에 대한 김 총장의 태도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김 총장이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결국 정부와 청와대의 뜻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된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김 총장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한 일종의 ‘쇼’라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8일 대검은 일선 검찰청·지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법무부의 직제개편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대검은 이날 출입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검찰청 검사들도 대부분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제개편안 두고 반대 의견
버티는 척 하다 결국 수용?


법무부에서 내놓은 직제개편안에는 원칙적으로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하면서, 일선 검찰청 형사부나 지청은 ‘검찰총장·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검은 지청의 경우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직접수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부분에 대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대검의 강경한 발언은 김 총장이 검찰 안팎의 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 총장의 취임 직후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패싱 논란’이 불거진 터라 반전 카드로 직제개편안 반대 의견을 들고 나왔다는 것.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하는 등 고위간부 인사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검찰 조직을 다잡으려는 김 총장의 계산이 깔린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김 총장이 꼬리를 내릴 것이라 보는 시각이 많다.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제한해 검수완박을 완성하려는 것은 법무부 차원이 아니라 청와대의 의지이기 때문에 김 총장이 끝까지 버티진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 총장과 박 장관 사이에 이미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져 있는 상태라는 의견 등 여러 뒷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장관은 대검 입장에 대해 “법리에 대한 견해 차가 있다. (대검의 반응이)상당히 세다”고 말했다. 이후 박 장관의 제안으로 두 사람이 만나 직제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박 장관은 “어제(8일) 김 총장을 만나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법리 등 견해 차이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직제개편안 확정 이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직제개편안 확정 여부에 따라 중간간부 인사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 대검찰청 ⓒ고성준 기자

박 장관은 지난 10일 “후속 인사가 있어야 하니까 직제개편이 가능한 한 빨리 돼야 한다”며 “그러나 방향과 내용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형사부 직접수사 시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부분을 제외하기로 협의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협의는 계속해왔고 심야에도 만나뵀다”며 “지금도 검토 중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어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된 검찰개혁 중 수사권 개혁의 큰 틀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1년
차기 정부 1년


지난 1일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31일까지다. 문정부에서 1년, 차기 정부에서 1년 검찰총장으로 지내는 셈이다. 앞선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들은 행보에 따라 정권 몰락, 정권 재창출의 시발점이 됐다. 김 총장이 문정부의 기대대로 발맞춰 걸을지, 뒤돌아 걸을지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