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민주' 초고속 합당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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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민주' 초고속 합당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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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볶듯 뭐가 그리 급해서…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야합이 시작된 걸까. 열린민주당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에 흡수 통합됐다. 이번 합당을 두고 이런저런 해석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양당이 발표한 합의안이 눈에 띈다. 합의안에는 파격적인 조건들이 명시돼있어 더불어민주당 측이 많이 양보한 합당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속사정은 다르다.


지난달 2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합당식 직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2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왼쪽)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합당식 직후 합의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당에 합의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여권 대통합을 외친 지 두 달 만의 일이다.


이합집산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짧은 회동을 한 뒤 합의문을 공개하고 서명식을 진행했다. 양당은 각자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곧 최종 합당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열린민주당은 2020년 3월8일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정봉주 전 의원과 손혜원 전 의원이 의기투합해 만든 친문(친 문재인), 사회자유주의 성향의 정당으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민주당이 띠는 중도 성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꾸준히 견지해왔으며, 민주주의 가치의 선명성을 더욱 강력히 강조하면서 민주당과 차별화된 노선을 선언했다.


유권자들은 이들의 출범 소식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친노(친 노무현)·친문 성향 이미지의 정당은 민주당 성골 지지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아 2020년 총선 초기 돌풍을 예고했다.


그러나, 막판 민주당의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게 표를 많이 뺏겨 당초 예상했던 6~8석에 못 미친 3석을 얻는 데 그쳤다.


창당한 지 1년9개월이 지난 지금, 양당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당초 결을 달리했던 이념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

여기에는 열린민주당 측의 몇 가지 요구 조건들이 붙었다. 


양당의 합의안에는 ▲비례 국회의원 등 열린 공천제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을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하기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해당 위원회는 각 당이 5대5로 참여해 공정하게 심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수사권 폐지 ▲포털의 뉴스 편집·배열 금지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등 의제에도 법제화하기로 합의했다. 


개혁에 중점을 둔 열린민주당의 요구사항인 만큼 파격적인 조건이 많다. 그중 눈에 띄는 건 국회의원 3선 초과 제한이다.


만일 이 합의안이 그대로 인용된다면,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민주당의 중진 의원들이 많다. 같은 지역구에서 3선 이상을 한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4선의 안규백 의원은 비례대표 생활을 거친 뒤, 동대문구갑 지역구에서만 내리 3선을 했고, 안민석 의원은 경기도 오산시에서만 5선을 했다.

이외에도 우상호, 우원식, 유기홍, 윤호중, 이인영, 전해철, 홍영표 의원 등은 모두 같은 지역구에서 3선 이상한 인물들이다. 3선 초과 제한이 통과된다면, 이들은 모두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흡수 통합’ 두고 해석 난무
합의안 파격적인 조건 보니…


이해 당사자인 3선의 우상호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이미 불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에 상관 없다(웃음)”며 “나는 선수에 관심 없는 사람이지만, 이 합의안이 지금부터 소급해 적용하겠다는 취지도 포함돼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 설명에 따르면, 개혁안이 당 차원에서 통과가 되더라도, 통과되는 시점부터 3선 의원에게 적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5선인 안민석 의원은 8선까지 총선에 출마할 수 있는 것이다. 


합의문이 공개되며 열린민주당이 합당을 합의한 데에는 이 같은 요구 조건들을 민주당이 수용했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그러나 사실 이 조건들은 선결조건이 아니다. 실제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양당이 합당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우 의원은 “합의안이 실제로 이행될지는 모르는 것이다.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거기서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며 “취지 자체에는 양당 모두 동의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정치개혁 특위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한편, 열린민주당 측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합의안보다는 2022년 대선이 합당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합당을 했던 열린민주당의 입장은 대선을 함께 치르자는 데 큰 중점을 뒀다”며 “열린민주당은 지난 가을부터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다가 대선후보를 따로 내는 것보다는 민주 진영의 후보를 도와주자는 데 당원들끼리 합의를 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10월부터 이런 합의가 이루어졌고, 합당에 대한 내부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쯤 민주당에서 손을 내밀어 맞잡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 “1월에 최종 합당이 마무리되면 ‘열린 캠프’라는 공간을 만들어 열린민주당 기존 당원들이 소외받지 않고 함께 대선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에 명시된 조건들이 이행되지 않아도 합당에는 변함이 없다는 말에 그 역시 동의했다.

이번 합당을 두고 당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나온다.


안으로는 “지금은 지지층을 결집할 때가 아니라 중도층으로 확장해야 할 때인데, 열린민주당 같이 급진적인 당과 통합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고, 밖으로는 “대선 승리를 위한 뻔한 야합”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야합?

그럴듯한 합의문의 명분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은 그냥 양당이 합당해 대선을 치르자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큰 변수가 없으면 양 민주당은 이달 말쯤에 공식적으로 합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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