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약발 안 먹힌 ‘윤핵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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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후폭풍> ③약발 안 먹힌 ‘윤핵관’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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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차이’ 이겨도 찝찝한 뒷맛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지방선거 당선자 명단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인물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대승을 거뒀다. 4년 전 설욕을 완벽히 갚았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석패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개운치 않은 승리일 수 있다. 경기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탓이다. 


지난 2일,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를 지켜보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게 막판 역전승의 승리를 확정짓고 주먹을 불끈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를 지켜보던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에게 막판 역전승의 승리를 확정짓고 주먹을 불끈 들어보이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가며 탈환을 반복해오던 곳이다. 당선만 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며 존재감이 급상승한다. 민주당 간판 이재명 의원도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뒤 대선에 도전했던 만큼 경기도지사의 위상은 정치권에서 큰 파급력을 가진다. 지방선거 전체를 놓고 볼 때는 국민의힘이 웃었지만 경기도지사는 민주당이 가까스로 지켜냈다. 


초접전 양상
막판 뒤집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반면 국민의힘 개표 상황실에서는 큰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출구조사 결과와 거의 비슷하게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9곳 이상 승리를 기대하던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12곳을 말 그대로 빨간색으로 물들였다.


양당의 확연한 온도차가 느껴진 대목이다.


박빙으로 불리던 지역까지 국민의힘이 이길 것이라는 그동안의 분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결과로 지난 총선 및 지방선거와는 반대로 뒤집힌 양상이다. 당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고 총선까지 대승을 거두며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까지 탄생시켰다. 문제는 거대 당이 탄생한 이후다.


연이은 민주당의 헛발질과 악재가 이어졌고 결국 민심이 등을 돌리며 국민의힘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해 열린 4·7 재보궐선거 직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에서 민주당이 앞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재보궐선거의 여파는 대선에서도 드러났다. 5년 만에 보수당에 패배하며 정권을 내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 정권교체 10년 주기설이 최초로 깨지며 정치 초보라 불리던 0선 정치인인 윤석열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짜릿한 승리를 거머쥔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에 내리 3연승을 기록 중이다. 대선에서 발휘된 윤풍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윤심이 투영된 후보가 곳곳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을 택한 대표적인 지역인 충청도 역시 국민의힘 인물로 꽉 채워졌다. 

전남과 전북에서는 진보당을 제치고 국민의힘이 15% 넘는 지지를 받아 선거비를 보전받고, 민주당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당이 되는 결과까지 이끌어냈다. 


경기만…국힘 개운치 않은 승리
대통령 후광 효과 먹히지 않아


다만 윤풍이 경기도에서는 발휘되지 못한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압살하긴 했지만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권자를 가진 경기도지사직을 탈환하지는 못했다.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중요하게 떠오른 지역이다. 


대선에서도 윤 대통령이 이재명 의원에게 패배를 기록한 곳이다. 1300만명의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 2년 뒤 총선과 윤정부의 국정 동력을 감안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반드시 경기도를 탈환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다. 


‘윤심 명심 대리전’이라고 불렸고 사실상 대선 2차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며 핫한 지역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선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유승민 전 의원이 정계 은퇴를 번복하면서 선거전에 뛰어들었지만 당심에 밀려 패배하며 김은혜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마지막까지 초박빙의 승부를 이어가던 경기도지사 개표 결과는 동이 트기 직전 윤곽이 드러났다. 최종 개표 결과 김 전 의원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에게 0.14%p 차로 패배해 고배를 마셨다.

김 전 의원은 오전 7시경 결과에 승복하며 김 당선인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두 인물의 표 차이는 1만표가 채 되지 않았다(8193표). 새벽까지는 김 전 의원이 승기를 잡고 있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뉴시스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뉴시스


초반만 해도 두 인물의 표 차이는 제법 컸다. 시간이 지나고 김 전 의원 옆에는 당선 유력 자막까지 달려있었지만 점차 격차를 좁힌 김 당선인이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민의힘은 연일 경기도 탈환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경기도 승리가 지방선거 승리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다. 이런 탓에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의 패배는 국민의힘에게 뼈아플 수 있는 대목이다.

 

빛바랜
윤심 프레임


유세 기간 동안 김기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김 전 의원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중 윤핵관이라고 소개했을 만큼 윤 대통령과의 거리가 가깝다며 윤심 프레임을 씌웠지만 해당 전략은 먹혀들지 않은 모양새다.


지방선거에서 윤심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된 인물이 김 전 의원이다. 대선 기간 윤심을 대표하며 자신의 몸집을 키워왔다. 경기도지사에 당선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선거였다. 

윤핵관은 현재 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실세 중 실세다. 국회 역시 윤 대통령 세력이 접수한 가운데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이런 영향 덕에 김 전 의원 역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전 의원이 김 당선인보다 전문가 이미지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유 전 의원이 나왔더라면 무난한 승리를 가져갔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 전 의원은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다. 김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가지고 나왔지만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선전했던 터라 민심은 이미 입증됐었다.


김 전 의원과 김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전문가 이미지는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유세 기간 내내 김 전 의원은 전문가 이미지가 강한 김 당선인을 향해 “실패한 문재인정부 관료”라고 타격했으나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실패했다.


무소속으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강용석 변호사 ⓒ뉴시스
무소속으로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강용석 변호사 ⓒ뉴시스


김 당선인이 가진 전문가 이미지가 워낙 굳건했던 탓이다. 선거 막판 불거진 채용 청탁 의혹과 재산신고 축소도 김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해당 의혹은 무소속 강용석 후보가 띄웠는데 한시가 급했던 김 전 의원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막판까지 강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점도 김 전 의원이 패배한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강 후보와 국민의힘 간 단일화 책임론 공방이 가열됐다. 강 후보는 극우 보수 성향으로 두 사람은 선거 막판 직전까지 단일화 밀당을 이어갔다.


당시 강 후보가 내세운 단일화 조건은 국민의힘으로의 복당이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개표 결과 강 후보는 0.9%를 득표하며 5만여표를 가져갔다.


단일화

했다면?


만일 김 전 의원이 강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충분히 당선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대목이다. 20대 대선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윤핵관이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두 인물 간 단일화에 대해서는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여러 논의가 나왔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는 필요없다”고 선을 그었고, 김 전 의원 역시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작은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자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했다면 이길 수 있었다”며 경기도지사 패배 책임론에서 발을 뺐다.


김 전 의원 본인에게는 최초의 여성단체장이라는 타이틀과 윤심을 이어갈 차기 대권잠룡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회였고, 국민의힘이 민심을 한층 더 다질 수 있던 기회가 날아갔다. 


경기도 패배는 당내 핵심 세력인 윤핵관의 입지를 다소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지방 곳곳에 윤심이 자리하게 됐지만 수도권인 서울과 보수 텃밭인 대구를 놓고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이 윤심이 아니라는 점에서다.


오 시장의 경우 이번만 4번째 서울시장 당선이다.


20대 총선에서 정세균 전 총리에게 패배해 입지가 줄었고, 2년 전 전당대회에서도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당권을 빼앗긴 바 있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는 초선인 고민정 의원에게 패배하면서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오 시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서울 시장 수성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윤핵관 세력에게는 견제 대상이다. 


차라리 유승민 나왔으면 됐다?
“민심이 당정에 경고” 분석도


당내에서 오 시장은 윤핵관보다는 이 대표와 가깝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재보궐선거 당시에도 오 시장 캠프에 소속돼 지원하기도 했다.


2연승에 성공한 당 대표가 됐고, 오 시장이 4선에 성공한 이상 향후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보수 텃밭인 대구 역시 홍 시장이 쥐게 되면서 벌써부터 보수 표심을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시장은 벌써부터 윤정부가 자신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보수 텃밭에서 홍 시장이 일찌감치 세를 다져 놓는다면 윤핵관 세력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윤핵관은 극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이번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긴 했지만 정권교체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또 윤 대통령이 완전한 보수를 대표하는 아이콘도 아니다. 윤핵관 세력이 대구에서 표심을 다지지 못한다면 보수의 분열은 피할 수 없을뿐더러 국민의힘 내부 분열도 불가피하다. 


부동층과 중도 민심이 중요한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들이 고민거리로 다가온다. 대선에서도 남성층과 여성층의 표심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갈라치기 여파가 잔존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의원이 경기맘을 띄우며 여성 표심 공략에 나섰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갈라치기 대선의 여파가 여전히 이어졌던 셈으로 이 문제는 여전히 국민의힘에게 남은 숙제다.

일각에선 민심이 벌써부터 경기도지사 선거 결과를 두고 윤정부를 향해 경고장을 날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정부가 통합정부에 기조를 맞춘 이상 이를 극복해내지 못한다면 향후 총선에서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


2년 뒤
성적표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결코 국민의힘이 잘해서 뽑아준 게 아니다. 정권교체 열망이 높았고, 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이 조금이라도 여론을 읽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역시 4년 무한 책임론을 강조하며 큰 승리를 경계하고 나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했지만 도취해서는 안 된다”며 “윤핵관이 더 큰 세를 다지기 위해선 2년 뒤 총선까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제주도도 윤핵관 영향?

 

온통 빨간색으로 물들인 지방선거에서 전북과 전남을 제외하고 파란색 깃발을 꼽은 지역이 있다.

바로 제주도다. 제주도는 2002년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가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20년 만에 민주당이 탈환에 성공했다.


직전까지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지사로 있던 곳이다.


무소속이긴 하지만 제주도지사를 두 번했을 만큼 원 장관의 제주도 내 입지는 탄탄했다.

원 장관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지만 이후 국민의힘 내 새로운 실세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내홍을 겪는 과정에서 강판당했으나 선거대책본부에서 재차 정책본부장에 다시 임명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승리로 대선이 끝난 뒤 현재는 윤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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