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 다 올라’ 20년간 추석 차례비용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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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빼고 다 올라’ 20년간 추석 차례비용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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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민족대명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즐거워야 할 명절 연휴지만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집은 한숨이 앞설 전망이다. 물가가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 <일요시사>가 최근 20년간(2003년~올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살펴봤다.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찾은 시민들 ⓒ뉴시스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찾은 시민들 ⓒ뉴시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던 물가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소비자의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8개월 동안 오른 끝에 약간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이달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달(4.7%)보다 0.4%포인트 내린 4.3%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날씨 영향

물가 상승 기류가 소폭 꺾인 것과는 별개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올해도 올랐다. 코로나19 창궐로 명절에 가족끼리 모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국민의 절반 정도는 여전히 유교식 제사와 차례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명절 차례상 차림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례상에는 과일, 육류, 야채 등이 골고루 올라간다. 그렇다 보니 지역별 날씨 상황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16만8340원이다.


당시 경남지방의 작황이 나빠 단감(5개)이 전년에 비해 189% 오른 1만5000원에 거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이후 14만9690원(2004년), 14만3720원(2005년) 등으로 떨어졌다가 2006년 15만8390원으로 올랐다. 해당 수치는 당시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가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추산한 액수다. 2007년에는 16만1470원으로 나타났다. 당시는 우박 피해로 기상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전반적인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과일 가격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2008년에는 18만230원으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전년과 비교해 10% 가까이 올랐다. 추석 시기가 전년보다 빨라 과일 생산량이 감소한 점이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조업량이 증가하면서 수산물 가격이 떨어진 것이 일정 정도 가격 방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년 전 10만원대서
최대 40만원까지 올라

이후 aT에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2011년에는 전국 13개 도시 총 40개 표본(재래시장 15개, 대형유통업체 25개)을 통해 추석 성수품 정보를 조사했다. 그러면서 총 4회에 걸쳐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 구매 적기 및 지역별 가격 등 구매정보를 제공했다.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는 가구에 실질적으로 유익한 정보를 주겠다는 취지였다. 

2013년까지 18만원대를 유지하던 추석 차례상 차림비용은 2014년 19만원대로 오른 데 이어 2016년 20만원을 돌파했다. aT는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로 나눠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발표했다. 전통시장은 22만3000원~22만5000원 수준, 대형유통업체는 31만6000원~32만9000원 수준이었다.


당시 차례상에 많이 오르는 소고기 가격이 오르면서 차림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 이듬해인 2017년에는 21만원 선으로 조사됐다.

2018년에는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각각 23만원(전통시장), 31만6000원(대형유통업체)으로 나타났다.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이 올랐지만 정부가 민생안정을 위해 공급량을 늘려 가격을 방어했다. 야채 역시 작황이 호전돼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추석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 들면서 차례상 차림 비용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aT에 따르면 2019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시장 22만8632원, 대형유통업체 31만5905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7%, 3.4% 하락한 액수다. 당시 aT는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 19개 지역의 18개 전통시장과 27개 대형유통업체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품목별로 무·배추 등 야채류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배와 쌀 등의 가격이 올랐다. 전체적으로 전년보다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오른 품목보다 많았다.  

2020년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24만4000원(전통시장 기준)으로 집계됐다. 2020년 여름은 장마가 길었고 태풍도 잦았다. 전통시장 24만4000원, 대형유통업체 34만2000원으로 각각 8.2%, 9.1% 올랐다. 평균 29만3000원 선이다. 나름 안정세를 유지하던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이 훌쩍 높아진 것.

전통시장, 대형유통업체보다 저렴
서울시민, 그래도 시장보다 마트

특히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야채류 가격이 가격 상승에 일조했다. 

작황 부진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배추 가격이 올랐고, 밤과 대추 등 임산물은 햇품과 정부 보유물량의 집중 출하로 가격이 떨어졌다. 소고기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당시 긴 장마와 태풍 등으로 피해가 큰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청탁금지법상 농축산물 선물상한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지난해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5만4296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과 비교해 약 1만원 오른 액수다. 대형유통업체를 통해 차례상을 준비할 경우엔 34만1312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은 29만7804원으로 2020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통시장이 전년 대비 4.1% 오른 반면 대형유통업체가 0.3%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대형유통업체는 정부의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에 따라 공급 확대, 할인 행사 등을 진행해 가격 방어를 주도했다. 정부는 지난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주요 성수품의 공급량을 평시 대비 1.5배, 2020년 추석 대비 1.4배 확대 공급했다. 또 농축수산물 할인을 주도해 가격 안정에 나선 바 있다. 

올해는 서울 기준 전통시장 24만3273원, 대형유통업체는 30만7430원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24일 ‘2022년 추석 차례상 구매 비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시내 5개 권역생활권 7개 자치구의 전통시장, 대형유통업체와 가락시장 가락몰 등 총 22곳을 대상으로 추석 차례상 차림 비용을 조사했다.  


대형유통업체가 전통시장에 비해 21% 비싼데도 불구하고 서울시민은 대형유통업체에서 추석 차례상을 준비하겠다는 비율이 높았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시내 일반 소비자 21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대형유통업체라고 응답한 비율이 49%로 절반가량 됐고 전통시장은 26%에 그쳤다. 

정부 대책은?

가격 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 30만1000원, 대형유통업체 40만8420원으로 나타났다. 비용 차이는 10만7420원으로 전통시장이 35.6%로 저렴했다. 밤과 쌀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비용이 올랐다. 장마가 길게 이어지면서 과실이 갈라지는 ‘열과 현상’ 등 피해와 일조량 부족으로 당도가 낮아지는 등 과일류의 공급량이 줄었다. 전년보다 추석이 일러 햇상품이 본격 출하되기 전이라 변수가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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