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기소’ 검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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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기소’ 검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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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김건희 여사 앞에서는 작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소환조사 이후 사건을 마무리짓겠다는 각오는 윤석열정부가 들어서면서 뒤집힌 모양새다. 검찰 안팎에서는 질질 끌 사건이 아님에도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대기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 ⓒ고성준 기자
검찰 ⓒ고성준 기자

김건희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깊게 연루돼있다. 과거 윤석열 캠프는 김 여사가 피해자라고 주장한 바 있으나 이는 사실과 거리감이 있다. 자신의 계좌가 수백번에 걸쳐 범죄에 악용된 이후 연락을 끊었다는 공식 입장은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가조작 혐의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김건희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김 여사에게 적용이 가능한 법률 검토를 이미 끝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은 2009년 이른바 ‘주가조작 선수’들과 91명 명의의 계좌 57개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계좌 6개는 289번에 걸쳐 사용됐다.

김 여사 측은 지난해 자칭 금융 전문가 이모씨에게 계좌를 넘기고 주식거래를 맡긴 사이에 계좌가 악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2021년 10월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서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두 해명 모두 거짓이었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1차 작전(2010년 1월부터 5월 사이) 이후 이씨에게 자신의 다른 계좌에서 주문을 낼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또 본인이 직접 신한금융투자 직원과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 주문했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도이치모터스 공판에서 공개된 변호인은 증인이었던 이씨에게 “1월12일부터 김건희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주문을 냈느냐”고 물었다. 이씨는 “1월12일은 제가 안 했고, 13일부터 제가 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는 김 여사의 신한증권투자 계좌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계좌 내역에 따르면 김 여사 계좌로 처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한 날은 2010년 1월12일이다. 윤석열 캠프는 1월12일부터 시작된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 내역 전체가 이씨가 주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오수 포함 공범들 대부분 기소…10일 1심 선고
수사 개시 2년 조사 서면으로 대체…봐주기 논란

그러나 재판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이 가운데 첫날인 1월12일은 이씨가 아니라 김 여사가 직접 증권사 담당 직원과 통화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전화로 주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월13일부터는 이씨가 김 여사의 계좌로 거래한 것이다.

증권사 직원은 이날도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에게 전화 주문을 받고 김 여사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줬다. 사실상 이씨의 주식거래에 대한 최종 승인을 확인받은 것이다. 이날 김 여사 계좌가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10만주, 2억5000만원가량이다.

김 여사는 이씨와 관계를 끊었다던 2010년 5월 이후에도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여러 차례 거래하고, 권 전 회장과도 지속적으로 증권을 거래했다. 또 주가조작에 가담한 회사의 PC에서 김 여사의 계좌 내역을 정리한 ‘김건희’라는 이름의 파일도 검찰 수사를 통해 발견됐다.

1년이 넘는 시간 동한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어떻게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에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1년이 넘는 시간 동한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어떻게 어떻게 매듭지어질 지에 관심이 쏠린다. ⓒ뉴시스


이 파일은 이씨와 관계를 끊은 뒤인 2011년 1월에 만들어졌고 권 전 회장 세력이 한창 주가를 조작하던 시기기도 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이정근 취업 청탁 의혹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뇌물수수 사건 등 인사비리 사건을 수사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 여사 의혹을 강도 높게 수사하기에는 담당하고 있는 사건만으로 벅찬 상황이다.

그러나 김 여사 사건은 수사 개시 2년이 지났다. 이미 소환조사를 마치고 법률 검토가 끝나고도 남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과거 서울중앙지검은 윤 대통령의 임기 시작 전 김 여사를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당시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팀의 의견을 존중하자고 했으나 결과를 보고받은 김태훈 4차장 검사가 김 여사의 무혐의 처분에 반대해 결정이 보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사팀은 김 여사를 주가조작 공범으로 의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에 김 여사의 계좌가 사용된 건 맞지만, 이 자체로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에는 연결고리가 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여사가 직접 매수를 지시한 사실과 주가조작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매수 지시 정황 드러나도…
“진작 마무리됐어야” 평가

특수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통상 주가조작 범행 수사에서 전주를 처벌하는 핵심은 ‘공모’ 여부다. 선수 대부분은 기소되지만 돈과 계좌를 제공한 전주가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다”면서도 “김 여사가 유일한 전주는 아니었으나 정황이 점점 짙어져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국정감사 이후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 윤곽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국정감사 이전 김 여사를 무혐의 처분하게 되면 야권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도 지난해 말까지 김 여사 기소 여부를 정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여전히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고, 언제쯤 김 여사가 재판에 넘겨질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다만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안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단단한 근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수사의 일부”라고 전했다.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해를 넘기는 수사 끝에 권 전 회장 등 핵심 인물 대부분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김 여사는 단 한 번도 소환되지 않으면서 언론을 통해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김 여사 무혐의 처분 시점을 놓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혐의 처분을 하려면 대통령 취임 전에 털었어야 했는데 정권 눈치 보기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기일인 오는 10일도 중요하다. 재판 흐름을 봤을 때 무죄 가능성이 적은 만큼 김 여사 기소 여부에도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안 해? 못 해?

서초동 한 변호사는 “이미 기소된 관련자들이 유죄를 받으면 김 여사를 수사하는 검찰도 어쩔 수 없이 제대로 수사에 나서야 한다”며 “이른바 ‘공범’으로 지목할 수 있는 논리가 단단해진다. 이미 재판에 넘겨진 인물들에 대한 유·무죄 둘 다 검찰 입장에서는 딜레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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