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 목매는 민주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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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에 목매는 민주당,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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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에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너무나 잡고 싶은 존재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건, 국정감사에서건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에게 공격을 집중하고, 때로는 과할 정도로 의혹을 제기하거나 말꼬리를 잡아왔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끄떡이지 않는 한 장관에게 민주당 의원들은 현상금이라도 내걸 기세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국회의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 기간을 꼽으라고 하면 단연 국정감사 시즌일 것이다. 어떤 국회의원은 1년 동안 국정감사만을 바라보며 자료를 수집하고 최대한 많은 제보를 모은다. 국회의원이 잘못된 정책은 없는지, 부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지 감사하는 일은 그 자체로도 행정부를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본질 흐리기

이런 중차대한 정치 이벤트 시즌이 시작되면 각 언론사와 국회 사무처 직원들도 여기에 발맞춰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낸다. 언론에선 국감 내용을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주요 의원들의 질의를 편집하고 부각해 가감 없이 전달하고, 사무처 직원들은 방대한 양의 자료를 피감기관과 의원실에 전달하며 감사 진행을 돕는다.

국감 시즌이 되면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수백명의 퇴근 시간은 항상 다음날 새벽으로 미뤄지고, 쉬는 날과 일하는 날의 구분마저 모호해기 일쑤다.

지난해 국감 시즌에 만났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10분 남짓한 질의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무려 열흘 밤낮을 준비했다”며 “(이런 노력을)알아달라는 것은 아니다. 의원님이 의미있는 질의를 했다고 평가 받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해 10월 있었던 국감은 특정 이슈로 덮여버린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질의 때문이었다.

당시 김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7월19일 밤, 술자리를 가신 기억이 있느냐”며 “청담동에 있는 고급스러운 바였고, 그 자리에 그랜드피아노와 첼로 연주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의원은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의 협업을 통해 해당 의혹을 입수했다며 국감 자리서 한 장관을 향해 “부당한 술자리를 윤석열 대통령과 참석한 것이 맞느냐. 해당 자리에는 변호사 수십명도 함께 있었다고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눈살 찌푸려지는 ‘말꼬리 잡기’
과한 질문에도 안 넘어가는 한

국감 자리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한 장관은 ‘노발대발’하며 부인했다. 그는 “내가 저 자리, 혹은 근방 1km 안에 있었으면 나는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을 맡든 다 걸겠다. 의원님은 뭐를 거실 거냐. 거시는 것 좋아하시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 의원의 질의 이후 한동안 국감 뉴스는 이른바 ‘한동훈 술자리 의혹’으로 뒤덮였다. 몇 주 동안 나왔던 질의 내용보다 이날 나왔던 김 의원의 뉴스가 2배 넘게 보도된 것이다. 언론 매체들은 해당 술집이 어디 있는지를 찾고 술자리에 참석했다던 변호사들을 만나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성준 기자

그러나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이 지정한 술집은 애초 수십명이 들어갈 수 없는 규모였고, 한 장관이나 윤 대통령이 그곳에 다녀갔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후에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첼리스트가 경찰 진술에서 “남자친구에게 한 거짓말이었다”고 해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김 의원은 해당 소식을 듣고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청담동 술자리’를 봤다고 한 당사자가 경찰에서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했다”며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의혹을 공개적으로 처음 제기한 사람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이들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사실상 사과문을 돌렸다.

그러나 사과 문자를 돌렸던 시점은 11월23일로 국감이 이미 모두 끝난 후였고, 피감기관에 던진 의원들의 질문은 첼리스트 거짓말에 묻히며 의미 없이 지나갔다. 해당 논란은 지난 6일, 대정부질문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대정부질문은 국회 본회의 회기 중 특정 기간을 정해 국정 전반 또는 국정의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국무위원들을 불러내 질문하는 시간이다. 민주당 주도로 실시된 이번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 등 수많은 주요 현안이 걸려있었다.

국감 땐 ‘청담동 술자리’
대정부질문 땐 ‘아주까리’

그러나 이번에도 대정부질문 관련 뉴스는 온통 한 장관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은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 먹는가”라며 “왜 이렇게 깐죽대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그 부분은 제게 여기서 물어보실 일이 아니다”라며 맞받아쳤다. 이날 정 의원은 한 장관과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를 캐물으며 계속 말꼬리를 잡았다.

그는 “김 여사와 친한 것이 사실인가. 실시간 녹취록을 보니 한동훈, 한동훈 하던데 서로 반말하느냐”고 물었고, 해당 발언을 듣고 고성을 지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소리치는 분들은 공천이 불안한가 보다”라고 비아냥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서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질의하고 있다. ⓒ고성준 기자

같은 당 고민정 의원도 헛발질을 이어갔다. 고 의원이 한 장관을 불러세운 뒤 ‘박근혜 국정 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량이)과도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한 장관은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여기에 고 의원은 “대법원 판결이란 게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며 다소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왔다.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를 모두 지켜본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한 장관 잡기로 인해 국감과 대정부질문의 본질이 흐려졌다”며 “내부 분위기 탓도 있다. ‘한동훈을 잡으면 스타가 된다’는 분위기가 요즘 당내에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잡으면 스타?

이 관계자는 “한 장관에게 현상금이라도 걸 기세다. 이번에 나온 낯 부끄러운 질문들은 한 장관을 골탕 먹이려다가 되레 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동훈 잡기’가 끝나지 않는 한, 대정부질문과 국감은 한동한 의미없는 질문으로만 채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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