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두뇌 플레이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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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두뇌 플레이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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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해밀’ 외교·정책 양날개
정동영 ‘한비연’, 손학규 ‘미래재단’ 물밑행보 시작

선거들이 점차 ‘정책전’으로 흐르는 양상을 보이면서 정가 싱크탱크들이 부상하고 있다. 잘 꾸려진 정책연구소는 좋은 정책뿐 아니라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는 산실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안국포럼’과 ‘국제전략연구원(GSI)’ 등으로 정책과 인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서 차기 대권을 겨냥, 별도의 정책연구소를 출범시키고 정책 개발, 인재 양성에 돌입한 이들이 적지 않다. 이에 정가에 가동중인 주요 싱크탱크를 훑었다.

정치권의 ‘거물’을 꿈꾸는 이들 중 싱크탱크에 공을 들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인물이 중심이던 이전과는 달리 각종 선거가 정책전의 면모를 띄게 되면서 ‘잘 만들어진 정책’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참모’를 키우려는 손길이 바빠지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정몽준 전 대표의 싱크탱크는 막강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는 지난 2008년 부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호를 따 아산정책연구원을 열었다. 한승주 전 장관이 이사장 겸 원장을 맡았으며 정 전 대표는 명예이사장에 이름을 올렸다.

정책 챙기는 정몽준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

아산정책연구원은 특히 통일·외교·안보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창립과 함께 “평화 번영 통일을 위한 외교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외국의 주요한 싱크탱크들과 연대한 공동 연구와 함께 글로벌 싱크탱크로 발전할 수 있도록 세계 각국의 명사들이 참여하는 국제자문위원회도 발족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정치권은 아산정책연구원의 출범과 관련, 정 전 대표가 지난 대선 이명박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활약했던 국제전략연구원(GSI)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차기 대선주자로 주목받아 온 정 전 대표가 일찌감치 대권을 준비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는 이에 대한 뚜렷한 답변 없이 아산정책연구원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자신의 재산 중 126억3952여 만원을 아산정책연구원에 출연했으며 지난 1월에는 아산정책연구원 건물을 신축, 프로그램과 인력확보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할 토대를 마련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외교 분야를 맡는다면 지난해 2월 여의도에 자리 잡은 ‘해밀을 찾는 소망’이라는 별도 정책연구소는 경제위기 극복과 정치발전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당시 해밀 개소식에서 정 전 대표는 “정쟁을 잘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책을 수립해 나라의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면서 “정치인이 하는 일 중에 하나는 폴리틱스(politics), 정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폴리시(polish), 즉 정책 수립인데 제일 바람직한 것은 정쟁과 정책 수립에서 균형을 갖추는 것이다. 순진한 사람들이 모여 순수한 정책을 연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병택 전 주 도미니카 대사와 정태용 전 국방부 정책보좌관, 홍윤오 전 홍보특보를 주축으로 각 분야 교수 및 전문가 등이 자문위원으로 투입된 ‘해밀’은 정치·행정, 외교·통일·국방, 경제, 교육, 문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은 ‘경기개발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은 1995년 연구원 20명 규모로 출발했으나 현재 박사급만 8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개발연구원,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등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연구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 지사의 최측근인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이 맡고 있는데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메가시티 전략, 일자리 창출 정책 등 김 지사가 평소 입에 달고 사는 사안들이 연구원의 2대 연구과제라는 점에서 김 지사의 싱크탱크로 주목받고 있는 것.

또한 경기도정보다는 중앙정부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일각에서는 김 지사의 차기 대권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경기개발연구원 측은 “대한민국은 중앙에 80%의 권한이 집중돼 있는 만큼 중앙정부 정책을 제대로 알아야 지방자치단체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길이 보인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표직에서 물러선 뒤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는 강재섭 전 대표도 이종구·권영세·정진섭·김성조·이명규·나경원 의원 등 ‘친강재섭계’ 의원과 초선 등 현역의원 30여 명과 연구모임 ‘동행’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행은 18대 국회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 달에 한두 번 각계 전문가를 초청, 정치·외교·안보·경제·사회 분야의 주제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갖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창립 1주년 기념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동행은 순수 공부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강 전 대표의 정계 복귀 시 그의 정책의 산실이 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동영 의원에게는 ‘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가 있다. 한경연은 정 의원이 미국에 머물 당시 한민족의 상생발전 및 800만 재외동포와의 수평적 연대를 위해 마련됐으며 미국 워싱턴, 뉴욕, LA 등지에 17개 지부를 두고 있다.

정 의원은 “한경연을 씨앗으로 해서 우리는 한국에 새로운 진보정부, 새로운 민주정부를 창출하고자 한다”며 취임한 후 귀국 전까지 이사장을 맡았었다. 또한 국내 복귀 뒤에는 ‘대륙으로 가는 길’을 슬로건으로 정하고 준비위원회를 구성, 지난해 9월 한경연 한국지부 창립을 준비했다.

개방형 연구소를 표방, 별도 홈페이지를 개설해 1만명을 목표로 대대적인 발기인 모집에 들어간 것. 하지만 서거정국 등 각종 정치 현안에 밀려 지난 3월1일에야 전북지부를 발족할 수 있었다.

한경연 전북지부 이사장을 맡은 신건 의원은 창립대회에서 “한경연은 새만금의 바른 사상 연구와 계승, 그리고 새만금 사업의 조기 성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전북이 가진 큰 경제적 자산인 새만금을 우리의 미래 희망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되자”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격려사를 통해 “피와 땀, 눈물을 바탕으로 이곳 전북에서 대동사상이 태어나 한민족의 무궁한 미래 경제 비전을 꽃피우고자 하는 것이 오늘 이 자리”라며 창립을 축하했다.

참모진 물밑행보
소리없이 강하다

이후 한경연은 조용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8월26일에는 광주전남한민족경제비전연구소가 호남정치학회, 전남대 아태연구소 등과 민주진보세력의 정권교체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2012, 민주진보세력 정권교체의 길을 찾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 의원은 ‘담대한 진보와 연합정치, 2012년 정권교체의 길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조발제를 통해 “민주진보세력이 가치와 신뢰를 중심으로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전 대표의 싱크탱크는 ‘동아시아미래재단’이다. 미래재단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함께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이를 위한 학술적 연구와 토론 그리고 실질적인 정책대안의 개발을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및 미국·러시아 등 관련국들의 학자·기업인·정치인들과 교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이곳에서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미래재단과 관련, “거창한 화두만을 내세워 고집하지 않겠다”며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과의 간극을 메우는 작은 실천부터 펼치겠다. 학술적인 연구와 토론은 실질적인 정책대안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래재단의 보폭이 커지고 있다. 미래재단은 지난해 7월부터 2기 이사회를 새로 꾸리고 임시 특별기구인 기획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원배가 운동과 홈페이지 보완 등 새로운 활력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5월10일에는 재단의 본격적 활성화를 위한 모임을 갖기도 했다. 미래재단과 손 전 대표를 적극적으로 성원해 온 단체의 대표 및 고문 13인은 이 자리에서 재단의 역할과 사업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 9월1일 매월 1만원 이상의 회비를 납부하는 진성 회원이 1000명을 넘어서는 성과도 거뒀다. 이에 대해 김성수 미래재단 이사장은 “손 전 대표의 칩거와 맞물려 재단의 활동도 답보상태에 있었다”며 “이제 진성회원도 1000명이 되고 손 전 대표의 발걸음도 바빠졌으니 재단의 고유 목적 사업도 보다 활성화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이면 재단의 회원도 최소한 5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손 전 대표도 6월 지방선거 전후로 미래재단의 서울 견지동 사무실에 자주 출근해 각계각층과 접촉면을 넓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진영에서는 이해찬 전 총리가 이끄는 ‘광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더좋은 민주주의 연구소’가 싱크탱크로 있다. 이 전 총리는 여의도 정치에서 한발 물러선 후 ‘광장’을 통해 꾸준한 정책 연구 활동을 하고 있으며, 안 지사도 ‘더연’에서 ‘더 좋은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를 맡게 된 후 더연의 고문으로 물러나 “당분간 충남에서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펼칠 계획”이다. 대신 백원우 의원이 소장직을 물려받아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경기도지사 선거와 7월 은평을 재보선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유시민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의 정책을 생산할 참여정책연구원의 원장을 맡았다.

유 전 장관은 당의 싱크탱크를 맡게 된 것에 대해 “한 당의 정신을 만드는 일만큼 확실한 정치는 없다”며 “야권 연합이 추구하는 공동의 가치, 정책을 생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연확대 나선 싱크탱크
2012년 향해 전진

당이 연구원에 거는 기대도 크다. 당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6.6%의 정당 지지율을 얻어 받게 된 국고 보조금 중 30% 이상을 연구원 활동에 사용, 출산·보육·교육·일자리 창출·노인 복지 등의 분야에 대한 ‘매력있는 정책’ 생산에 힘을 집중했다.

이 밖에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은 채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싱크탱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차기 대권을 준비하는 이들의 싱크탱크가 이전보다 강한 화력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진정한 힘은 드러나 있는 것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곳에 더 큰 위력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장미란 (pressmr@ilyosisa.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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