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중견배우 전성시대'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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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중견배우 전성시대' 대해부

일요시사 0 4897 0 0
“이제는 내가 주류!” 진정한 팔색조 연기자


최근 인기드라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배우들의 활약. 안방극장에 중견배우들의 활약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젊은 주인공들을 뒤에서 받치는 조연에만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요즘에는 드라마의 중심으로 우뚝 서서 흥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들은 검증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무기로 안방극장을 책임지고 있다.

정보석·이덕화·전광렬·김갑수 등 탄탄한 연기력 호평
수년간 조연에서 흥행 주도하는 드라마 중심으로 ‘우뚝’


60~70년대 강남 개발을 둘러싼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SBS 시대극 <자이언트>. 굵직한 스토리의 시대극이다 보니 정보석, 이덕화 등 중견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고 있다.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정보석은 악랄한 캐릭터로 극의 긴장감을 주고 있고, 그 반대편에선 이덕화를 선두로 흥미진진한 대결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정보석, 악랄한 캐릭터로
극의 긴장감 고조

‘국민드라마’로 등극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전광렬은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새롭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광렬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은 인터넷 팬카페.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면서 팬카페 회원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전광렬의 팬카페인 ‘절대지존 전광렬’의 회원수는 <제빵왕 김탁구>가 시작한 이후 200~300명 더 늘어났다.

중년 배우들의 팬들이 청춘스타와 비교해 팬카페 등 온라인 활동이 저조한 것을 감안하면 전광렬 팬카페 회원수 증가는 이례적이다. ‘드라마 다역의 제왕’ 김갑수도 쉼 없이 활동을 이어가는 대표주자다. <추노> <신데렐라 언니> <거상 김만덕> 등 인기 드라마에 줄줄이 출연한 김갑수는 현재 방영중인 KBS 2TV <성균관 스캔들>과 케이블 tvN <기찰비록>에 더블캐스팅 됐다.

둘 다 사극이지만 역할이 달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역시 김갑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도 특별출연, 개성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달 호평 속에 종영한 KBS 2TV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서 사람의 간을 먹는 만신 역으로 ‘만신의 정체 논란’을 불러온 천호진은 요즘 드라마와 영화 팬들에게 아주 친숙하다.

<죽이고 싶은>과 <악마를 보았다>에서 각각 입원 환자와 형사라는 전혀 다른 배역을 소화했다. 특히 <죽이고 싶은>에선 연기파 유해진과 함께 투톱 주연을 맡았다. 연기력과 카리스마를 인정받지 못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견여배우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중견 여배우는 그동안 작품에서 가정주부나 한 아이의 어머니 정도로 그려졌었다.

여배우의 결혼과 출산이 작품에 캐스팅 되는데 큰 장애물이 되기도 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은 모두 옛말이다. 전광렬과 함께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을 이끈 전인화, MBC 주말드라마 <김수로>의 배종옥, SBS <나쁜남자>의 오연수 등이 손꼽힌다. 많은 남성들의 이상형으로 꼽혀온 전인화는 표독스럽게 변했다. 그는 <제빵왕 김탁구>에서 거석식품의 안주인 서인숙으로 분해 악역에 도전했다.

전인화·배종옥·오연수 등 활약 눈부셔
중견배우들 활약, 후배 배우들에게  귀감

 
서인숙은 구일중(전광렬)의 부인이지만 아들을 갖지 못하자 비서실장 한승재와의 불륜으로 시어머니 홍여사(정혜선)에게 손자를 안겨주는 인물. 전인화는 정에 굶주리면서도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표독스러운 서인숙 역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배종옥은 <김수로>에서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지성)의 어머니 정견모주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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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견모주는 내면에는 따뜻함을 가졌지만 위기의 상황에서는 냉정하리만큼 단호한 결단력을 가진 인물.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발휘하며 자신의 운명을 바꿔 나가는 여장부이자 강하고 당찬 대륙여인의 피를 이어받은 ‘철의 여인’이다. 배종옥은 말을 타고 달리다 화살을 쏘기도 하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을 맨 몸으로 건너고 절벽 촬영까지 감행하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오연수는 <나쁜남자>에서 격정적인 로맨스를 펼쳤다. 오연수가 분한 태라는 부모의 뜻에 따라 정략 결혼을 한 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재벌가 장녀. 건욱(김남길)을 만남으로써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드러내고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운명적 사랑을 연기했다. 이외에도 KBS 1TV <엄마도 예쁘다>의 김자옥, MBC <황금물고기>의 윤여정, MBC <볼수록 애교만점>의 송옥숙, SBS <인생은 아름다워>의 김해숙, 장미희 등이 각각 작품에서 열연 중이다.

전인화, 표독스러운 연기
완벽하게 표현

영화 <그랑프리>에서는 주말드라마에서 친숙한 중견 남녀배우 두 명이 주인공 김태희와 양동근을 받친다. SBS <이웃집 웬수>의 박근형, KBS 2TV <결혼해주세요>의 고두심이다. 각자 드라마에선 주인공의 아버지, 시어머니 역이지만 영화에선 어린 시절 첫사랑을 나눈 사이로 러브라인을 형성할 예정이다. 특히 고두심은 드라마에서의 푸근함과 달리 냉정하고 독한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중견배우들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됐을까. 가장 큰 요인으로 부단한 노력을 들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 관리로 대중들의 눈길을 계속 사로잡는다. 또한 수십 년 동안 쌓은 내공과 실력으로 젊은 연예인들에게 느낄 수 없는 ‘원숙미’와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한 제작자 관계자는 “중견 배우들은 오랜 연기 경력이 있고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때문에 배역이 잘 맞을 때는 호소력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캐릭터 특성이 강할 때 대중적이고 친근감 있는 배우들이 연기한다면 드라마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예전에도 중견배우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들은 늘 제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중견배우들의 활약은 후배 배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언젠가는 그들도 걸어야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후배 배우들은 중견 배우들의 좋은 본보기를 통해 든든함을 느끼고 있다. 신인 탤런트 A양은 “선배님들 곁에서 말씀을 듣고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이다. 나도 선배님들처럼 훌륭한 연기자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인식의 변화다. 과거 40~50대는 먹고 살기 바빠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경제력을 가진 40~50대는 대중문화 소비에 젊은 세대들 못지 않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젊은 연예인들보다 자신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40~50대 연예인들에게 더욱 애착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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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에 친근감 주고
드라마에 무한 도움

세 번째 요인으로는 콘텐츠의 다양화다. TV만이 유일한 오락거리였던 40~50대들과 달리 요즘 젊은 세대들이 TV를 떠나 인터넷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만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들의 대부분은 흥행에 실패한다. 이에 비해 TV에 충실한 40~50대까지 함께 타깃으로 삼은 콘텐츠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제작자 관계자는 “시청자 연령층이 다양해지고 드라마 장르도 늘어나면서 중견배우들이 빛을 더 발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병철 (ybc@ilyosisa.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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