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한반도 ‘남·북 주도권 싸움’ 막전막후

한국뉴스


 

요동치는 한반도 ‘남·북 주도권 싸움’ 막전막후

일요시사 0 4787 0 0
이산가족 상봉 빅카드 내민 북 속셈 따로 있다?


북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당초 ‘9월 상순’으로 예고됐던 44년만에 열리는 노동당 대표자회도 일정이 잡혔다. 김정은 세습을 위한 권력 구도 재편이 끝났지 않느냐는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의 핵협상과 대미외교를 총괄해온 외교라인도 모두 승진 조치됐다.

이에 따른 6자회담이나 대미외교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대화국면 전환에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에 반해 이명박 대통령 정부는 기존 정책 구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천안함 관련된 사과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남과 북의 주도권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당대표자회 확정, 김정은 세습체계 마무리(?)
북, 대미라인 승진…6자회담·대미외교 돌파구


북한의 핵협상과 대미외교를 총괄해 온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내각 부총리로 승진됐다. 또한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됐고, 6자회담 북측 차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참사도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9월23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에 따라 이들이 승진했다고 밝혔다.

한국·중국 신뢰 저하
대미 대화로 돌파구

이들의 승진 배경에 대북 소식통들도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자회담과 대미외교 돌파구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미외교 라인에 힘을 실어줘 미국을 상대로 압박을 지속하려는 의도다”라는 관측이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측이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도 깔려 있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이번 인사는 ‘김정일 이후’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 세습에 앞서 외교라인 강화로 대외정책 기조를 사전에 정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등장해도 핵과 대미 외교는 강석주, 김계관 라인이 총괄하며 연속성을 가질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외부 지원을 받기 위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언론을 통해 “북중 관계 중심에서 벗어나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과 대미외교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올해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적극적인 대중외교를 펼쳤지만,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데는 큰 소득이 없었다. 이에 따라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6자회담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접 대화를 할 수 있게 사전에 외교 인사라인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1285633798-30.jpg

이와 관련해 미국의 움직임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을 방문중인 대북인권단체 ‘좋은 벗들’의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연합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방미기간 미국 인사들을 만나보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돼있는 것으로 느껴졌다”며 “북한의 당대표자회와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등의 일정을 감안할 때 표면적으로 대화가 드러나는 것은 11월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내에서는 6자회담보다는 다른 다자회담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정·군 간의 권력 균형을 위한 인사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정일 체제 출범 이후 가장 강조한 제1수단은 ‘군’이다. 주체사상과 더불어 ‘선군사상’이 지도이념이다. 이 같은 힘의 불균형을 바로 잡고 대외 분야에 보다 큰 자율권을 부여한 게 이번 인사의 의미라는 이야기다. 

북한은 대미 외교 라인 승진에 앞서 9월 상순에 열겠다고 했던 노동당 대표자회를 28일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44년만에 열리는 대표자회가 연기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일정을 잡아 발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 대표자회 준비위와 북 조선중앙방송은 “당 최고 지도기관 선거를 위한 당 대표자회는 9월28일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대표자회가 연기된 이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심각한 수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 3남 김정은을 둘러싼 권력투쟁설, 내부 정보유출자에 대한 색출작업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당초 밝힌 상순을 넘어서면서 수해를 부각시켰다. 홍수 피해로 인한 참석 대표들의 정족수 미달 및 흉흉해진 민심이 당대표자회를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만에 28일 개최를 발표하면서 다른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 심양과 단동을 방문했던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신의주에 수해가 심각하다고 했던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설도 재부상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안북도의 당 고위간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의자에만 앉으면 5분간 졸다 깨는 증상을 되풀이하는 등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며 “회의장에서 졸거나 비틀거릴 수 있기 때문에 회의를 연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라디오 매체인 ‘열린북한방송’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새벽 호흡곤란을 일으켜 긴급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북한 내부의 스파이 색출 작업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김 위원장이 북한 내부의 고급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에 매우 분노해 이 스파이를 색출하는 작업으로 인해 당대표자회가 연기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44년만의 당대표자회 확정
권력암투 정리 등 추측 난무

김정일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공식 데뷔 여부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후계자의 전면 등장을 원하는 김정은의 후견 세력을 설득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구축을 위한 인적 배치 등의 교통정리가 최근에야 마무리됐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나이와 경력 등을 감안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등의 후견인 체제와 집단지도체제 등이 내용이다. 

이와는 다르게 김정은이 스스로 거부해 지연됐다는 말도 나왔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단체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은 북한국경경비대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 스스로가 후계자 자질과 풍모를 더 갖추고 나서 공식석상에 나서겠다며 당대표자회에서 추대되는 것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예비회의에서 김정은 찬양 논의가 없었다”며 공식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MB, “대북정책 변함없다” 천안함 사과 먼저
북한 권력개편 초읽기 ‘정책 점검’ 등 시급


지도부 이견설도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모 언론과의 통화에서 “장성택에게 권력이 가는 것을 견제하는 세력이 있는 등 다른 연기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열리는 당대표자회의에서 3남 김정은으로의 후계 구도를 공식화하는 ‘노동당 최고기관 인사’ 등 관련 조치가 취해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44년만에 열리는 북한의 당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이 부각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김정일도 32세이던 1964년 노동당 조직 지도원으로 시작, 당 중앙위원·선전비서·조직부장을 거쳐 1974년 당 정치국원에 올라 후계자로 확정됐다. 그러나 3남 김정은의 경우 나이와 경력 등의 문제로 일인 독재가 아닌 섭정형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의 후계구도와 관련해 분명해 보이는 것은 권력형태가 달라질 것”이라며 “일인독재는 계속되지 않고 섭정이 들어설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는 “섭정세력에게 정권의 생존확률을 높이는 부분이 그랜드 바긴(일괄타결)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는 별개로 MB 정부의 근본적인 대북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북한의 천안함 사과와 핵 포기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면 대규모 대북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접촉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정치적 논의를 배제한 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일인독재보다 섭정 예상
그랜드바긴 필요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가족 상봉과 관광 재개는 완전 별개”라며 “이산가족 문제는 그 어떤 정치적 상황과 연계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도 기존 입장을 현재까지는 고수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양국은 계속 의견 조율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당분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고, 한국과 미국의 입장도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각계에서는 대북정보 수집과 분석, 정책 수립과정 전반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이 권력 세습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과 동시에 천안함에서 6자회담으로 갈아타기 위한 외교술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북의 이 같은 대화 제스처를 파악하고 북한이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북한 문제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당대표자회의 개최와 관련해 북한 내부의 권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 수집과 분석, 이를 통한 정책 수립 등이 새롭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호 (rombo7@ilyosisa.co.kr) 기자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