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정치권 ‘노무현 돌풍’ 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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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정치권 ‘노무현 돌풍’ 주의보 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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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노풍’이 불어 닥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가 다가옴에 따라 전국적인 추모 분위기를 부채질하는 손길이 부산하기 때문이다. 친노 인사들은 노무현 재단을 중심으로 1주기 추도회와 전시회, 토론회, 추모 콘서트 등 추모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추모 열기는 노 전 대통령의 1주기인 23일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6월 지방선거에 대거 출마한 친노 인사들로 인해 ‘노무현 바람’은 지방선거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친노 핵심 인사들이기도 하지만 추모 행사에 직접 참여, 지방선거로의 파급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월 내내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전국 진동 시킨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출간, 전국 추모행사 기획

‘노무현 돌풍’이 서서히 모습을 갖추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맞아 5월 한 달 내내 갖가지 추모 행사가 마련되는 등 추모 열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과 ‘재단법인 아름다운봉하’,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문재인 노무현재단 상임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 행사 기획단’을 꾸리고 행사를 준비해 왔다.

봉하마을에서의 노 전 대통령 묘역 완공행사와 본 추모 행사, 서울에서의 다양한 학술 및 문화, 전시행사, 주요 5대 도시 추모 콘서트로 나눠 진행될 이번 추모 행사는 차분하고 절제된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노 전 대통령의 유훈처럼 돼 있는 ‘깨어있는 시민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면서, 시민참여와 봉사를 바탕으로 진행한다는데 주안점을 뒀다.

‘노무현을 기억하라’
깃발 울린 추모 행사

추모 행사의 문을 연 것은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의 출간이다. 그동안 몇몇 책들이 출판되기는 했으나 노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서거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의 인생역정을 기록한 것은 ‘운명이다’뿐이다.

문재인 추모 행사 기획단장은 “그동안 출판된 책들은 민주주의나 진보주의를 주제로 해서 노 전 대통령이 남긴 글이나 구술을 정리한 것이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편견이야 얼마든지 나올 수 있겠지만 자서전으로서는 다시 나올 수 없는 유일한 정보원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행사는 1주기 추도식이다. 노 전 대통령의 1주기인 오는 23일 오후 2시 봉하묘역에서 열릴 예정인 추도식에는 국민들이 기부한 박석으로 조성한 묘역이 공개된다. 노 전 대통을 그리는 국민들의 마음이 1만5000개의 박석을 통해 완성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문 단장은 “박석이 모두 다 깔리고 나면 노 전 대통령 묘역은 국립묘지를 벗어나서 고향마을에 조성된 첫 전직 대통령의 묘소라는 의미와 함께 국민 참여 방식으로 국가원수의 묘역이 조성됐다는 의미를 아울러 갖게 된다”며 “참여한 국민들은 묘역을 방문하면 자신이 기부한 박석과 추모글을 찾아보는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석에 새겨진 추모글 중 ‘꽃이 진 뒤에야 봄이었음을 압니다’ ‘좋은 바람 불면 당신인 줄 알겠습니다’ ‘그리움 담아 눈물모아 그저 얇은 돌 하나 당신 곁에 놓습니다’ ‘꽃 한 송이 쓰러지며 희망의 꽃이 날려 새봄 수천송이 꽃 피어나리’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추모식 때 봉하마을을 찾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서울에서 5일부터 16일까지 추모 전시회도 열린다. 작가들과 시민들이 보내 온 작품들과 추모기록물,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직접 사용했던 유품들이 함께 전시돼 노 전 대통령의 체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것. 서울전시회가 끝나면 봉하마을에서 5월말까지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강요배, 김정헌, 임옥상씨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진화가 37명의 추모 특별 전시회도 19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정동 경향갤러리에서 진행된다.

넘실대는 노란 물결
5월, 전국을 물들인다

봉하마을에는 노 전 대통령이 어린 시절, 그리고 퇴임 후 즐겨 거닐던 마을 주변 산과 숲길, 논길, 화포천 등이 하나의 산책 코스로 이어진 생태산책길, (가칭)‘봉하 생태산책길’이 조성된다.

지난해 서거 당시 전국에서 열렸던 추모 콘서트도 부활한다. 1주기 추모기간동안 서울·광주·대구·대전·부산 5개 도시에서 열릴 추모 순회 콘서트가 그것이다. 특히 추모 콘서트에는 명사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밴드가 보컬멤버로 변신, 무대로 올라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와 노래 실력을 선보이고 지역별로 대규모 시민합창단이 만들어져 시민들 스스로 꾸미는 무대도 마련됐다.

이 밖에 노 전 대통령께서 서거 때까지 매달렸던 진보적 민주주의를 재조명하는 학술 심포지엄과 노 전 대통령을 담은 열 컷의 사진과 각각의 사진에 담긴 열 가지 주제를 놓고 노 전 대통령을 잘 아는 열 명의 인사들이 출연, 그를 증언하고 추억하는 이색적인 인터넷매체 합동 생중계 토론회 ‘노무현, 열 컷의 풍경’이 진행된다. 또한 서거 1주기 노무현 시민학교 문화강좌도 열린다.

이 같은 추모 행사들을 통해 5월 한달 내내 전국으로 추모 열기가 번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모 행사는 기본적으로 ‘차분’과 ‘절제’라는 개념으로 펼쳐진다. 행사가 요란해지면 ‘작은 비석 하나 세워 달라’던 노 전 대통령의 유언에 어긋날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는 것.

노무현 재단측도 “노 전 대통령의 유지도 따라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초라해서도 안되고…”라는 말로 고민을 드러냈다. 행사를 준비하며 이들이 기준으로 삼은 것은 삼국사기에 나오는 ‘검이불누(검소하되 누추하지 않다)’는 말이다.

또한 1주기가 6월 지방선거 직전에 있다는 것도 이들이 ‘차분’과 ‘절제’에 매달리게 된 이유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추모 분위기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판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문 단장은 “서거 1주기의 추모 분위기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국민들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듯 1주기 추모를 통해서 민주주의나 권위주의 해체, 서민복지, 지역균형발전, 남북간의 평화 등 ‘노무현 정신’과 노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이 말했던 ‘깨어있는 시민정신’으로 선거에 임한다면 우리나라의 정치나 민주주의가 그만큼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노무현 서거 1주기’ 효과의 지방선거 영향력은 몸집을 키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 행사가 지방선거에 열흘 앞서 열린다는 점 외에도 친노 인사들이 대거 지방선거에 참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들은 추모 행사에도 참여, ‘노풍’을 지방선거로 끌어들이는 데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를 집필한 유시민 전 장관은 국민참여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또한 추모 콘서트에 나설 프로젝트 밴드 ‘사람사는 세상2’에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한명숙 전 총리와 충북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 충남지사 선거를 뛰고 있는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참여하고 있다.

선거 나선 친노전사
‘노풍’ 타고 전진 앞으로!

한 전 총리는 8일 서울공연에서 보컬을 맡아 건반연주자 겸 보컬인 이정희 민주노동자 의원과 무대에 오른다. 안 최고위원은 실제 밴드로 활동 중인 두 아들과 9일 광주 공연에 선다. 16일 대전공연에서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카바사를 연주한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친노 인사들이 민주당, 국민참여당, 무소속으로 전국 곳곳에서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했다”며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 뒤로 1년 여 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그림자가 오버랩되는 상황이라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방선거에 불 ‘노무현 바람’을 거론했다.

한나라당도 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찌감치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단장이 지방선거 위기론을 펴며 출마를 선언한 친노 인사들을 정조준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정 단장은 한명숙·유시민·송영길·안희정·이광재 후보 등을 거론하며 “지금 말한 과거의 친노 인사들은 과거에 다 비리로 처벌받았거나 비리에 연루되고 있는 사람”이라며 “지난 대선, 총선에서 다 심판을 받았다, 국민들로부터.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그런 무능하고 부패했다고 심판받은 친노 불량세력들이 다 지금 지방선거를 통해서 다시 부활을 하겠다고 나오고 있다”고 원색비난했다.

하지만 정 단장의 말 중 정치권의 공감을 끌어낸 말은 따로 있다. “한명숙 후보가 아주 훌륭해서 이기는 게 아니라, 판이 그렇게 돼 있는 거다. 선거는 판이 더 중요하지 않냐”는 말이다.

정가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여권에 위협이 되는 각종 악재들이 춤을 추면서 ‘정권심판론’이 제기됐고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으며 서울시장 선거를 흔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도 이와 같을 것”이라면서도 “천안함 사태 등 다른 이슈에 가려 ‘돌풍’으로 끝나느냐, ‘태풍’이 돼 전국을 덮치느냐는 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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