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경 기자가 만나본 이시대의 기인- 금화당 아가씨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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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기자가 만나본 이시대의 기인- 금화당 아가씨 보살

일요시사 0 13581 0 0
인간의 삶은 항상 불안하다. 미래가 예측불허인 것이 그 이유다. 때문에 세상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자 하는 이들로 넘쳐난다.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무속인이다. 하지만 명쾌하게 인간의 운명을 점치는 무속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 가운데 최근 날카롭고 정확한 예지력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여성무속인이 있어 화제다. 금화당 아가씨(02-567-6788, 7033)가 바로 그녀. <일요시사>는 사주를 바탕으로 팔자를 고쳐준다는 신통방통한 그녀를 만나 신비한 무속의 세계를 엿봤다.

듣지도, 보지도 않고 답답함 콕 집어내는 신점
굿 권하지 않는 무당…“무엇보다 정성이 중요”  


지난 1일 금화당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그녀의 점집을 찾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방이동 시장 골목 어귀로 접어드니 금화당의 점집이 눈에 들어왔다.

무속인을 떠올리면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점집에 들어서는 것을 주저하고 있자 어떻게 알았는지 안쪽에서 “들어오세요”라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기를 얻어 내부로 들어섰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공간은 생각과는 딴판이었다. 밝은 분위기에 모든 것이 가지런히 정리돼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곳에서 한 여성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어서오세요. 잘 찾아 오셨네요”라며 반겼다. 금화당 아가씨였다.

‘신점’의 달인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젊은 외모에 특유의 친근한 말투로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은 편안함 마저 든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뒤 얼마나 시간을 내줄 수 있겠냐고 묻자 그녀는 “시간은 넉넉하게 비워뒀으니 걱정마세요”라고 말했다. 평소 밀려드는 이들로 예약 없이는 만나 볼 수조차 없다는 그녀였다.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사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쉴 틈이 전혀 없다니까요. 그래서 이참에 좀 쉬어보려고요”라며 특유의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녀는 신점으로 유명하다. 신점은 사람 얼굴만 봐도 그의 성격은 물론 과거와 미래, 그리고 환경까지도 손바닥 보듯 알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때문에 그녀는 ‘잘나가는’ 무속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능력을 얻기까지 아픈 과거도 있었다.

그녀는 낳아준 부모도 모른 채 남의 집 업둥이로 자랐다. 철들 무렵부터 이해할 수 없는 환청에 시달려 왔다는 그녀는 성인이 된 후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0년대 초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수십억대의 성공한 사업가로 거듭난 것.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찾아온 것. 신내림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녀는 “신내림을 받지 않으려고 3년 넘게 울고불고 매달려봤어요.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죠”라고 말했다.

죽음의 문턱에 다 닿았을 무렵, 지인의 소개로 김금화라는 무속인을 찾게 됐다. 그러자 금화당을 본 김금화는 대뜸 “네 법당은 어딜 두고 여길 왔냐”고 호통을 치며 “넌 신의 딸이니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무당이 되라”고 말했다.

이에 결국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금화당 아가씨. 그녀는 승승장구하던 사업을 포기하고 지난 2005년 간판 하나 없는 초라한 점집을 차리면서 무속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맞게 됐다.

처음엔 그녀를 찾는 이가 없었다. 파리만 날렸다. 이에 그녀는 길거리로 나섰다. 스쳐지나가는 이들에게 “교통사고 조심해라” “부인이 바람났다” “사업이 위험하다”라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광인 취급을 받으며 봉변을 당하길 수차례, 미친 사람으로 여겼던 그녀의 말들이 척척 들어맞자 그녀를 찾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후 그녀의 명쾌한 점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녀를 찾는 행렬이 끊이지 않게 됐다.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 예비 사업가, 결혼을 앞둔 이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등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특히 사업운을 보는데 강했다. 그녀는 “저도 사업경험이 있잖아요. 이를 바탕으로 신과 소통해서 사업운을 예측해요. 매출은 물론 닥쳐올 위기까지도 상담해줄 수 있기 때문에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수년전 어느 날 국내 유명항공사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던 한 중년의 남성이 그녀를 찾아온 적이 있다. 그는 사표를 내고 개인사업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왔다. 실적을 강요하는 회사경영방침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이에 금화당은 “지금 퇴직하게 되면 가족과의 생이별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니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라”며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그리고 퇴직금으로 꽃게 유통회사를 차렸다.

그 해에는 예년과 다르게 서해안 꽃게잡이가 극심한 흉작을 겪었다. 발버둥 쳐 봤지만 적자만 쌓일 뿐이었다. 결국 자금난에 몰린 회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금화당의 말대로 가족과도 떨어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그는 다시 금화당을 찾았다. 금화당은 부적을 몸에 지니게 하고 기도를 올리게 했다. 이내 회사는 다시 활력을 얻었고 가족은 그의 품으로 돌아왔다.

사업운·연애운 특기

그녀의 또 다른 장기는 연애운이다. 날카로운 점괘는 신기에 가깝다는 소문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여름. 40대의 여성이 금화당의 점집을 방문했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그녀는 끝내 발걸음을 돌리려했다. 문을 사이에 두고 금화당은 소리쳤다. “넌 절대 그 남자 놓지 못해!!”

그녀의 사연은 이랬다. 결혼 15년차로 슬하에 두 아이를 두고 있던 그녀에게 어느 날 한 남성이 다가왔다. 신혼초기 사업실패로 가족은 뒷전에 두고 십수년을 술로 보내던 남편과 달리 따듯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의 마음속에 더 이상 남편은 없었다.

하지만 쉽사리 남편을 떠날 수 없었다. 사랑스런 두 아이가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남모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모든 것을 털어놓은 그녀는 한참을 통곡했다. 그리고 “이혼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에 금화당은 “아직은 아니니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로부터 연락이 왔다. 남편이 간경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 자칫 성급한 결정으로 인해 ‘아이를 버린 엄마’라는 씻지 못할 죄책감과 함께 살아갔을지도 몰랐을 그녀였다. 하지만 이로써 그녀는 사랑하는 남성과 아이들을 모두 잃지 않을 수 있었다.

무속인은 으레 굿을 하게하고 높은 복채를 요구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지만 무조건 굿이 최고는 아니란 게 금화당의 지론이다.
“각각의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굿이 능사는 아니에요. 때론 그 집안 조상에게 기도하거나 치성을 드린 부적만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성이라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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