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춘화 벗겨보기

한국뉴스


 

한·중·일 춘화 벗겨보기

일요시사 0 27013 0 0
본능을 깨우는 그림 ‘춘화’가 세기를 뛰어넘어 세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롱 속 깊숙한 곳에서 몰래 들여다보던 ‘그것’을 당당히 전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화정박물관에서는 9월14일부터 한·중·일 ‘춘화’ 전시가 한창이다.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성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해 낸 춘화를 통해 대중은 물론 학계에서도 에로틱 아트에 관한 이해를 증진시키려는 것. 때로는 감성적이고, 때로는 노골적이어서 아름다운 그림 ‘춘화’의 삼국 에로틱 열전을 취재했다.

서울 화정박물관서 12월19일까지 한·중·일 춘화 전시회
옛 사람들 몰래 보던 ‘춘화’ 지금 봐도 묘한 매력 ‘철철’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4가지 선천적 욕구가 존재한다. 이른바 동물적 본능이다. 식욕, 수면욕, 배설욕, 성욕이 바로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욕구인 먹고, 잠자고, 배설하는 행위와는 달리 생식행위 즉, 성욕은 종족보존을 위한 본능인 동시에 쾌락을 동반한다. 하지만 동서양은 모두 전통 사회에 있어서 유교문화와 기독교문화라는 뿌리 깊은 사회적인 규범에 의해 ‘성’이 규제되어 왔다.

“밖으로 나와 버리고”

이런 규제들은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성’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동시에 편파적인 형태로 전달했다. 때문에 전통 사회에 있어 ‘성’에 대한 공론화 및 공개적인 유희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옛 사람이라고 해서 인간의 기본 욕구인 ‘욕정’이 없었겠는가.

지금이야 사람들의 춘정을 자극하는 각종 서적, 사진, 영상 등이 쏟아져 넘치지만 옛날에는 그저 집안 장롱 깊은 곳에 감춰져 있는 춘화 몇 장을 보는 정도였다. 이처럼 ‘춘화’는 숨어서 보는 그림이었기 때문에 현 시대에 와서도 소장가들은 이를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랜 세월 장롱 속에 갇혀있던 ‘춘화’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화정박물관에서 9월14일부터 한·중·일 춘화 특별전 ‘LUST(욕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 한·중·일 세 나라의 춘화를 통해 당시 사회상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과의 만남, 교류, 유혹의 형태 등을 살피는 계기를 마련하고, 동시에 관련 학계의 심도 있는 접근을 위해 처음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오는 12월19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노골적인 성행위를 담고 있는 그림이 많다는 특성상 19세 이상만 관람이 가능하다.

유교 문화권으로 ‘성’에 대해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한·중·일의 옛사람들에게도 남 몰래 품고 있는 욕정이 있었다.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사람들은 더욱 더 은밀한 형태인 소설, 회화, 도자기, 부채와 같은 각종 공예품 형태로 관련 작품을 만들었고, 이를 즐기며 욕구를 충족했다. 많은 에로틱 아트 가운데 회화작품은 ‘춘화’라는 명칭으로 널리 알려졌다.

1285637027-20.jpg

한·중·일 세 나라는 같은 유교와 불교문화의 영향을 받았지만 나라별로 춘화의 느낌이나 특징이 서로 다르다. 한국의 경우, 17세기부터 판화 형태로 춘화가 유통되어 온 중국·일본과는 달리 18세기에 들어와서야 춘화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사극 영화에서 가끔 등장하는 것처럼 춘화는 주로 기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흥쾌락 문화 중 하나로 시작했으며, 이후 사대부 양반으로 옮겨갔다.

한국의 춘화 제작에는 당대 최고의 화백이었던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도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춘화의 특징은 살아있는 듯한 사실적인 묘사와 정확한 인체묘사, 때로는 과감한 생략에 의한 상상력의 환기 등에 포인트를 뒀다. 모자란 듯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은은하며 해학적인 맛이 한국 춘화의 특징이다.

이번 특별전 한국실에서 볼 수 있는 ‘사시장춘(四時長春)’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사시장춘’에는 성인남녀가 아닌 어린 여종만이 등장하지만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급하게 벗은 듯한 두 쌍의 남녀 신발과 술상을 들고 방으로 들어갈지 말지를 망설이는 여종을 통해 방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상상하게 되는 것.

이 그림은 남녀의 모습을 하나도 그리지 않고 표현한 에로티시즘의 진수로 조선 후기 풍속화가 혜원 신윤복의 그림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동시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이상하리만큼 남아있는 춘화가 많지 않은 한국 작품 중 ‘사시장춘’은 단 한 번도 전시된 적이 없어 그 의미가 크다. 중국에서는 ‘봄날 밤에 궁궐에서 벌어진 일을 묘사한 그림’이라는 뜻의 ‘춘궁화’와 ‘비희도’가 전해져 왔으며 명대 후기에 들어 번성했다.

중국의 춘화는 주로 ‘관전자’를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계집종이나 사내종 등이 옆에서 훔쳐본다거나 등장인물을 둥근 창 밖에서 들여다보는 듯한 시선으로 그려냄으로써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관음증을 자극한다.

이밖에도 여성 혼자 도구를 이용해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나 여러 명이 뒤섞인 장면을 그림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달리는 말 위에서 묘기하듯 사랑을 나누는 그림도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하지만 중국의 춘화에서는 대개 화폭 안에서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아쉽고, 도식화된 딱딱한 그림과 생생하지 않은 묘사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비슷한 듯 다른 춘화”

일본 춘화를 보고 있으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풍속 속에 조용히 스며든 한국이나 중국의 춘화와 달리 남녀의 정사장면이 클로즈업된 데다 성기가 과장되게 표현된 이유에서다. 또 누가 그렸는지 알기 어려운 중국이나 한국의 춘화와 달리 작자가 비교적 명확한 것도 특징이다.

일본은 에도 시대에 우키요에 채색판화가 유행하면서 춘화가 대중화 됐고, 현대적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색감에서 일본적 미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또 동성애, 음란증, 소아성도착 및 수간 등 유럽에서도 터부시되던 주제를 다루며 극한의 쾌락을 추구했다는 특징도 있다.

0 Comments
광고 Space available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