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수채화 ;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교민뉴스


 

한 폭의 수채화 ;최미봉 시조시인 / 수필 작가

일요시사 0 322 0 0

여행을 하다 보면  

자유스러운 향기가 함께 다닌다 

주저앉았던 일에 구별 짓는 소절 이 있어 

묻어 두겠다 하면서도 

꺼내놓는 이야기가 문득 내 앞에 서성거리면 

때로는 혼자 어디론가 훌쩍  떠나 

발길 머무는 곳곳에서  

웃음을 나누고 싶어  소박한 곳을 찾기도 한다 


뉴질랜드 여행은 어디가나  아름 다워

자연 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선글라스도 벗어야 

환상적인 색상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겹겹이 싸인 산들을 곁에 두고 

확 트인 고속도로와 통통한 갈대숲을 지나 

도도하게 흐르는 와이카토 강을 뒤로하며 


3시간 반 걸리는 수정 같은 

Putaruru에 있는 Blue Spring  

환상을 안고 자랑으로 출발 


담백한 하얀 뭉게구름이 

오묘한 옥색 하늘에 푹 빠져있고 

더러는  검은콩을 으깨 섞어 모은듯한 

소나기라도 올 것 같은 진회색 구름도 보인다 

운전하기엔 좋은 날씨

가끔 얼굴 내미는 햇살은 따습기도 하다 


31살 때 배운 운전 솜씨로 

이민 와서 가끔 

운전을 못 하시는 어르신들  모시고 

1박 2일 여행을 시켜 드리기도 했던 곳을 향해 

언니 집을 여행온 막둥이 여동생 제부와 함께  

난 멋진 가이드로 변신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연실 부분 부분 소개 하기도 한다 


내비게이터에서 

나오는 연색색한 안내 방송 따라가 

해밀턴 시티 번잡한 거리로 들어간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인터넷으로 확인하며 봇다리를 푸는 

여행객들에 비하면 우리에겐 가벼운 여행이 되기도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난다는 

금강산도 식후경!

맛집도 없는 뉴질랜드  내 입맛이 맞으면 맛집이다

 


소규모로 음식점

집에서 멸치 우려낸듯한  시원한 국물이 

입맛으로 남는 한 끼 그런데 

리필한 김치 소주잔만 한 종지에 

잘게 썬 김치 담아주고 2불 50센트! 

셋이서 한 번 집어먹지도 못하고 바닥 드러나는 

팍팍한  주인의 모습이 안쓰러워 

영주권 받기를 기도 해주며 나온다


훼손되지 않은 숨겨진 곳곳에 

해밀톤 지나 비포장 거리를 가다 보면  

구름을 싣고 달달한 행복을 싣는

다양한 소리를  내는 승용차들을 만난다 


가끔  매연으로 자연을 뭉개버리는 

밉살 스러운  바쁜 차들도 있지만  

모두 고즈넉한 수채화를  모아놓은듯 하다 


조각조각 모아놓은 삶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27년 이민생활의 삶을  

수필집에 파란 하늘을 그대로 담았던  곳 중 하나 


자연이 아름답고 조용한 경이로움으로 꽉 찬

감탄마저 아름다운 뉴질랜드에 숨겨진 곳이지만 

아름다움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천연 샘으로 

수온은 늘 섭씨 11°

뉴질랜드산 생수 70%를 공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풀풀 먼지를 내는 자갈이 깔여진 길을 가다 보니 

타이어 펑크로 휠 카버는 어디 런지 날아가고 

찌그러진 바퀴를 들여다보는 딱한 신세도 있는 여행길 


글 켜진 스텐커버는 

젊은 아낙의 손에 들여져 오고

길 가던 벤츠 아저씨 

자연스레 임시 타이어로 바꾸어주는 

엄청 고마운 풍경도 생각나

주절주절 입에 달고 가는 우스갯소리 이어진다 

뒤에 앉은 제부는 잠을 청한 듯 가끔 

"처형 피곤 하지요"

뜸부기 같은 이야기가 문득 생각이 나기도 하다 


진부령 같은 

구불구불한 한적한 길을 따라가면서  

입가 눈가 주름 잡히도록 행복을 나누는 동생과 대화 

가는 중에 가끔 "언니 잘 가고 있는 거야! " 

내비게이터를 계속 중계방송 해주는 

아나운서인 막둥이 여동생 


들어가는 곳을 놓치기도 하고 

때론 지나쳐 30분은 더 걸리면서 가고 있다 

구름은 또 다른 곳으로 흩어지며 

가을 햇살을 몰고 오는 바람에 

새 옷을 입히는 갓길에 물 들어가는 이파리들 

 

갑자기 충전이 15% 남았다는 문자가 뜬다 

서두를 필요 없는 20분 남은 목적지 

좁은 시골길 20킬로 속도로 

끄르륵 거리는 엔진을 식히는 산새 바람도   

숨죽이며 따라온다.


맑은 하늘을 담고 있는 "블루 스프링" 

말 그대로 청색 물줄기 따라 

초록색 수초가 그득히 자라고 물소리에 따라 

푸드덕거리는 오리도 나풀대는 노란 나비도 

물속에 송어 떼도 물결에 따라 너울거림은

경이로움과 신비로움 아름다움이 극치에 다다른다 


몇 번째 다녀간 곳이지만 경이로움이 

갈 때마다 생각과 보는 마음은  변화무쌍하다.


달랑 이정표와 주의 사항을 적어 놓은  표지판 

수영금지 문구도 한눈에 들어오기도 

샘물도 구경하고 힐링도 할 수 있는 일석 이조의 

운치 있는 산책길도 있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라 가을 단풍으로 눈 호강 시키는 

주변 풍경도 한눈에  들어오는 

표현할 수 없는  Blue Spring  


목초지를 가로지르며  

트랙킹 하기에 좋다고 추억을 남기며  

열심히 걷는 뒷모습들 


해는 뉘엿뉘엿 

산을 넘고 강을 넘는다 

노을에 푹 담긴 온 세상을 담은 듯 

고향 같은 생각에 잠깐 머리를 식힐 때 


노을에  서성이기도 

양들이 만들어놓은 다랭이 언덕에도 

붉게 타들어 간다.

백미러에 비추는 모든 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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