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나눔 바자회

손바닥소설


 

행복 나눔 바자회

오문회 0 1431

“아, 리틀시스터스에서 수녀님 오셨네요.” “수고 많아요. 초대해 주셔서 고맙구요.”

행복 나눔 바자회 축성식이 끝나자마자, 노스쇼 이벤트 센터 행사장으로 수녀님 두분이 들어오신다. 십 수년간 리틀시스터스 요양원 봉사를 해오고 있는 레지오기도단체에서 초대장과 바자회 티켓을 선물로 드린 데 대한 발걸음이다. 

하얀수녀복을 입으신 할머니 수녀님 두 분의 발길이 새삼 빛난다. 수녀님께 성당 바자회 행사 팸플릿을 드리니 한번 죽 훑어보신다. 현지인들을 위해 영어로도 쓰여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팸플릿 윗부분의 신부님 환영 글을 손으로 가리키니 고개를 끄덕이신다.

“평화를 빕니다. 먼 나라 뉴질랜드로 와서 살다가 신앙 공동체를 세운 지 25년이 흘렀습니다. 소중한 인연의 역사입니다. 서로 축하하고 격려합시다. 이번 바자회에 초대되신 여러분께 축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행사 전날 밤늦도록 이벤트센터 안에서 수고한 일손들이 일사불란했다. 배치도에 따라 하얀테이프로 영역이 나누어지자, 해당 공간에 업체에서 상품을 진열하고,구역별로 바자회 물품 정리가 이루어졌다. 내일의 주역인 청년 팀의 도움과 각구역에서 물품을 운반한 손길이 합하여지니 전체 배치도에 모양새가 갖춰졌다. 큰 물건들 있는 집들을 돌며 트레일러 두 대로 실어나른 형제들 노력도 힘을 더했다.

남쪽 푸케코헤로부터 북쪽 워크워쓰에 걸쳐 사는 교우들 가정에서 내놓은 쓸만한 물건들이 다양했다. 열개 지정 판매 공간에 분류하고 배열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남성복, 여성복, 아동복, 신발, 액세서리, 전자제품, 가구류, 스포츠용품, 주방용품, 기타 등등… . 얼추 시골 장터 분위기가 풍겨났다.

낮에 성당에서 안내 팸플릿 1,000여장을 인쇄해 제본한 일손과 경품 관련 정리 일을 함께한 손길도 바빴다. 이스트 타마키에 있는 성당에서 이십여 개의 천막과 도네이션 물품 박스들, 앰프, 발전기, 집기류 등을 빌린 트럭과 이삿짐센터 봉사 차량에 가득 실어 이벤트 센터에 운반한 일이 큰 획을 그었다. 밤늦게 이벤트센터를 나오다 스산한 하늘을 쳐다보며 간구하는 마음, 부디 내일 날씨가 맑고 햇살 나기를… .

드디어 행사 날이다. 이른 아침 이벤트 센터로 향하는데, 카톡방에 카톡하며 울린다. 랑기토토 섬에서 햇살이 구름을 뚫고 뻗쳐나는 사진이 창에 뜬다. 서광이다. “오~예!” 본격적인 행사준비가 눈부시다. 야외에 구역별 천막과 판매부스 천막이 설치되자 용감무쌍한 구역별 선수(?)들의 입장이 예사롭지 않다. 며칠 전부터 준비한 풍성한 반찬과 오늘 선보일 푸짐한 먹거리 음식들이 줄을 잇는다. 이에 뒤질세라 판매부스에도 업체들 상품박스들이 즐비하게 들이닥친다. 준비가 착착 마무리될 무렵신부님의 바자회 축성식에 머리를 숙인다.

푸짐한 먹거리 장터와 좋은 물건 싸게 파는 장터 그리고 다채로운 공연과 풍성한 경품이 주어지는 잔칫날이 들썩들썩하다. 교우들은 물론 수많은 교민과 현지인들까지 성황리에 발걸음이 자유롭다. 수천 명이 오가는 발길, 만남, 나눔이 만들어낸,시끌뻑적한 풍경이 정겹다. 그동안 못 만났던 분을 서로 대하며 기쁘기 한량없는 얼굴이다. 교우건 외부인이건 이런 자리가 만들어져서 만나게 되니 너나없이 마음에 평화가 넘친다. 힐링 타임이 따로 있나, 지금 여기다.



야외의 음식 장터는 먹거리가 풍성해 잔칫날이다. 배고픈 터에 국수를 후루룩 넘기는데 옆에서 섹스폰 동호회가 ‘그 겨울의 찻집’을 애상적으로 연주한다. 옛 시절 정겨운 시골 장터에서 듣는 바로 그 맛이다. 가을 햇살도 내려와 쉬었다 간다.

연로한 나이에도 라인댄스를 여러 곡 메들리로 흥겹게 춘 노인대학 요셉 마리아 어르신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공연을 관람한 지인들이 부럽다며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좋은 물건들을 싼 가격으로 기분 좋게 팔다가 나중에는 파격세일도 단행한다. 골라 골라 동대문 시장이 따로 없다. 파는 이, 사는 이도 즐겁다. 사귐과 나눔과 흐뭇함이 어우러지는 아나바다 장터다.

행사가 끝나자 궂은일 마다치 않고 뒷마무리를 함께해준 청년 팀이 참으로 든든하고 대견스럽다. 큰일을 하다 보면 어디 좋은 일만 있을까. 그럼에도 묵묵히 끝까지 매듭을 짓는 자세로 임한 여러 봉사자 분들께 진심 어린 감사를 느낀다. 그분께서 주신 달란트를 가슴과 발로 봉헌하는 이들이 바로 의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6개월 전, 작년 11월부터 준비한 행복 나눔 바자회가 주님의 은총 속에 매듭을 지었다. 수십 차례의 만남과 조율과 실행으로 일단 행사는 끝났다. 이벤트센터 빌린 비용을 판매부스와 홍보부스 판매로 맞추기까지 수고한 발길도 고맙기 그지없다. 행사 후, 한인회에 빌린 탁자들을 트레일러에 실어다가 주고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먹먹하다.

최근 며칠간, 막바지 행사 준비로 잠을 제대로 못 자 몸무게가 3kg 이나 빠졌다는 봉사자의 이야기에 협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구역별로 눈물나게 수고한 일치와 단합은 한인성당 공동체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한인 성당이 주관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종교와 나이와 국적에 관계없이 오클랜드 시민들을 초대해 치른 행사로서 잘 마무리되어 감사하다.

성당의 가장 큰 책임을 맡고있는 사목회장의 바자회 인사말이 귓전을 울린다. “2016년 7월 20일, 오클랜드 성가정 성당은 창립 25주년을 맞이합니다. ‘일어나 나아가자’라는 말씀 아래 온전히 하나 되고 일치하여 화목한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Rise up, let us go”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어 주시는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백동흠

2014년 한국수필, 2015년 에세이 문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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