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불타는 청춘인 그대에게 고(告)함

손바닥소설


 

여전히 불타는 청춘인 그대에게 고(告)함

일요시사 0 1265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다면 … 하고 꿈꾸었던 생각들을 실천에 옮겨 연륜과 경험이 충분한 채로, 지금 이대로 그동안 꿈 꿔왔던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도 좋을 것이다. 10년만 젊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속의 나의 모습을 꺼내어 현실에서 실천해본다면 남은 나의 인생도 처음 사는 것처럼 신나고 행복하지 않을까?



‘Good Morning!’

귓가를 울리는 경쾌한 목소리, 앞집 옷가게 할머니가 인사를 하자마자 다짜고짜 

‘오늘 하루 우리 바꿔서 일하지 않을래? ’ 라고 말한다.

뭔일인가 싶어 바라보는 나에게 당신은 너무 심심하다고, 내가 하는 일이 재미있을 것같다나. 아이고… 할머니 무릎 나가십니다.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팔을 휘휘 저으시면서 콧노래까지 부르시면서 가게 문을 여셨다. 덕분에 나도 왠지 모르는 미소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직은 손님이 몰리기 전의 아침이라 조용한 정적을 깨고 ‘닐 다이아몬드의 오! 캐롤라인’이 울려 퍼진다. 앞집 할머니다. 봉걸레를 잡고 열창을 하면서 춤까지 추고 계신다. 마치 영화 미세스 다웃 파이어의 한 장면 처럼 말이다. 쾌활한 성격탓에 언제나 농담을 건네시는 그 분은

뒷 모습만 보면 30대,멀리서 보면 늘씬한 중년의 멋쟁이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70을 훌쩍 넘어 80을 바라보는 완벽한 할머니다. 그렇지만 언제나 미니 스커트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 진정한 멋쟁이다.

그녀는 나를 언제나 ‘Baby’ 라고 부른다. 워낙 이 나라 할머니들은 베이비, 스위티, 달링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앞집 할머니가 베이비 라고 부르면 정말 내가 베이비 같이 느껴진다. 정말로 그녀에게 나는 이제 갓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무리 여기 저기 쑤시고 아프다고 엄살을 부려도, 마치 인생 다 산 사람 처럼 너무 늦었다고 포기할 때, 하지만 그녀의 나이에 도달하기 까지는 내가 살아온 날 들 만큼이나 많은 날들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 난 다시 한번 심장이 쿵쿵…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 다시 태어난다면 이렇게 살아야지…생각만 했지 당장 내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누누히 말은 했지만 그것도 젊은 청춘들에게 입으로만 하는 말이지 당장 내가,인생의 한 고비를 넘은 40대 이후에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기대 수명이 80세 이상인 세상을 살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TV 프로그램 속에는 온통 10대,20대들의 천국이었다. 스타들의 짝 맞추는 프로그램도 홍수를 이루었고, 노처녀 연기자들은 제한된 배역으로 설 자리를 점점 잃기도 하고, 이혼경력이 있는 연예인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라져 있다. 10대, 20대 중심의 예능이 아니라 30대도 아닌40대 미혼 남녀들이 짝을 찾고 돌싱들도 당당히 프로그램의 중심 축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젊은 시절을 보낸 시대와 전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지금부터 40대 이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도 절대로 늦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결혼에 적령기라는 개념도 없어지고 40이 넘어도 행복한 결혼을 꿈 꿀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한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어차피 살아갈 날들이 많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예전같으면 자녀들 모두 성장하고 내려놓을 나이, 정리하고 노후를 준비할 시기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날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면 우린 이제 더이상 서둘러서 정리하고 마무리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갈 수 있다면 … 하고 꿈꾸었던 생각들을 실천에 옮겨 연륜과 경험이 충분한 채로, 지금 이대로 그동안 꿈 꿔왔던 새로운 인생에 도전해도 좋을 것이다. 10년만 젊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상상속의 나의 모습을 꺼내어 현실에서 실천해본다면 남은 나의 인생도 처음 사는 것처럼 신나고 행복하지 않을까?

여전히 불타는 청춘이고 싶은 그대에게, 80을 바라보는 키위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신나고 도전적인 하루하루가 되길, 그래서 더이상 주저앉아 후회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조수현: 한국에선 방송작가로 현재는 THE 123 MART 의 헌터스점 점장으로 뉴질랜드 사람들의 한 가운데서 그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살고 있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