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탐방] 제20회 연향회 서예전시회
20년의 세월을 녹여낸 깊이있는 작품들 선보일 계획
한국의 전통문화예술인 서예를 계승하고 보급하고 있는 연향회(硯鄕會, 회장 박성규)가 스무 번째 서예전시회를 개최한다.
제20회 연향회 서예전시회는 오는 2월 10일부터 16일까지 마이랑기 아트센터에서 마련되며, 연향회 회원 중 23명의 서예작품 50여점이 전시되고, 5명의 초청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공간을 채울 작품들은 한자, 한글, 사군자, 문인화, 전각류 등으로 구성, 이외에도 외부 초청작가들의 종이공예와 서각 작품들도 함께 출품된다. 더불어 20회를 맞이해 회고전 형식으로 예전 작품을 다시 전시하고, 한때 연향회에서 활동하던 기존 회원들이 이번 전시회에 참여해 의미를 더할 계획이다.
올해는 보다 여러 형태의 작품들이 출품될 것으로 알려져 기존보다 다양한 서예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 예로 류한 회원의 작품의 경우, 한자에 그림을 비슷한 비율로 넣어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서예이면서 그림이고, 그림이면서 서예인 듯 보이는 이 작품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한자를 행서체로 적은 동시에 난을 하나의 족자에 함께 그려 넣었다. 이 작품은 옛 것을 본받아 새 것을 창조한다는 법고창신의 의미와 같이 한자의 본질은 살리고 그림을 함께 넣음으로써 아름다운 시각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또 김경옥 회원의 작품도 단원 김홍도의 ‘행려풍속도 중 설중행사’를 모사한 그림에 한자를 써넣은 것으로 선비가 길거리에서 기생들과 만난 장면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은 김경옥 회원이 서예 뿐만 아니라 민화에도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마한 결과,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림실력을 선보이며 보다 이해하기 쉽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유승재 고문의 작품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윤봉길 의사의 애국시를 한글로 쓴 작품과 한나라시대에 세워진 비석 조전비(曹全碑)에 새겨진 원문을 예서체로 두루마리에 적어 3미터나 되는 웅장한 작품을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전시회에 참여한 회원들은 그동안 쌓아온 서예실력을 가감없이 작품에 투영했다. 회원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한우리교회에서 서예활동을 이어가며 지속적인 참여를 통해 서예실력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왔다. 이런 노력들로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층 발전된 결과물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되며, 20년이란 세월의 무게만큼 출품되는 작품들에 녹아있는 깊이도 한층 깊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향회는 우리 고유한 전통, 문화, 예술인 서예를 익히고 즐기고 나눔으로써 자신과 서예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고 다문화 사회발전에 기여하자는 모토를 실천하며, 지역 사회 문화행사에 적극 동참하고, 한글학교를 비롯해 현지학교에서 해마다 서예체험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서예전시회에서는 서예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각 작품마다 자세한 작품설명을 첨부해 둘 예정이다.
다음은 연향회 회원들의 스무 번째 전시회를 맞이한 소감이다.
-유승재 고문: 20년간 꾸준히 작품을 내주신 회원들께 가장 감사드리고, 도움주신 한우리교회와 카운슬에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서양사회에서 동양의 고유한 전통문화인 서예를 다루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해서 서양사회에 서예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힘들어도 꾸준히 발전시키고 전파해야 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준 회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박성규 회장: 그동안 회원들이 열심히 해준 덕분에 어느덧 20회를 맞이했습니다. 감회가 남다릅니다. 늘 회원들께 고맙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전임 회장님과 회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을 거란 생각이 더욱 더 들었습니다. 우리의 서예문화를 전승하기 위해 노력한 모든 회원들께 다시 한번 경의와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전시회는 물론 우리 동호회 활동을 통해 전통문화를 되살려 이어갈 수 있는 역할이 되길 바라고, 키위들에게 문화의 벽을 낮출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뜻깊은 20회 전시회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특히 우리 문화를 이어갈 청소년들이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김재덕 부회장: 서예라는게 일반적인 취미보다는 정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수양을 할 수 있어 육체적으로도 활력이 됩니다. 우리 연향회가 20년이나 전시회를 개최했다는 것은 우리 회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집중을 잘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다 보면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연향회 회원들이 대부분 고령이신데, 앞으로도 건강관리를 잘 하셔서 우리가 오랫동안 더 전시회를 유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20회나 했다는 것이 우리 교민사회에 귀감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이재형 감사: 바쁜 한국생활을 접고 뉴질랜드에 이민와서 평소 하고 싶었던 서예를 하게 되었습니다. 붓만 잡으면 온갖 잡념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는데 아마 서예하는 모든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서예는 다른 도구 필요없이 붓과 종이만 있으면 됩니다. 서예를 하면 정신적인 수양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있습니다. 제가 천년 전 글씨를 쓰고 있으면 천년 전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문자를 통해 그 의미와 느낌이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더욱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 회원들 중에는 키위도 있는데, 이번 전시회에서 작품을 선보일 만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앞으로도 서예의 저변확대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더 많은 분들의 관심 당부드립니다.
-김경옥 총무: 제20회 연향회 전시회 중 저는 올해로 11회째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슴이 정말 뿌듯합니다. 작품을 하다보면 나만의 세계에 집중할 수 있어 그간 서예활동이 즐거웠습니다. 전시회를 앞두고 우리 회원 모두가 기대에 차있는데 열심히 준비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류한 회원: 제가 연향회 회원으로 활동한지 이제 7년이 됐습니다. 초보로 들어와 인격도 실력도 훌륭한 분들의 도움을 받아 그동안 잘 수련해왔습니다. 매년 전시회를 준비할 때마다 절대 저 혼자의 힘으론 할 수가 없었고, 항상 도움을 주는 회원들이 있었기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단체활동으로 작품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혼자서는 발전도 할 수 없습니다. 실력있는 연향회 회원들께서 저와 같은 회원들을 가르쳐 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그런 모습을 보는 자체가 제겐 생활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정신이 맑으신 분들이 주축이 되어 연향회를 이끌었기에 늘 풍성한 연향회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연향회의 스무 번째 전시회를 축하드립니다.
<제20회 연향회 전시회 일정>
일시: 2월 10일~2월 16일
장소: 마이랑기 아트센터(Mairangi Arts Centre), 20 Hastings Road, Mairangi Bay.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