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기업인 1-시티 파머시 그룹(City Pharmacy Group) 이희성 대표
시티 파머시 그룹 이희성 대표는 뉴질랜드에 100곳의 약국을 여는 것이 목표다.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약국으로 만들겠습니다”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노스메드 지점 열어…“NZ
100개 약국 설립”
부담이 커서 그랬을까. 그의 얼굴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어쩌면 전국에서 규모로 따져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약국을 막 열어 그랬을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매우 힘들었습니다. 처음 계획보다 몇 달이 늦어졌고 투자한 돈도 많습니다. 이 약국을 기점으로 시티 파머시 그룹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리라 믿습니다. 교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2011년 첫 약국 연 뒤 네 번째 쾌거
시티 파머시 그룹(City Pharmacy Group) 이희성 대표.
그는 지난 6월 말 노스코트(Northcote)에 노스메드(Northmed) 지점을 열었다. 2011년 오클랜드 시내 퀸 스트리트(Queen Street) 1호 점 약국으로 시작해 2호 링크 지점, 3호 공항 지점에 이어 네 번째 약국이다. 파머스톤 노스(Parmerston North)에 있는 프랜차이저 세 곳까지 더하면 시티 파머시 그룹 밑에 일곱 개의 약국이 한인을 비롯해 키위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노스메드 지점의 개업은 특별한 뜻이 있다. 1km 거리에 있는 AUT 대학의 물리치료 등 의과 계통 학생들이 노스메드 지점이 입주한 건물에서 수업을 받게 된다. 전에 있던 복합상가(아울렛)를 개조한 노스메드 건물에는 이 대표가 운영하는 시티 약국을 비롯해 일반 가정의(GP) 두 곳, 치과 병원, 안과 전문 병원 등 모두 열 곳 정도의 의료 관련 업체가 들어선다. 쉬운 말로 노스 쇼어(North Shore)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 센터로 자리매김할 곳이다. 그중 약국은 한인 1.5세인 이 대표가 운영하는 시티 약국뿐이다.
약국 넓이는 100평이 조금 넘는다. 보통 약국의 대여섯 배는 충분히 되어 보인다. 큼직한 공간은 조제실과 일반 약을 파는 곳, 그 밖의 건강 관련 제품을 파는 곳 그리고 예쁘게 단장한 얼굴 관리실과 상담실로 꾸며져 있다.
“노스메드 지점을 포함해 저희 시티 파머시 그룹이 운영하는 모든 약국에는 뉴질랜드 약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자동 약 포장기가 갖춰져 있습니다. 한 대에 10만 달러에 가까울 정도로 비싼 제품입니다. 한국 약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님들이 약을 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계입니다. 날짜별로, 시간별로 약을 잊지 않고 드실 수 있게 해주는 거지요.”
새로 문을 연 노스메드 지점. 뉴질랜드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를 자랑한다.
숱한 경쟁자 제치고 노스메디 지점 차지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시티 약국이 노스메디 지점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깝다.
“수십 개의 약국을 가진 프랜차이저 약국 등 수많은 곳에서 눈독을 들였습니다. 저 같은 조그만 업체에서는 명함도 내밀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믿고 뛰어들었습니다. 제가 건물 주인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가장 큰(biggest) 약국을 원하느냐, 아니면 최고(best)의 약국을 원하느냐’라고요. 결국 그분은 최고의 약국을 택했습니다.”
이 대표는 2011년 퀸 스트리트에 1호 지점을 열었다. 그때 그의 나이는 서른둘. 든든한 후원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아내 이희성이었다. 아내 이희성은 오타고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한 뒤 오클랜드대학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의약과 관련해서는 한인 사회 최고의 인재다. 그는 현재 시티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고 있다.
“아내를 믿고 약국 사업에 나섰습니다. 제가 시내에서 시티 약국을 열 때 교민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북쪽에 한 곳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몇몇 곳이 생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 젊은 한인 약사들이 많아져 교민들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불과 6년 전 일이기는 하지만 제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교민 사회에 ‘큰일’로 여겨졌습니다. 시티 파머시 그룹이 여기까지 온 것은 전적으로 교민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이 대표는 1996년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를 따라 이민 왔다. 짐작하건대 영어 문제 때문에 학교생활이 힘들었을 거로 생각된다. 이 대표는 오클랜드대학에서 물리학(학사)과 수학교육(석사)을 전공했다. 졸업을 한 뒤 아내와 함께 약국 사업에 나섰다.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에 힘입어 6년 만에 직영점 네 곳과 프랜차이즈 세 곳을 두는 기쁨을 맛보았다.
NZ에 약국은 1천 여 곳…10% 점유가 꿈
“뉴질랜드에는 약 1천 여 곳의 약국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유니캠(Unichem)이나 라이프 파머시(Life Pharmacy) 같은 체인점 약국이 350곳 정도 됩니다. 나머지는 다 저희 약국 같이 독립점입니다. 제 꿈은 뉴질랜드 전역에 100곳의 약국을 세우는 겁니다. ‘시티 파머시’라는 이름을 내걸고 말입니다.”
사실 이 대표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은 더 원대하다. 전 세계 대표 도시에 약국을 여는 것이다. 미국 뉴욕에도, 일본 동경에도, 중국 상해에도, 프랑스 파리에도, 그리고 대한민국 서울에도 그룹 이름으로 된 약국을 열겠다는 당찬 포부를 안고 있다.
“먼저 뉴질랜드부터 평정(?)해 나가려고 합니다. 저희 그룹 이름으로 100개의 약국 문을 열게 되면 뉴질랜드에서 10%의 지분을 갖게 되는 셈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만큼 영향력도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차근차근히 해 나가다 보면 꿈을 이룰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이 대표가 약국 사업을 하면서 가진 철학은 무엇일까.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기업(약국)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주위 사람으로부터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그렇습니다. 작은 부분에서나마 손님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 자세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시티 파머시 그룹에서 일하는 직원은 시간제(파트 타임 직원)를 포함해 서른 명 정도다. 로즈데일(Rosedale)에 있는 본사에서는 건강식품 수출 관련 일과 전체적인 일을 맡아 한다. 한인 1.5세 사업가로서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사업이다.
한인들에게 줄 수 있는 도움은 무엇인지 물었다.
“무엇보다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린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도움을 줄 수도 있고요. 물론 처방전에 따라 약은 해드리지만 그 밖의 건강과 관련해서는 제 아내를 비롯해 모든 약사가 정성껏 돌봐 드릴 겁니다.”
노스메드 지점 안에 있는 얼굴 관리실
한인 사회 곳곳에 기부 활동 전개
시티 약국은 손님 관리를 잘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 번 찾은 손님은 두 번 세 번 약국 문을 두드리고, 그렇게 해서 결국 고정 손님이 된다. 지점 약국에 회원으로 등록하면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티 약국은 그동안 손님이 어떤 약을 먹었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는 등 관리를 꼼꼼하게 한다.
이 대표가 쑥스러워(?)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티 약국은 말 그대로 교민과 함께 하는 약국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교민들에게 약값을 할인해 주거나, 심지어 무료로 봉사하기도 한다. 크고 작은 교민 행사에 ‘시티 약국’ 이름이 꼭 들어간다. 음으로 양으로 기부를 많이, 그리고 자주 하기 때문이다. 한인회관 건립에도 적지 않은 돈을 내놓았다.
그 밖에도 바누아투나 피지 등 남태평양 선교사들에게 약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파나돌 같은 기초 약품이 없어 죽어가는 현지 주민들을 안타깝게 생각해서다. 이 대표는 사회적 기업에 더해 선교적 기업을 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역 사회의 도움 요청도 외면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행사 때마다 지역을 위해 아낌없이 베푼다. 아울러 교민 어르신들의 모임인 ‘무지개 시니어’에도 삼 년이 넘게 꾸준히 경제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 대표의 사업 철학인 ‘받은 사랑을 지역 사회에 흐르게 하려는’ 마음이 늘 있어서 그럴 거다.
4년째 ‘독립 약국 협회’ 이사장 맡아
이 대표가 한인 사회에서 다음 세대를 대표하는 기업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를 하나만 들고 싶다. 그는 150곳 정도인 독립 약국(Independent Pharmacy) 모임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벌써 4년째다. 약국 사업과 관련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시티 약국은 개업 첫해인 2011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만 빼고 약국 협회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모두 다 ‘최고’(Best)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 상이었다.
이 대표는 올해 만으로 서른여덟이다. 사업가로서는 한 번쯤은 벅찬 일에도 나설 수 있는 적당한 나이다.
“노스메드 지점 문을 연 것은 제게 있어 도전이자 모험입니다. 저도 나름대로 많이 긴장하고 있습니다. 워낙 볼륨(사업 규모)이 커서 그렇습니다. 만약 이게 잘못되면 제게는 치명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 좌절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한인 1.5세 사업가로 후배들에게 본이 되는 사업을 펼쳐 나가겠습니다. 믿고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인터뷰 중간 이 대표는 진지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그 말로 이 글의 마지막을 대신한다.
“약은 어느 약국에서든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약만 팔지 않습니다. 손님 마음까지 돌보는 약국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그게 바로 ‘베스트’ 약국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거라고 믿습니다.”
한편 노스메드 지점은 개업 기념으로 7월 31일까지 특별행사를 펼치고 있다. 노스메드 지점에서 제품을 산 손님을 대상으로 1등 캐논 캠코더, 2등 BBQ 장비, 3등 $50 시티 약국 상품권(3명)을 준비해 놓았다.
글_프리랜서 박성기
노스메드 지점(Northmed Pharmacy)
주소: 3 Akoranga Dr., Northcote
전화: 09) 418 1230
시내 지점(The Auckland City Pharmacy)
주소: 419 Queen St., Auckland
전화: 09) 368 4240
노스 쇼어 링크 지점(Link Pharmacy)
주소: 146 Sunnynook Rd., Sunnynook
전화: 09) 410 6811
공항 지점(Puhinui Pharmacy)
주소: 258 Puhinui Rd., Papatoetoe
전화: 09) 277 0940
본사(City Pharmacy Group)
주소: 8C Vega Pl., Rosedale
전화: 09) 200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