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터뷰] '이웃집 여자 린다' 이명란 작가

시사인터뷰

[시사인터뷰] '이웃집 여자 린다' 이명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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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수기 부문 대상

 

2002년 뉴질랜드로 이민 온 이명란 씨는 다양한 문화와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배움과 도전을 이어온 다재다능한 작가다. 2024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웃집 여자 린다'는 그녀가 이민 초기에 겪은 생생한 체험과 감정을 담아내어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민을 막 시작한 시기,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로 마음의 생채기를 달고 살았지만, 그녀는 오히려 그 불편함을 호기심과 배움의 기회로 삼아 삶의 영역을 넓혀 나갔다.

그녀의 탐구와 노력은 2009년 더니든에서 발휘됐다. 1년의 요리과정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하고 오타고 폴리텍(Bachelor of Culinart of Otago Poyltec)에 진학해 생활 속 경험을 녹여 낸 창의적인 메뉴 개발을 통해 학위를 취득했고, 이 경험은 그녀가 오타고 대학 기숙사의 주방에서 메인 셰프로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명란 씨는 현지인을 대상으로 김치 워크숍을 진행해 한국의 김치 문화를 알리고, 종이공예 강사로서 독창적인 작품을 소개하며, 도서관 북클럽에 참여해 다양한 문학 작품을 함께 논의하는 등 한국과 뉴질랜드 문화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처럼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이민자로서 단순한 생존을 넘어 독창적이고 진취적인 그녀의 삶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재외동포 문학상' 수필·수기 부문 대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9월의 끝자락 어느 날, 휴대폰 메일 창을 통해 수상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찌나 기쁘고 감사하던지요. 사실 공모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아 마음속에서만 서성거리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그러다 더이상 머뭇거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인 결정을 내리고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시간에 준비하다 보니 결과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었고요. 수필과 수기 두 편을 응모했는데, 수기의 원고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수필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는데도,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또 다른 설렘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귀한 상을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대상 수상작 '이웃집 여자 린다'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요?

낮은 담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의지하며 나란히 살아가게 된 두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갈색 머리 여자와 그 세상을 살아내야만 하는 검은 머리 여자의 삶을 그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독립적인 존재이면서도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참 안타깝고 피곤한 존재들입니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그녀들에게조차 이 원리가 적용되는 듯합니다. 흔히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냉소 섞인 말도 있지만, 반대로 나의 부족함이 다른 이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수필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2002년도에 이민을 왔습니다. 뉴질랜드에 관한 몇 권의 책을 보고 낮은 담장을 넘듯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이민 생활이었기에 초기에는 매일 생채기를 달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민 생활이란 ABC로 시작하는 영어공부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웃집 여자 린다는 이러했던 저의 초기 이민생활에서 직접 겪었던 경험들과 감정들을 글로 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나 독자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메시지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이곳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안타까움과 연민이 자연스레 글에 녹아든 것 같습니다. 우리 이민자들에게 이곳에서의 가장 큰 풍토병은 아마 외로움일 것입니다.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음식의 맛을 알고, 같은 시대를 살아온 만큼 우리끼리 서로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때로는 거리감을 느끼며 가까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수필 속에서도 갈색 머리의 여인과 검은 머리의 이방인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작품을 응모하기로 갑자기 결정했기에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더군다나 딸아이의 둘째 출산과 몸조리 시기와 겹쳐서 바쁘고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다행히 차곡차곡 저장해 두었던 기억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한편으로는 늘 망설이며 아쉬움을 달랬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마침내 작품을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속이 후련하고 기뻤습니다.

 

올해는 전세계 53개국에서 1,304편의 작품이 응모됐다고 들었는데요.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로서 이번 공모가 어떤 도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작년에 환갑을 넘긴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두 아이의 할머니이기도 하고요. 아주 늙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힘이 좀 빠지는 나이지요. 그럼에도 반복되는 아쉬움보다는 도전을 선택한 제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집니다. 좋은 결과가 있어 다행이지만, 설사 수상이 되지 않았더라도 그 도전에 대한 대견함은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리나 종이공예 같은 창작 활동을 지속해 온 경험이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요리나 종이공예, 글 쓰는 일은 저에게는 각각 하나의 기쁨입니다. 몇 해 전, 코윈 여성 단체의 ‘20~30세 여성을 위한 차세대 포럼에 참석했을 때, 진행자의 말에 따라 잠시 마이크를 잡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나이 50 중반이 되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를 한 번쯤 생각해 보라는 말을 전했지요. 어떻게 나이를 들어가야 할지 고민해 보라는 마음이었지만, 바쁜 20~30대 참석자들에게는 아마 와닿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나이 때에 제가 그랬으니까요. 어쩌면 내 자신에게 했던 아쉬움의 토로였던 것 같아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들 곁에는 하루의 햇살같은 기쁨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것들을 즐기는 것에 더해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도 큰 기쁨인 듯 합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향후 창작 활동에 대한 새로운 목표가 생겼는지요?

한번의 상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요. 얼마 전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한승원 작가의 물에 잠긴 아버지를 읽었습니다. 울림이 컸지요. 한번쯤 나만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은 먹고 있습니다.

 

재외동포로서 문학 활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마음 닿는대로, 기억이 이끄는대로 편하게 스스로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언젠간 기회가 오겠지요.

 

글 박성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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