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집중] 2026 설날 경로잔치
15번째 개최… 세대를 잇고, 마음을 잇다
설 명절을 맞아 2월 21일 토요일, 오클랜드 타카푸나 그래머스쿨 강당에서 2026 설날 경로잔치가 열렸다. 하이웰 재단(Hi Well Charitable Foundation)이 주최하는 이 행사가 어느덧 15번째 해를 맞은 가운데, 올해도 900여 명의 한인 어르신과 내빈이 자리를 함께 하며 명절의 온기를 나눴다.
행사는 오전 10시 30분 레인보우 시니어 콰이어(Rainbow Senior Choir)의 '고향의 봄'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타카푸나 그래머 스쿨(Takapuna Grammar School) 학생 8명이 K-Pop 댄스 무대를 선보여 행사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하이웰 재단 임헌국 회장은 환영사에서 "올해도 어르신들을 모실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며, "많은 분들의 지속적인 협조로 15년간 이어져 온 이 잔치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 행사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타카푸나 그래머스쿨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고 전하며, "학교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행사는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행사를 함께 준비해온 자녀 세대가 부모 곁에서 직접 봉사자로 나서며 세대를 잇는 모습을 보여줬다. 임 회장은 이들에게 직접 감사의 말을 건네며 “내년에도, 10년 뒤에도 함께 해달라”고 당부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울러 한국에서 칠순 여행차 오클랜드를 방문한 그의 대학 동창들이 경로잔치와 장학금을 위해 6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내빈 소개 및 답사 순서에는 오클랜드 한인 노인회 박성규 회장,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대니얼 헐리히(Daniel Herlihy) 대표, 주오클랜드 대한민국분관 김홍기 총영사, 오클랜드한인회 홍승필 회장이 차례로 단상에 올라 축사로 화답했다. 이 가운데 뉴질랜드 공군 칼 스미스(Carl Smith) 대대장의 답사가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뉴질랜드 공군(Royal New Zealand Air Force) 공군참모부(Air Staff)에서 무인항공기 시스템 규정 담당 참모장교이자 한국전 참전용사였던 고(故) 글랜 스미스(Glen Smith)의 아들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이 자리에 선 그의 답사는 참석자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한국전 참전용사의 아들이 뉴질랜드 공군 장교로서 같은 자리에 서는 장면이 70여 년의 세월을 넘어 이어지는 한-뉴 양국의 유대를 깊게 상기시켰다.
후원금 및 장학금 전달식도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하이웰 재단에서는 오클랜드 노인회에 쌀 바우처를 전달했고, 장애인 관련 3개 단체에는 박성배 트러스티가, 한인학교 12개 기관에는 류정권 트러스티가 각각 후원금을 전했다. 장학금은 국민당 멜리사 리(Melissa Lee) 의원과 손조훈 부회장이 함께 13명의 학생에게 직접 수여했다. 멜리사 리 의원은 축사에 이어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선보여 어르신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프로골퍼 리디아 고(Lydia Ko)의 축하 영상으로 인사를 전하고, 임헌국 회장은 행사 공헌자들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올해 행사에는 특별한 순서가 추가됐다. 타카푸나 그래머 스쿨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하이웰 재단이 학교 골드 멤버 스폰서십 명목으로 1만1,500달러를 전달하고, 메리 닉슨(Mary Nixon) 교장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15년간 이 행사의 장소를 제공하고 적극 협력해온 학교 측에 대한 공식적인 감사 표현이었다.
1부 행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케이크 커팅, 칼 스미스 대대장의 건배 제의로 마무리됐다. 점심 식사는 봉사자들이 어르신들의 자리로 직접 가져다 드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식사 후 시작된 2부에서는 공연 무대가 이어졌다. 스포츠댄스, 한백무용단의 아리랑, 라인댄스 퀸 마마(Queen Mama)의 공연, 변검(Bian Lian) 등 다양한 무대가 펼쳐졌다. 조윤택, 박경옥, 안진호(장구연주) 씨가 '안동역에서' ‘찐이야’ 등 귀에 익은 곡들을 열창하자 어르신들이 자연스레 따라 흥얼거리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됐다. 수시로 진행된 행운권 추첨은 예상치 못한 당첨의 기쁨을 더하며 행사장의 열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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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피날레는 올해 처음 도입된 콜라텍이었다. DJ 손조훈의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자 어르신들은 너나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무대를 가득 채웠다. 댄싱 퀸과
킹을 선발하는 경연은 환호와 박수 속에 절정에 달했고, 최고급 알파카 이불을 비롯한 푸짐한 상품이 수상자들에게
돌아갔다. 콜라텍은 첫 도입임에도 행사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순서로 꼽히며 내년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15년간 한결같이 이 자리를 지켜온 주최 측과 봉사자들, 그리고 해마다 변함없이 이 잔치를 찾는 어르신들이 함께 만들어낸 하루였다. 낯선 땅에서 고향의 봄을 노래하고, 세배를 드리고, 함께 춤을 추며 웃었다. 경로잔치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이 땅의 한인 공동체가 해마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박성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