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전임의로 재직 중인 A씨는 2008년 오클랜드 그래마를 졸업하고, 12년 전 해외이수자 전형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뉴질랜드 교민 자녀로는 한국 소재 의과대학에 입학한 첫 사례다. A씨는 고등학교에서 캠브리지 과정을 공부했고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현재는 분당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임의(Fellow)로 근무하고 있다.
#교민 자녀 B씨는 오클랜드 국제고등학교를 거쳐 2010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오클랜드대학교 바이오메드 학과를 가을학기간 다녔고, 이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하면서 오클랜드대학교와 서울대학교를 모두 다닌 케이스이다.
B씨는 고등학교 재학 중 IB디플로마를 공부했는데 이 공부가 대학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거쳐 소아과병원 레지던트 4년차로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있다.
#2012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한 C씨는 킹스컬리지 출신으로 고등학교 시절 컬링 대표팀 소속으로 활동할 만큼 다방면에 재주가 있는 학생이었다. 운동을 좋아한 것이 대학교 때도 빛을 발했는데, 테니스 의대 대표로 선발되면서 많은 시합에 참가하며 누구보다 부지런한 대학생활을 이어갔다. 졸업 후 현재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수련 중이다.
MBC 하얀거탑 한 장면 캡처
뉴질랜드에서 한국 소재 의대에 진학하기 위한 과정은.
먼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의대로 진학하는 길은 지원자격에 따라 크게 네가지 전형으로 구분된다. 부모와 학생 본인이 모두 한국 국적을 상실한 순수 외국인이거나 12년 전 과정을 해외에서 이수한 학생의 경우 정원 외 모집으로 선발한다. 3년 재외국민의 경우 정원의 2% 범위 내에서 선발하며, 그 외 순수 유학생으로서 고등학교 일부 또는 전 과정을 졸업한 경우에는 학생부 종합전형 등의 수시전형으로 국내 재학 중인 고둥학생들과 같이 경쟁하는 전형에 지원이 가능하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처럼 한국에서의 의대 진학도 어렵지만 뉴질랜드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 의대에 진학을 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적어도 9학년부터 13학년까지의 교과비〮교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지원자격에 따라 네가지 전형별로 각각 선발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지원자격을 먼저 따져보고 그 지원 자격에서 요구하는 입학조건 또는 대학에서 선발하는 인재상에 맞춰 최소 5년이상 준비해야 한다. 당연히 학업 성적이 우수해야 하겠지만 공부만 잘해서 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교민 자녀들의 한국 의대 입학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상당히 적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한국 의대에 진학을 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 한가지를 더 꼽는다면 한국어 언어구사 능력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대학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의사로서 환자 진료를 봐야하는 의사가 한국어를 얼마나 잘해야 할지는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뉴질랜드 의대와 한국 의대 진학이 어떻게 다른가요?
뉴질랜드에는 오클랜드대학교와 오타고대학교 등 두 대학에 의과대학이 있는데, 의대 진학은 Pre-med라고 해서 Health Science 또는 Bio Med 1학년으로 입학하게 된다. 오대의 경우 약 2,000여 명이 1학년으로 시작하고 다음 해 본과로 진학할 때는 진학률이 10% 정도이다. 즉, 대학 1학년 입학은 기본 조건을 갖추면 대부분 가능하지만 이듬해 의대 본과로의 진학은 10분의 1 정도로 치열하다. 1학기 성적, 그리고 U-Med 등 의대 적성시험과 까다로운 인터뷰 시험을 통과해야 본과 진학이 가능하고 5~6년 본과 과정을 공부하게 된다. 그에 반해 한국의 의과대학은 입학이 어렵지만 입학하고 나면 본인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예과 2년, 본과 4년 과정을 공부하고 의사 국가시험(실기, 필기 시험)을 합격해야 의사가 된다.
MBC 하얀거탑 한 장면 캡처
주로 어떤 학생들이 한국 의대로 진학하려는지요.
한국 의대로 지원하는 학생들은 한국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지금 한국의 위상이 많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피부로 느끼는 부분들 즉, 한국은 배달의 천국이라던가 화려함의 나라, 그리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나라, 흥미로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한 의사가 된 후 본인의 모습을 생각해볼 때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뉴질랜드와 다른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의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한국 내 '진료거부' 문제를 지켜봤을 때 문제점도 엿보입니다만.
뉴질랜드 교민 자녀들이 대부분 전공의에 해당되는 학생들이 많은데 사실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전공의 과정을 수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주일 168시간 중 120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근무하거나 당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솔직히 말이 주 80시간 근무이지 실제로 전공의들은 수련기간 동안 자신의 인생은 거의 없다. 의과대학 최소 6년, 그리고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전임의 2년 등 10년 이상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병실에서, 수술실에서 가운 하나 걸치고 근무한다. 정말 사명감과 분명한 목표가 있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근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이번 전공의 파업은 정부가 빌미를 제공하였다고 본다. 현재 코로나로 전 국민의 보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불합리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강요하여 의사들로 하여금 파업을 유도한 후 전방위적으로 의사들을 탄압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뉴질랜드 같은 합리적인 나라에서 성장한 우리의 자녀들에게 이번과 같은 초유의 사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것이고 적응조차 안될 일로 여겨져 혼돈스럽기 그지없을 것이다. 비슷한 세대로서 정권욕에 사로잡힌 그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앞으로 정부는 의료질 향상을 위한 대책을 의사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해당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Jtbc 디데이 한 장면 캡처
*본 기사는 교민 자녀들의 진학 컨설팅을 하고 있는 최성길 우리엔젯 원장님께 자문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글 박성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