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며 인기몰이 중인 TVNZ 채널의 K-pop Academy NZ 프로그램은 시즌 1, 2를 끝내고 현재 시즌 3 방영을 앞두고 있다. K-pop Academy NZ는 K-pop(한국음악)을 소재로 청소년들이 춤과 노래로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시즌 3에서는 기존 시즌들과 달리 참가자들은 경연이 아닌 그룹을 지어 노래와 춤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K-pop Academy NZ는 단순히 K-pop의 열풍으로만 탄생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퍼포먼스 디렉터를 맡고 있는 한인 댄서 리나 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K-pop 스타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땀과 눈물로 빚어낸 산물이다. 리나 채는 본 프로그램의 제작부터 구성, 퍼포먼스까지 담당하고 있는 수장으로 매 시즌마다 꿈을 찾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동안 창의적인 안무와 개성있는 표현력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구던 댄서 리나 채는 최근 K-pop Academy NZ를 통해 핫한 이슈메이커로 떠오르고 있다.
댄서로 첫 무대에 서기까지
나는 사실 댄서가 꿈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 뮤지컬에 참여했는데, 더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뮤지컬 팀에서 프로페셔널 안무가를 초빙했다. 나는 그 분을 동경하게 되었고, 내 안의 끼를 눈치채 준 분이셨다. 여느 댄서들에 비해 늦은 나이었지만 끊임없는 격려와 토닥임으로 나를 무대에 세워주셨다.
댄서로 첫 무대에 선 건 19세 때 파머스 웨어 패션쇼다. 이후 뉴질랜드 농구팀 브래이커스와 럭비팀 블루스에서 치어리더이자 안무가로 6년간 뉴질랜드 활동했다. 해마다 Girls Day Out 패션쇼에서 직접 만든 안무로 빛나는 무대를 연출했고, 때때로 뉴질랜드에서 제작되는 뮤직비디오에도 다수 참여했다.
미국무대에서도 빛났던 댄서 리나 채
2009년 초 미국으로 넘어가 2014년 말 무렵까지 그야말로 ‘피, 땀, 눈물’을 흘려가며 끊임없이 노력했다. 노력이 통했을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 비욘세와 크리스브라운, 저스틴비버의 백업 댄서로 활동하면서 화려한 무대경력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는 오로지 미국 내 전체 댄서 중 2%. 황금 같은 기회였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날 보상이라도 해주듯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밀려 들어왔다. 당시 한국에서 K-pop이나 힙합 댄서로 활동하거나 각종 기획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인 댄서로 한국에 소문이 나기 시작한거다. 한국에 들어와 안무가로 활동하지 않겠냐는 제안이 있었지만 그 어떤 조건이라도 내키지 않았다. 내 마음은 이미 부모님이 계신 뉴질랜드로 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뉴질랜드 컴백 후 한국아이돌 안무 담당
지난 6년간의 화려한 무대를 마치고 뉴질랜드에 돌아왔다. 나는 이곳에서도 다시 댄서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미국에 있을 때 연을 맺었던 한국의 몇몇 기획사 측에서 아이돌 안무를 맡아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다시 도전하는 일에 신이 났다. 몬스터엑스, 보아, AOA, 체리블렛, 더보이즈 등 한국서 활동하는 아이돌의 안무 의뢰가 수없이 쏟아졌다. 온라인으로 안무를 짜고 보내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K-pop 안무가로 활동하는 나의 소문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K-pop 퀸’이란 수식어로 지칭되기 시작한 적도 이즈음이었다.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든 건.
엄마. 댄서는 몸만 쓰는 게 아니라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다. 정말 힘든 직업이기에 내면의 단단함이 있어야 견딜 수 있다. 엄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고 해내는 분이다. 그 내면의 강함을 존경한다. 처음엔 많은 주변인들이 댄서가 되는 것을 반대했지만, 내가 잘 해야 다들 날 인정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국 내가 맞았다’고 인정받는 날이 오리라는 믿음. 나한테는 그런 고집이 있었다.
명성을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들.
댄서로서 여자로서 아시안으로서 어려움은 끝이 없었다. 미국에서도 남들은 학연이나 지연 등 다양한 네트워크가 있었지만 난 홀로 처음부터, 바닥부터 쌓아야했다. 뉴질랜드에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나만의 고집이 강했기에 유행에 맞춰 그 흐름에 묻어가지 않았다. 남들을 따라하지 않고 내 갈 길을 내가 직접 만들었다. 망설임없이 도전했고 내 맘에 들 때까지 노력했다. 몸이든 정신이든 늘 아티스트로서 챌린지를 거듭해왔다.
K-pop Academy NZ 제작 스타트!
뉴질랜드 댄서들로 구성해 안무를 직접 짜서 한국 기획사에 보내고 하는 일이 뉴질랜드에선 처음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게 이곳 사람들에겐 신선하게 다가온 것 같다. 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K-pop 댄스를 배우고 싶다고 요청해 왔고, 그래서 워크숍도 하고 공연도 꽤 하다보니 점점 더 알려진 계기가 된 것 같다. 평소 같이 일을 해오며 나를 좋게 보았던 그린스톤미디어의 디렉터가 어느 날 ‘너랑 나랑 티비쇼 하나 만들어볼래’하며 제안했다. 도전을 즐기는 나로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이 분과 시나리오, 구성, 프로덕션까지 새롭게 구성해 K-pop Academy NZ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K-pop Academy 퍼포먼스 디렉터로.
그린스톤미디어의 디렉터는 프로덕션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 난 안무와 비주얼 담당 즉, 참가자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맡고 있다. 안무가 섭외, 참가자 트레이닝도 담당하고 있다.
K-pop Academy NZ 오디션, 평가기준에 대해
나만의 뚜렷한 평가기준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다양한 미디어로 안무를 쉽게 접할 수 있기에 워낙 춤을 잘 춘다. 그래서 오디션 볼 때도 어떤 안무를 주면 웬만한 춤은 다 따라할 수 있다고 믿고 들어가기에 난 춤보다는 아이들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편이다. TV 앞에 보여지는 성격이나 공연할 때 비춰지는 자신만의 매력, 에너지, 개성, 스웩 등을 주로 본다. 춤은 아주 깔끔하게 잘 추는데 존재감이 없다면 매력이 없다고 본다. 춤은 테크닉이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빨리 잘하고 싶어 조바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춤은 무조건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기초가 좋아야 춤이 멋지고 예쁘게 나오기 때문이다. 기초가 없는 댄서들은 어딘가 다르다. 프로들 눈엔 다 보일거다.
댄서가 되고 싶다면.
각 댄스마다 성격이 다르니 어떤 걸 먼저 시작하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늘 베이직으로 추천하는 것은 힙합이다. 비욘세나 크리스브라운, 저스틴비버와 같은 스타들과 춤을 춰본 경험상 기본적으로 깔고 가는 테크닉은 힙합이다. 힙합의 바운스나 락킹(Rocking) 등 이런 테크닉을 배워야 몸에 밴 스웩이 저절로 뿜어져 나온다. 전문댄스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힙합을 피해갈 수 없다.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데 재능이 있어야 할까
일단 재능이 있고 끼가 있어야 눈에 띄지만 그동안 다양하게 경험해 본 결과 기본적으로 춤을 정말 좋아해서 꾸준히 오래 추는 아이들이 결국 성공하는 것 같다. 끼가 없어서 그만둔다는 생각보단 자기 스스로 즐기고 만족할 때까지 춘다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런 열정이 있다는 자체가 복이다. 열정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근간이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부러울 때도 있다.
리나 채의 공식적인 에이전시 출범
현재 ‘RAZE 탤런트 에이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댄서나 모델을 각종 오디션이나 광고 등에 소개해주는 업무를 프리랜서로 해왔는데 올해는 공식적인 에이전시를 세워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댄서로서 K-pop 스타로서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더욱 확신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리나 채가 되겠다.
글 박성인 기자
사진 리나 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