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어 호텔 업계에서 빛나는 한인 여성 리더의 이야기
지난 해 오클랜드 시내 중심에 자리한 640개 객실의 럭셔리 호텔 코디스(Cordis)의 첫 여성 호텔 매니저(Hotel Manager, 총지배인)로 부임한 써니 구(Sunny Goo). 낯선 땅에서 시작한 그녀의 도전은 뉴질랜드 한인사회의 자랑이자 희망이 되고 있다.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남다른 감각으로 호텔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써니 구 매니저를 만나 그녀의 성공 스토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우연한 선택, 필연적 성공의 순간들
"처음에는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선택한 길이었어요. 오클랜드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빨리 취업할 수 있는 분야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제 적성과 잘 맞았습니다."
써니 구 매니저의 호텔 입문은 우연이었지만, 이후의 성공은 그녀의 섬세한 관찰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특히 피지 아일랜드에서의 4년은 그녀의 경력에 깊이를 더했다.
"호텔 트랜스퍼를 통해 피지에서 일하게 됐어요. 바쁜 일정이었지만 그 시간이 저를 성장시킨 것 같습니다. 업무 외에도 현지 마을을 방문해 전통체험을 하고, 섬 곳곳을 여행하면서 일과 경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기회의 문을 여는 결단력
코디스 오클랜드의 매니저 자리는 헤드헌터의 연락으로 시작되었다. 써니 구는 여러 차례의 테스트와 인터뷰를 거쳐 이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망설였어요. 하지만 제 경험을 믿고 도전했어요. 여러 차례 이어진 인터뷰에선 뉴질랜드와 피지 등 17년 이상 호텔업계에서 쌓아온 경력과 실적을 어필했어요. 망설임보단 자신있게 도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써니 구 매니저는 한국인으로서의 가치관이 업무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한국식 성실함이 제 강점이에요. '워라벨'이라는 말이 요즘 많이 쓰이지만, 저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무조건 오래 일하는 게 좋다는 뜻은 아니에요. 효율적으로, 책임감 있게 일하는 태도가 제 경쟁력이 되었다고 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서
뉴질랜드에서 호텔 매니저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써니 구가 넘어야 할 어려움은 분명히 존재했다.
"'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 사회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장벽이 있어요. 동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이 장벽을 넘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호텔의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경험하며 역량을 키웠다. 학업까지 병행하며 자기계발에도 힘썼다.
"일찍 중단했던 대학 공부도 다시 시작했어요. 현재는 오클랜드 대학 대학원 과정을 파트타임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경영자로서의 이론적 지식과 현장 경험이 함께 갈 때 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성이 만든 조화로운 서비스
다민족 국가인 뉴질랜드, 그 중에서도 국제 도시 오클랜드에 위치한 코디스 호텔은 전 세계에서 온 고객들을 맞이한다. 써니 구 매니저는 호텔에서 이러한 다양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설명했다.
"저희는 방문객들의 국적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각 문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 고객이 많은 시즌에는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직원을 프런트에 더 배치하고, 각 민족의 문화에 맞춘 특별한 메뉴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있어 여러 언어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희 호텔의 강점입니다.”
최근 호텔업계 트렌드에 대해 물었을 때, 써니 구 매니저는 '호캉스'의 인기를 언급했다.
"코디스는 '도심 속 리조트'를 지향합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주말을 보내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휴식처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룸서비스부터 스파, 수영장, 피트니스센터까지 원스톱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오클랜드 관광 산업의 어려움도 덧붙였다.
"아쉽게도 오클랜드 시의 관광 마케팅이 부족해 큰 이벤트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아메리카스컵도 정부 지원 부족으로 다시 오지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죠. 도시의 관광 산업이 잘 되어야 호텔업도 더 발전할 수 있을텐데요."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코디스 호텔
써니 구 매니저는 뉴질랜드 한인 커뮤니티와의 협업에 관심을 보였다.
"저희 호텔은 항상 장단기 채용을 하고 있어요. 특히 한국 학생들이나 워킹홀리데이로 오신 분들, 영어 때문에 걱정하지 마시고 도전해보세요. 관광, 호텔 관련 공부를 하신 분들께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호텔리어를 꿈꾸는 한인들에게 그녀는 실질적인 조언도 전했다.
"호텔에서는 모든 직종이 손님의 경험을 위해 중요해요. '룸메이드는 안 할래요'라는 식의 선입견은 금물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하우스키핑, 프론트 데스크, 연회장까지 다양한 부서를 경험했어요. 그 덕분에 호텔 전체를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죠. 특정 업무를 피하다 보면 나중에는 배움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코디스 호텔의 특별함
코디스 호텔은 랭햄 호스피탈리티 그룹(Langham Hospitality Group)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써니 구 매니저는 이 호텔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랭햄 그룹은 1865년 런던에서 시작한 역사 깊은 호텔 그룹입니다. 'British roots, Asian Hospitality'라는 태그라인처럼 영국의 전통적 우아함과 아시안 특유의 섬세한 서비스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코디스는 기존 400여 객실에서 640객실로 확장하며 브랜드 변경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저희 호텔의 특별함을 더 잘 알리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써니 구 매니저는 한인들을 위한 코디스 호텔의 프로모션을 소개했다.
"저희 Eight 레스토랑은 뉴질랜드에서 인정받는 뷔페인데요, 금/토/일 점심 시간에는 식사와 함께 장소 대여가 무료로 가능합니다. 웨딩 식사나 가족 모임, 각종 기념일 행사에 적합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어요. 한국분들의 돌잔치나 회갑연에도 추천드립니다."
새로운 지평을 향해
써니 구 매니저의 이야기는 뉴질랜드에서 꿈을 키우는 많은 한인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다. 낯선 환경에서 시작해 자신만의 위치를 만들어온 그녀의 경험은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자세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가끔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는 그저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을 뿐이에요. 한국인의 성실함과 끈기, 거기에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해지면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써니 구 매니저의 리더십 아래 코디스 오클랜드는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도심 속 휴식처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그녀가 이끄는 코디스 호텔은 앞으로도 오클랜드를 찾는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에게 영국의 우아함과 아시아의 섬세한 서비스가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한국인 매니저의 글로벌 감각이 더해진 코디스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글 박성인 기자